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희망 품고 싶어요”

 대부분의 노숙자 실직후 알콜중독, 가족에게 버림받아…
지난 3일 떠돌이 생활을 하던 한 노숙자가 술에 취한채 무심천(수영교)을 건너다 물에 빠져 숨지는 일이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오랜 경제난으로 실직을 하고 가족의 외면으로 밖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추운 겨울에도 청주시내 공원주변과 주차장, 빈 점포 등에서 술에취해 잠을 자다가 경찰에 신고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새해 찾아간 노숙자 쉼터. 장기간의 실직과 술로 인해 가족에게 외면받고 삶의 의지마저 꺾여버인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곳에도 희망은 있었다.

‘하루하루가 고된 삶’
청주종합사회복지관은 국고와 자체부담으로 지난 99년 3월 도내 유일한 노숙자 쉼터를 개소했다.
입소된 실직자들의 기초생활은 물론 각종 상담및 지원을 통해 입소자들의 정서적 안정과 자립심을 길러주는 것이 주 목적.
작년 21명이 새로 입소를 했고, 14명이 퇴소해 현재는 9명의 노숙자들이 이곳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처럼 입소인원이 적은 것은 자활의지가 높은 실직 노숙자를 입소대상으로 하고 있기때문이며 노인이나 장애인, 여성, 정신질환자 등은 타 관계시설로 보내진다는 것이 이곳 관계자의 설명.
가족에게까지 버림받은 가장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곳 생활자들은 회사생활을 하다 경제난으로 실직을 하거나 일용직으로 노동일을 하다가 이마저 일거리가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다 알콜중독자로 전락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곳에서 이들을 관리하고 있는 김희택(43)생활지도원은 “술을 제외하고 최대한의 자유를 주고 있다”고 말할만큼 술에관한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이곳에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는 이들은 일거리를 찾기위해 새벽마다 인력시장 등으로 나가고 있지만 얼어붙은 건설경기 탓에 헛탕을 치기 일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곳 관계자들은 이들의 의지마저 꺾일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이곳에서 2년째 생활하고 있는 김한수씨(가명·53·청주)는 실직을 한 후 마음을 잡지 못하고 거의 매일을 술로 지내오다 지난 2001년 가족의 외면으로 쫓겨나다시피 집을 나오게 됐다.

청주시내 일대를 배회하다 노숙자 신고로 이곳에 들어오게 됐다는 그는 본인 스스로의 강한 의지와 그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의 도움으로 한시도 손에서 떼지 못했던 술을 끊었고, 노동일을 하며 하루하루 생활하고 있다. 매일 기도문 형식의 일기를 통해 자신을 반성하며 재기의지를 다짐 하고 있는 그는 부인과 아들, 딸에게 떳떳한 가장으로써 다가가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집에서의 반응은 여전하다. 집에서는 아직도 그를 외면하고 있으며 전화조차 받는것을 꺼리고 있다는 것. 그는 가족들의 거부로 얼마전 시집을 간 딸의 결혼식마저 참석을 하지 못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다.
시설 관계자는 “대부분이 가족들에대해 책임을 다하지 못한 미안함으로 과거를 참회하고 있지만 집을 나온후 가족과의 관계가 단절된 분들이 많다”며 “그러나 스스로의 의지와 취업의뢰 등을 통해 직장을 얻어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분들을 볼때면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알콜중독으로 3년간 병원치료를 받았던 김종오(가명·40·청주)씨는 이곳에서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스스로의 노력과 주위의 도움으로 술을 끊었고, 저축을 통해 돈도 틈틈히 모아온 김씨는 오는 3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다 인연을 만나 이곳 관계자의 주선으로 구청에서 열리는 합동결혼식을 신청해 놓은 상태.
“연고도 없이 외롭게 지내다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까지 당하다보니 세상이 나를 버린것만 같아 살기 싫었고, 술로만 세월을 보냈다. 재 자신의 모든적을 잃었다 생각했었는데 치료를 받고 이곳에 입소하면서 마음이 새로왔다. 하루를 살아도 의미있게 살아보자고 끊임없이 다짐했다. 이곳에 들어와 술도 완전히 끊었고 가정까지 갖게 됐다. 이제는 다시 살아갈 희망이 보인다.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각오다”

