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제한 통해 난개발 방지 충분히 가능
지구단위계획부터 종합적 관리해야

‘주거 및 청소년의 교육환경을 해치는 대표적 향락시설인 러브호텔은 막을 수 없는 것인가.’
자치단체들은 러브호텔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적법한 절차를 밟아 신청하는 (러브호텔) 건축허가 신청을 막무가내로 불허할 수 없다”는 논리로 비판의 예봉을 피해왔다. 그러나 자치단체의 이런 변명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과거 상세계획으로 불렸던 ‘지구단위계획’ 수립 시 용도지역이 상업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시설제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001년 7월부터 시행된‘건축법 8조 5항’은 일반숙박시설이나 위락시설을 짓더라도 당해 대지에 건축물의 용도나 형태, 규모가 주거 및 교육환경 등 주변환경에 비추어 보았을 때 부적합하다고 인정될 경우 건축법이나 다른 법률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건축심의위의 심의를 거쳐 건축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용도나 규모는 물론 건축물의 ‘형태’도 사전 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형태가 도시 미관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하복대 지구와 오창과학산업단지 내에 ‘러브 호텔’들의 난립을 방치한 청주시와 청원군의 무신경은 두고두고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건축법 8조 5항’은 무엇인가
문제의 지역에 숙박시설의 건축을 허가하더라도 주변 도시미관과 배치하는 요란한 형태의 러브호텔 대신에 일반 숙박시설이나 소규모 호텔급 건물의 외형을 띤 건축을 유도했더라면 지금의 하복대와 오창의 모습은 180도로 도시 이미지가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법률은 예전에도 유사 규정이 있었다. 다만 모든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사유권을 제한’한다는 논란을 빚었고 이에 따라 현실적으로 사문화되자 일반숙박 및 위락시설로 적용범위를 제한하되 규제내용은 강화함으로써 법률의 실행력을 키우자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관련 규정이 손질됐다. 그런데도 이 조항이 사문화된 것은 행정기관의 의지나 철학이 없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다.

주공이든 토공이든 시행업자 입장에서는 분양애로를 딛고 개발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건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다만 지방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이들의 이익과 시민의 권익, 즉 ‘공공성’과를 조화시켜 결과적으로 살기 좋은 도시개발을 이뤄낼 거시적 안목을 갖고 있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같은 상업용지라고 해도 지구단위 계획수립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접근하면 러브호텔들이 점령하는 상황을 피해 보다 쾌적하고 활기있는 도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발이익 우선의 난개발 방치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함으로써 상업용지가 개발이익만을 좇는 자본에 의해 무분별하게 난개발이 되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큰 그림의 도시계획이 전무한 가운데 러브호텔들이 들어서든 말든 문제의식이 발동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듯 러브호텔의 문제는 사전에 건축행위를 제한, 또는 규제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충분히 마련돼 있는데도, 협의의 건축법에 매달려 “관련민원을 처리 안 해 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옹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황희연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토지공사는 토지매각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공기업이며 주공은 같은 공기업이지만 토지개발에서 이윤을 많이 남기지 못하더라도 아파트 건설을 통해 수익을 보전할 길이 있다는 점에서 저마다 개발 접근방식이 다를 수 있다”며 “하지만 문제는 개발주체가 아니라 공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는 계획적 도시개발을 하는 데 있어 행정기관에서 도시계획의 큰 지침을 적용, 제대로 된 개발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상업용지라고 해서 러브호텔의 신축을 꼭 허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관련법과 지구단위 계획을 통해 반사회적인 시설의 진입을 제한할 수 있는데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이런 점에서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한데 당장 ‘돈’이 되는 사업에 매달리는 개발주체들을 방조하다보니 새로 개발되는 도시공간의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창조의 기회를 일실하고 있다”며 “이처럼 행정의 무능 내지 무신경은 종국적으로 도시의 난개발을 조장하는 주역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도시계획은 개발이 일단 완료되면 짧은 시간내에 다시 손을 댈 수 없다는 특성때문에 개발 초기 단계부터 살기좋은 도시, 쾌적한 도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간친화적 도시의 건설을 위해 ‘장시간의 미래를 담보로 한 거대한 조형작품’을 만든다는 인식아래 접근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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