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휴일까지 포함하면 최장 휴일로 기록될 이번 추석에도 고향을 찾아 가족과 명절을 보내려는 '민족의 대이동'은 마찬가지 모습이었다. 그러나 농촌 들녘은 흉작으로 예년과 달리 풍성한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정성껏 차례상을 준비하는 가정도 많았지만, 배달서비스를 이용하는 주부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청주 목련공원을 비롯한 공원묘지 종사자들은 긴 연휴만큼 고달팠던 추석이었다.

◇ 차례상 전화 한통으로 OK

명절 차례상 준비 대신 서비스 업체 이용 사례가 늘어 청주시내에만 10여개 업체가 성업.

청주지역에는 흥덕구 7개, 상당구 4개의 제수음식 전문 배달업체가 영업 중으로 가격대는 20만원~35만원 선.

4인 가족기준 차례상 마련비용이 평균 15만6000원(대한주부클럽 청주소비자정보센터 조사)이라는 점과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큰 부담은 아닌 탓인지 판매량이 꾸준한 상황.

청주지역 차례상 배달업체 관계자는 "올해 주문량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업체가 많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업체 이용 가정도 상당히 늘었을 것"이라며 "명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는 젊은 주부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귀띔.

주부 강모씨(34·청주시 흥덕구 분평동)는 "예년 같으면 제수음식 재료를 일일이 장을 보고 추석 전날부터 바쁘게 보냈지만 올해는 배달을 시켰다"며 "추석이라고 송편 빚는 집이 거의 없듯이 전문업체에 편하게 맡겼다"고 설명.

◇ 잦은비… 병충해 기승

잦은 비와 병충해로 사과, 배, 고추, 참깨 등 각종 농작물이 흉작이어서 농촌 추석 민심이 바닥.

특히 고추 등 일부 농작물은 수입물량과 지난해 물량이 시장에 방출되면서 가격은 예년보다 밑돌아 농가소득이 절반으로 줄어 농민들이 울상.

게다가 김장철을 겨냥해 출하하려 했던 무, 배추 등 김장채소까지 잦은 비로 뿌리와 잎이 썩어 이미 흉년이 예고되자 더욱 썰렁한 분위기.

박모씨(67·제천시 금성면)는 "지난 8월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 내린 데다 병충해가 기승을 부려 예년에는 추석 이후에도 한창 수확을 했지만, 이미 포기한 농가가 대부분"이라며 "추석 기분은 고사하고, 자녀들 손에 쥐어줄 농산물도 마땅치 않아 주민들이 속상해 하고 있다"고 푸념.

◇ 명절내내 공원 관리 진땀

청주시 목련공원 관리사업소 직원은 몰려드는 성묘객들을 맞느라 연휴 내내 진땀.

목련공원 관리사업소 직원들은 추석이었던 지난 22일 명절종합대책에 따라 전 직원들이 오전 9시 출근해 정상근무.

이 때문에 직원들은 성묘는 고사하고 차례도 못 지내고 출근하는 직원이 대부분.

이번 추석에는 2~3만명의 성묘객들이 다녀가 쓰레기 처리와 주차 지도 등에 매달려 직원들이 파김치.

목련공원 관리사업소의 한 직원은 "휴일이 없는 데다 명절에는 가족들과 지낼 수 없어 미안하고, 아쉽다"고 한마디.

◇ 농성주민 군청앞 합동차례

음성군 생극면 방축리 주민 30여 명이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사업 반대 농성 9일째인 22일 추석을 맞아 음성군청 정문에서 합동 차례.

방축리 주민들은 설성문화제와 청결고추축제가 끝난 직후인 지난 13일 사업시행자인 음성군양돈영농조합법인이 방축리 공사 현장에 중장비 투입을 시도해 도로에서 대치하고 이를 항의하기 위해 14일부터 군청 앞에서 천막 농성 중.

주민들은 방축리에 사업 추진이 불가피하다면 양돈영농법인이 운영하는 공동자원화 시설이 아닌 군이 공공처리시설로 변경해 직영할 것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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