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충남 제치고 충북이 대정부 투쟁 선봉선 격’ 부담
‘검증위 의견 존중할 것’ 믿지 않아, 작천보 해법이 중요

4대강사업을 두고 벌이는 충북도, 정확히 말하면 이시종 지사와 시민단체간의 명분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 지사가 4대강사업 전면 재검토를 공약했다며 이를 지키라고 압박하고 있고 이 지사는 검증위원회 의견을 존중하겠다며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6.2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이 지사를 지지했던 시민단체들이 4대강사업에서 만큼은 보냈던 신뢰를 점차 거둬들이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 4대강사업 검증위 결과가 나올때 까지 공사를 유보하라는 시민단체와 검증위 의견을 따르겠다는 충북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사진은 지난 3일 맹형규 행안부장관의 미호천 방문에 맞춰 시민단체들이 현수막 시위를 벌이는 장면.
이들은 이 지사가 도내에서 진행되는 4대강사업을 큰 틀에서 찬성하고 있다며 검증위 결과가 나올 때 까지 공사를 중단하고 국비를 반납할 수도 있음을 피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강·금강 살리기 7개 사업 379건에 2조3522억원이 투입되며 이중 충북도가 직접 시행하는 5건의 사업비는 1240억원이다.
모두 국비로 진행되는 사업이며 민선4기 때 사업 반영을 위해 중앙부처를 오가며 적극적으로 요구해 확보한 예산이다.

이 지사의 고민은 ‘큰 틀에서 찬성한다는 발언은 도지사로서 전국사업이 아닌 도내에서 진행되는 사업을 언급한 것이고 검증위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말에서 잘 드러난다.
도내에서 진행되는 4대강 사업을 전면 보류할 경우 어렵게 확보한 국비를 반납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시민사회진영의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일단 검증위로 바통을 넘겨 현장별 검토작업을 통해 계속 진행 사업과 보류사업을 분류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개최키로 했던 6차 검증위원회를 9일로 연기한 것도 이같은 검토작업을 위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도내에서 진행되는 모든 사업을 모두 중단할 수는 없지 않는가. 유보해야 하는 사업을 검토하기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이를 위해 검증위 개최를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다 보니 충북이 선봉됐다”

도내에서 진행되는 사업은 금강과 한강의 지류가 전부라는 점에서 충북은 4대강사업의 본류하고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오히려 낙동강이 흐르는 경남과 금강이 지나는 충남이 4대강사업의 본류라고 해야 맞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지사가 휴가를 이용해 국토해양부를 방문하고 경남과 충남에 앞서 4대강사업 검증위를 가동함으로서 한발 앞서나가는 격이 됐다.

충북도 안팎에서는 충북이 4대강사업 반대의 선봉에 섬으로써 커다란 부담을 안게 됐다는 우려의 시각이 강하다.
한 공무원은 “중앙 부처와 협의하면서 예산확보 등 얻어내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4대강사업 반대에 앞장서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의 충북도의원도 “사실 경남과 충남이 4대강사업 반대 주도권을 쥐고 충북은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를 취하는 게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마치 충북이 4대강사업 관련 대정부 투쟁의 바로미터가 된 듯해 이 지사로서도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시민단체와 대립점 작천보

충북도는 4대강사업 가운데 미호천 작천보 개량사업 만큼은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작천보가 1960년대 건설돼 매우 낡았고 언젠가는 반드시 보수 또는 재설치 해야 한다는 것. 이에 필요한 예산 130억원 전액을 국비로 확보한 만큼 이를 반납해서는 안된다는 게 충북도의 판단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작천보가 생태계를 차단하고 수질을 오염시킬 뿐이며 농업용수 확보라는 취지도 살리지 못한다며 아예 철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현재 보와 같은 규모의 보를 15m 옮겨 설치하는 것은 예산 낭비일 뿐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충북도와 시민단체간 의견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목이다.
도가 4대강 관련 전체 사업중 유독 작천보를 지목해 개량사업 중단 불가 입장을 피력함으로서 시민단체와의 대립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사실 환경생태적 가치를 고려한다면 작천보 개량 보다 비중이 더 큰 사업이 없는 게 아니다.
실례로 백곡저수지 둑높이기 사업의 경우 자칫 저수지 상류의 미호종개 서식지 파괴 가능성이 현실화 되고 있다.
충북도는 미호종개 서식지를 이동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인위적인 그 어떤 방법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작천보는 현재대로라고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더욱이 오랜 세월 퇴적물들이 쌓여 저수기능을 거의 상실하기도 했다. 도가 굳이 작천보 개량을 강행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국비를 반납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지만 오히려 강행하는 것이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증위 명분 싸움하다 세월간다
공사유보 등 전제조건 수용 요구 놓고 공전만

검증위 결과가 나올때 까지 공사를 유보하라는 시민단체, 검증위 의견을 존중하겠으며 공사를 발주하지 않고 있어 유보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충북도.

정작 세부사업에 대한 논의를 진행가기도 전에 명분을 앞세운 신경전으로 검증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6차 검증위 개최를 앞두고 시민단체들은 공사유보와 국비반납 가능성 피력 요구가 관철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충북도는 공사 유보를 천명하거나 국비 반납 의향을 밝힐 경우 안아야 할 부담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보다 진행중인 사업에 대한 유보 필요성을 검토하는 등 시민단체와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인사는 “4대강사업이 환경문제를 넘어 정치문제로 변질돼 가고 있는 것 같다. 열쇠를 쥐고 있는 검증위가 활성화 돼 빠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시민단체나 충북도 모두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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