88년 분가이후 혼자 생활하던 권찬기씨(39)씨도 실직으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지난 2002년 겨울 월세금을 내지 못해 밖으로 내몰렸다.
여인숙 등을 전전하다 지난해 9월부터 빈건물이나 동사무소 등에서 생활을 해오던 그는 파출소에 인계돼 이곳에 오게 됐다.
그는 최근 업체의 취업의뢰로 직장을 얻었고, 힘든 공장일이지만 적금까지 붓는 등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족 없이 혼자생활하고 있는 까닭에 남들과 같이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소망.

그는 “남들에게는 평범한 것이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며 “자립준비를 마치는 데로 퇴소해 떳떳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가족들을 위해 자신은 따로 생활하는 가장도 있었다.
수동 인력시장에 나가 노동일을 하고 있는 김일환씨(가명·53·청주)는 집에있는 노모와 처자식을 생각하면 오늘도 마음이 무겁다.
노동일을 통해 버는 돈은 가족 생활비로 보내지고 본인 식대와 생필품등 의식주를 쉼터에서 제공받고 있다.

아무리 적은 돈(개인생활비)이라도 이들에겐 삶과 직결되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
“가정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어 스스로 나올수 밖에 없었다”는 그는 “이곳에 들어와 최소한의 생활비를 가정에 보내고 있으며, 틈나는대로 저축도 하고 있다”며 통장을 꺼내 보였다.
그는 “항상 가족들과의 생활을 그리며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예전생각은 접어두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모든일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조비 지원 절실
단순 수용시설이 아닌 재취업 지원개념의 성격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는 이곳은 그러나 운영비에 대한 보조외에 사업비에대한 보조가 전무한 실정이어서 입소자에대한 질 높은 프로그램의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작년 4천 150만원의 지원이 올해 3800만원을 크게 줄었고, 중소도시의 노숙자 쉼터가 줄어드는 추세에 따라 다른기관과의 연계 등으로 앞으로의 운영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것.

그러나 자활의자가 강한 이들에게 사회에 나가 가장으로써의 역할을 충분히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부랑자 시설이나 장애인·정신질환자 시설등과 차별을 두어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관계기관에서는 충북지역에 단 1곳뿐인 이곳이 실직 노숙자에게 자활·자립 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오히려 기본 시설기능을 보강할 수 있는 예산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의식주의 해결로 이들을 돕는다는 수용 자체의 의미보다 이들을 사회와 가정으로 복귀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노숙자 쉼터 김희택 생활지도원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것이 목적”

- 이곳 시설 생활자 대부분 가장들이다.

이곳에는 지역사회에서 주거환경이 열악하여 노숙을 하는 사람중에 적극적인 취업능력을 가진 사람이나 경제적 빈곤 등으로 가족갈등, 가족해체로 인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꾸려갈 수 없는 실직자를 대상으로 일정기간 숙식 및 취업알선, 취업정보를 제공, 각종 교육과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제공함으로 이들이 사회와 가정으로 복귀 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20세에서 60세 미만의 노동 가능한 가장만을 선별하고 있으며 여성이나 부랑자 등은 타 시설로 보내지고 있다.

- 구체적으로 이들을 어떻게 돕고 있나.
최근 실직 노숙자가 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입소된 실직노동자들의 기초 생활은 물론 각종 상담 및 지원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과 자립의지고취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재취업을 통한 입소자들의 자활과 귀향을 돕고 있다.
알콜 재활 치료를 위한 종교활동을 본인 스스로 하고 있으며 농사체험활동과 보건의료서비스 지원, 도배사 교육 등 기능훈련의 실시, 1인 1통장 갖기 운동의 추진 등으로 개노동에 의한 댓가를 느낄수 있도록 해 계획적인 수입·지출의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 제정적 문제가 있는것으로 아는데.
전문적이고 질높은 자활프로그램 부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입소자들의 자립의지 고취와 기간단축을 위한 프로그램개발과 운영사업비에 대한 제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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