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충북 국회의원 의정 성적표

윤경식 심규철 홍재형 양호, 나머지는 면피 내지 철면피
오는 4.15 지방선거는 현역 의원들에겐 특히 혹독한 시련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국민들 사이에 이번 총선의 최대 과제로 ‘물갈이’가 공유되고 있고, 기성 정치권에 대한 총체적 불신이 막상 총선에서 반발 표심으로 나타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의원에 따라선 지금의 정국은 퇴출을 예시하는 ‘묵시록’이나 다름없다. 조만간 대 장정에 돌입할 유권자운동 역시 ‘물갈이’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현역 의원들은 이래저래 총선이 끝날때까지 ‘잠못 이루는’ 긴긴밤을 지새울 판이다.

이런 분위기는 곧바로 이들 현역 의원들에 대한 평가를 대대적으로 부추길 전망이다. 이미 언론사마다 16대 국회의원들의 의정평가를 주요 기획기사로 다루고 있고, 유권자운동을 주도할 각종 시민단체도 의원들에 대한 ‘점수매기기’에 주력할 조짐이다. 이들 단체들이 낙선운동보다는 당선운동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선 어차피 의원평가는 선결조건이 될 수 밖에 없다.

의원평가는 예산확보 실적이 전부?
충북의 16대 국회의원들은 과연 어떤 성적을 거두고 있나. 이에 대한 명쾌한 자료제시는 사실상 힘들다. 국회의원들을 향한 지역 유권자들의 감시활동은 많이 활성화됐지만 막상 그 결과를 계수로 나타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의정의 본류인 국회활동이 중앙에서 이루어지는데다 관련 정보접근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대개 지역 현안에 대한 예산확보 실적으로 해당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려 한다. 실제로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국회의원들의 예산확보 치적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렇다보니 똑같은 예산을 놓고도 의원들간 서로 공(功)을 다투는 일까지 벌어진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자기 지역구의 예산확보는 의정활동의 부수적인 일에 불과하다. 정치발전을 위해선 입법활동 및 행정부 감시, 견제 등 국회 본연의 역할이 중시돼야 하고 의원평가도 당연히 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16대 국회의 충북의원들은 한 마디로 ‘평범’으로 통칭된다. 여야 의원 모두가 국회와 정국의 대세를 가를만한 정치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때문에 충북에서도 현역 의원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하겠고, 이를 근거로 4월 총선 때 제대로된 후보를 뽑아야 17대 국회에선 중앙정치권에서도 충북의 발언권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안타깝게도 최근 제시되거나 보도된 각종 자료는 충북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역시 ‘평작(平作)’임을 드러냈다.

“기본 역할 안 하면 결국 엉뚱한 짓”
우선 최근 경향신문과 한국유권자운동연합의정평가단(단장 목진휴 국민대교수)이 미디어다움(media.daum.net)과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16대 국회의원 272명에 대한 의정평가 결과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주로 객관적 자료인 상임위 출석 및 속기록 등을 토대로 100점 만점을 기준, 평가가 이루어졌는데 충북의원들은 여야 통틀어 20명 상위권에 단 한명도 들어가지 못했다. 다만 21위에서 68위로 구분된 우수의원 그룹에 한나라당 심규철의원(보은옥천영동)만이 눈에 띄었다. 또 다른 평가 기준인 입법발의 실적에서도 충북의원들은 저조함을 면치 못했다. 역시 심규철의원이 우수그룹인 11~19건 이상 발의 명단에 속했을 뿐이고, 나머지는 윤경식(한나라당) 8~10건, 홍재형(열린우리당) 3~4건, 송광호(한나라당) 정우택(자민련) 2건, 신경식(한나라당) 1건 등으로 나타났다. 자민련 전국구인 김종호의원과 와병중인 이원성의원(열린우리당)은 단 한건의 입법발의도 없는 것으로 조사돼 실망을 자아냈다.

충북의원들은 출석률에 있어서도 상위 20위 권에 한사람도 들지 못했다. 의정활동은 보편적으로 선수가 많을수록 소홀하게 되는데 충북의원들도 다선일 경우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에 대해 한 정당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와 상임위에 부지런히 참석하고, 입법발의나 의정발언을 많이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잘 한다고 평가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의정의 기본으로 당연히 수행해야 할 것들이다. 이런 데에 소홀했다면 결국 엉뚱한 짓(?)에 더 신경을 썼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적재적소의 역할평가가 설득력 가져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소위 외형적인 ‘양’보다는 ‘질’로써 평가받아야 설득력을 얻는다는 주장이다. “쉽게 생각해도 학교 열심히 다닌다고 해서 모두 우등생이 되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의정활동도 획일적인 기준이나 잣대보다는 적재적소의 역할로 평가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당직을 맡거나 당내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의원들은 사실 상임위 활동이나 의정발언에 있어 초.재선 의원들한테 뒤질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시간이 없는 것이다. 물리적으로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없다. 정치적 현안이 터질 때마다 머리를 싸매야 하는 것은 당의 중진이나 다선의원들이다. 그들은 국회출석률이 떨어지더라도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의원 입법발의도 그렇다. 건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법안의 내용과 그것이 사회와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평가해야 옳다”고 설명하는 한 의원보좌관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평가엔 사실 이런 맹점이 있다”고 강변했다.

한나라당을 한참동안 달궜던 당무감사 결과도 도내 의원들에 대한 한가지 평가 자료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지역구 여론 및 상대당 출마후보들과의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작성했다는 당무감사 결과에서 윤경식(청주 흥덕 갑) 심규철의원은 공천이 유력한 B 등급을 받은 반면 신경식(청원) 송광호의원(제천 단양)은 경선 대상인 C등급으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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