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모양 분위기 등 미관 고려할 필요
지자체의 거시적 도시개발 철학 시급

황희연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청주시 하복대 지구와 오창과학산업단지 러브호텔 군락지를 들면서 “같은 숙박시설이더라도 통상적 관념에서 울긋불긋한 첨탑모양에 국적불명의 이상한 건축양태를 띤 ‘러브호텔’들이 들어서는 것은 미풍양속이나 시대 분위기를 해치는 것인 만큼 반드시 제한해야 하며, 실제로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또 건축물의 외양을 규제함으로써 같은 숙박시설이더라도 낯뜨거운 이상한 모양의 ‘러브호텔’들이 줄줄이 들어서는 막개발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

황 교수는 “주택공사의 경우가 좋은 예인데 사실 주공이 개발하는 지역에도 상업용지는 있다. 그러나 세부개발 계획에서 특정시설의 입주를 제한하는 점이 타 개발주체와는 다른 점이다. 우리는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차별화된 접근 방식이 개발 후 새로운 도시의 모양, 분위기, 색깔, 정체성을 결정적으로 가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하복대가 개발된 지 벌써 한참이 흘렀지만 러브호텔 문제가 아직도 거론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도시개발 및 계획이 일단 결정되고 나면 그 영향이 수십년, 아니 그 이상 장구한 세월 내내 미치기 때문”이라며 “그런 만큼 도시개발 계획을 짤 때부터 행정기관과 사업주체에서는 통합적 시각에서 도시의 기능뿐 아니라 합목적성, 인간이 인간답고 문화적으로 살아갈 공간 구조물을 창조한다는 생각을 갖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4일 충북대에서 열린 ‘청주시의 도시이미지와 경관’ 세미나에 참석했던 토론자들의 견해도 마찬가지였다.
최효승 청주대 건축공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 강태재 문화사랑모임 대표를 비롯, 송재봉 충북참여시민연대 사무처장, 신안중 충청대 건축과 교수, 이동주 청주시 태스크포스팀장, 유성훈 청주시의원, 이경기 충북개발원 연구위원 등 토론자들은 “청주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거나 도시계획 및 개발 행정이 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적절하다”며 “청주시가 이런 상태로 계속 갈 수는 없지 않느냐. 청주를 어떤 도시로 만들어 나갈 것인가 하는 총론적 방향설정이 절실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들은 “예를 들어 문화교육의 도시, 양반의 도시, 청풍명월과 직지(금속활자)의 본향 등등 청주와 연관지을 수 있는 이미지들이 많이 있는데, 청주시는 시민의 공감대 속에서 청주의 도시 정체성(아이덴티티)을 한시바삐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주시의 정체성을 확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도시계획-개발 청사진을 마련한 뒤 실천하는 것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공적인 도시 정체성의 구축을 위해 시민적 합의가 전제되고 구체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건축물의 색깔까지도 청주 고유의 것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이런 것이 결정되면 건물 기와 간판 등등에까지 적용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 어렵겠지만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계획적으로 개발됐다는 곳이나 옛 시가지나 마찬가지지만 간판들이 너무 어지럽게 내걸려 있다. 우리도 이젠 간판공해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이를 위해선 행정기관의 문제의식과 해결의지가 필요하지만 시민의 전폭적인 협조도 있어야 한다.” “거창한 도시계획을 떠나 건물의 배치나 건축물의 미학적 측면을 고려한 한정된 개념의 도시개발 측면에서 아름다운 도시, 사람 중심의 도시개발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000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라는 청주에 고도의 숨결을 느낄 수 없다. 청주를 상징하는 것은 가로수 길과 관문에 도열해 있는 러브호텔 정도인데…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청주시의 도시행정은 본질적으로 철학이 없었다.”

청주시뿐 아니라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말로는 도시의 정체성을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아름다운 도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실천적 노력은 없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었다. 도시개발·계획의 극히 일부분인 아파트 분야만 해도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 그것도 키(층고)까지 같은 성냥갑 모습만 양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시계획·개발 전문가들은 “아파트만 해도 다양한 층고에 아름답게 지으려는, 건축미학적 고려가 강조돼야 하며 앞으로 행정기관에서 이를 종합적으로 ‘콘트롤’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구단위 계획(상세계획) 수립 시 개발단위구역에 어떤 컨셉(개념)을 적용할 것인가, 즉 어떤 모습에 어떤 색조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층고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토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막판 실행과정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본계획-실행계획-작품으로 나올 때까지 일관되게 ‘(도시계획의)개념’이 살아있도록 해야 하는 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게 우리의 현실이란 진단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전문가는 “토지공사의 존재근거인 택지개발 촉진법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절차법적으로 도시계획법보다 우선하는데 이 법에 적잖은 독소조항이 있는데 이 법률 아래에서는 토지공사의 수익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게 돼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만큼 토지공사에서는 애초부터 분양이 안 될 경우를 가정, 택지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개발전략을 세우다보니 환경친화적 고려가 설 땅을 잃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