사람중심 도로·횡단보도 추가설치 등 요구 난색
'보행권 강화'관련 조례 제정해 놓고도 유명무실화

▲ 청주시가 대중교통여건 개선과 보행 이동약자를 위해 4면 횡단보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청주 상당4거리 시청 방향 도로에는 지하도가 있다는 이유로 횡단보도 설치가 안되어 있는 상태다.
청주시의 요원한 사람 중심의 도로 정책에 대해 질타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도내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 이동 약자를 위해 시가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청주시내 주요 교차로에 4면 횡단보도를 설치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도로여건과 교통 흐름상 어렵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녹색교통위원회는 최근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도로 여건 조사를 통해 지난 7월말 청주시내 주요교차로에 4면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청주시 민원실에 접수했다.

그 결과 지난 8월 중순께 "현재의 도로여건과 교통흐름상 어렵다"며 "추후 경찰청과 협의아래 꼭 필요한 곳에 설치하겠다는 소극적인 답변만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장애인과 노약자 등 이동약자가 목적지로 가기 위해 2곳 이상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현행 불편한 도로여건을 개선하려는 청주시의 보행환경 개선 의지마저 의심케 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민선5기 들어 청주시는 사람 중심의 도로여건 조성과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이렇다 할 정책을 내어 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매년 15억원을 들여 청주시가 TGI(Traffic Geography Information:교통지형정보)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는 3524개소 횡단보도의 도색을 덧칠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 2006년 9월부터 34억원을 들여 시내버스 도착정보시스템(BIS)을 도입해 시민들의 일부 불편을 해소한 것이 전부다. 여기에 저탄소 녹색교통 정책에 따라 자전거 도로 설치에 적지 않은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사회적 장애를 해소하는데 한계만 드러냈다는 것이다.

사실 청주시가 관리하고 있는 주요 교차로 488개소(상당구 184·흥덕구 304) 중에 대표적으로 청주 상당4거리 시청방면 도로를 비롯해 청주대교4거리 보은방면 무심 동로에는 횡단보도를 찾아 볼 수 없다. 여기에 율량동 농협4거리, 청주시 사직동 시계탑4거리도 일부 구간만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지하도가 있거나 교통 흐름상 횡단보도 설치가 어려운 곳은 50m 거리를 두고 설치한 경우"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조차도 차량 중심의 도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미 사람 중심의 도로교통법 개정과 도시계획시설 시행규칙 완화로 횡단보도 설치 거리제한이 풀리고 이동약자를 위해 지하보도 위에도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즉 청주시 도로관리 담당자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서울·인천 등 보행공간 확보 주력
실제 '사람중심의 특별구'를 내세운 서울시 관악구의 경우 최근 1년 사이 횡단보도가 162개 늘고, 5년새 육교가 43개 줄었다. 또 육교가 무단횡단을 부채질한다는 분석에 따라 오는 2014년까지 횡단보도 137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서울시가 인도의 보행 동선이 단절돼 생기는 불편을 줄이고 보행자의 이동 편의성을 높이고자 연차적으로 횡단보도를 확충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시가 관리하는 도로상의 횡단보도는 1만3597개로 지난해 6월보다 162개가 늘었다. 자치구가 관리하는 도로상의 횡단보도까지 포함하면 2만6303개로 같은 기간 505개가 늘었다. 이는 보행동선 단절구간에 새롭게 설치하거나 중앙버스차로 정류장을 신설하면서 정류장과 인도를 잇기 위해 새롭게 신설한 경우다. 말 그대로 사람중심의 도로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서울 관악구의 주요 간선도로 정비는 시민들의 체감효과가 더욱 크다. 차도를 건너기 위해 상당한 거리를 우회해야 했는데 이제 이 같은 불편이 일부 해소됐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시내 14개 주요 간선도로(잠실역, 종로 1·3가, 신설동 보라매역, 잠실종합운동장 수유역 교차로, 신도봉 4거리, 국민은행 망우삼거리, 회현동, 용산역, 답십리 삼거리, 회기역 등) 구간에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서울 신촌에 사는 권은영(32)씨는 "이제야 비로소 사람 중심의 도로정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기쁘다"며 "예전에 신촌 로터리 사이를 건너려면 많은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지하도를 지나 계단을 오른 후에야 건너편으로 건널 수 있었는데 지상 횡단보도가 설치된 이후 이 같은 번거로움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동차 통행을 먼저 고려했던 기존 도로정책에서 벗어나 대중교통 이용자와 보행자 중심의 걷기 편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횡단보도 설치를 추가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청주는 육교·고가차도 잇단 설치
인천시도 최근 사람중심의 도로조성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12월께 사람중심의 보행권 확보를 위한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또 도로망 건설시 보행자 위주의 도로로 개설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총 사업비 128억원을 들여 부평역 일대 대정로와 주부토길, S자 시장 로터리 구간을 사람중심의 도로로 조성하기로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기존에는 차량 흐름을 우선적으로 도로망을 개설했지만 이제는 사람이 우선할 수 있도록 도로를 개설하고 있다"며 "보행자 도로를 넓히고 장애물을 제거해 편리한 보행 공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에 청주시는 지난 2004년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 따라 이동약자를 위한 '청주시 보행권확보 및 보행환경개선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지만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다. 지난 2007년 20인 이하의 관련 위원회가 어렵게 꾸려져 이듬해까지 1년여 간 운영됐지만 유관단체로 구성된 교통규제심의위원회의 의사결정 없이는 신호기 하나 설치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해체된 상태다.

특히 사회적 이동약자의 보행권 확보와 도심미관 회복, 안전성 등을 이유로 지난 2002년에 상당육교, 2004년에 구 남궁병원 앞 육교를 잇달아 철거했지만 민선4기 들어 교통수요와 안전성을 이유로 개신5거리 고가차도, 가경동 지하차도, 가로수길 육교 등 입체화 도로를 잇달아 설치하면서 거꾸로 가는 교통정책이란 빈축을 사고 있다. 더욱이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인구 50% 가까이가 모여 사는 청주·청원에는 지난해 초부터 올해 8월말까지 도내에 설치된 62개의 횡단보도 중 40%에 이르는 25개만이 설치됐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 송기은(47) 대표(충북참여연대 녹색교통위원회 위원)는 "시가 대중교통체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보행권 확보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며 "외국처럼 주요교차로에 대각선(사선)으로 횡단보도를 설치하지 못할 경우 4면 횡단보도라도 조속히 설치해야 한다. 이는 이동약자가 3개 이상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목적지를 가는 번거로움을 해결해 주는 진정한 사람중심의 도로정책이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