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총회 ‘과반수 참석’ 독소 조항…이장 임명조례 개정 필요

지난 6·2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마을이장이 행정부의 여섯 번째 권력자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대통령, 장관, 도지사, 군수, 면장 다음에 이장이라는 말이다. 이런 말이 도는 것은 ‘진정한 봉사’의 자세로 임하는 다수의 이장들 틈에 몇몇 잇속만을 추구하는 이들이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진정한 이장들은 포상을 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주민들에 의해 퇴출할 수 있는 장치가 뒷받침 되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 수백 가구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 마을의 경우 주민 과반수가 참석하는 총회가 열리기 어려워 이른바 ‘독재이장’이 생긴다는 지적에 따라 이장 임명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계 없음.
현재 ‘음성군 이장임명에 관한 규칙’ 조례 제3조(임명절차)에는 ‘이장은 마을총회에서 주민 과반수 이상의 참석과 참석주민 과반수이상의 의결로 1명의 적임자를 선출, 추천하여 읍면장이 임명한다’고 되어있다.

이 때문에 수백 가구가 모여사는 공동주택(아파트) 마을에서는 현실적으로 주민과반수가 참석하는 총회가 열리기 어렵기 때문에 일부 ‘독재이장’이 생겨났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오는 연말을 앞두고 주민 간 불화로 인한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앞서 조례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민 간 불화의 불씨

실제로 일부마을에서는 이장이 주민들의 뜻과는 반대로 이장 직을 4~6년 째 마을총회도 없이 수행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백가구가 몰려 사는 공동주택의 경우에 그런 현상이 대두되고 있어 하루빨리 대책이 세워져야 된다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음성군에는 현재 ‘이장의 임무와 실비변상에 관한 조례’, ‘이장자녀 장학금 지급 조례’ 등이 입법화 되어 있어 적은 액수일지라도 본인의 급여와 자녀 학자금 등을 보장 받고 있고 농협에서도 일부 활동비를 지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제격이라 지방선거나 농협조합장 또는 신협조합장 등에 뜻을 둔 일부 인사들이 마을 이장을 거쳐 협의회장에 도전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렇다보니 일부 마을에서 개인 잇속에 눈이 먼 이장들이 연말 주민총회도 없이 이·반장 조직이 그대로 이어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K 마을의 경우 지난해 연말 이장선출을 위한 주민총회를 열 것을 주민들이 주장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마을총회를 열고 이장선출 절차를 밟고 해당 면사무소에 접수했으나 ‘주민과반수 참석’ 조항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마을 주민들은 이장 선출을 위한 마을총회를 열고 현직 이장도 다시 입후보해서 선출하자고 했으나 현직 이장이 버티기로 일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참석한 주민들은 투표에 의해 새로운 이장을 선출한 후 주민 과반수의 동의서명까지 받아 해당 면에 임명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주민총회에 ‘과반수 참석’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신임 이장선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답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면 관계자는 “몇 년 동안 아무 일도 없었는데 왜 이러느냐”며 기존 이장 편을 두둔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오히려 이장이 친위조직으로 급조한 대동회의 주장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보니 일부 이장들은 주민의견과는 다르게 ‘독재’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장 직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것은 지방자치 시대가 만들어 놓았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복무규정상 이장은 선거 개입을 못하게 되어 있지만 지난 6·2지방선거 때 후보들의 호불호에 따라 타 지역에서 벌이는 유세 현장에 까지 이장협의회 임원들이 나타났던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 조례의 실태에 대해 군 관계자는 “조례로 인해 문제가 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필요하다면 조례 개정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장들 눈치 보는 의원들

이런 실태에 대해 한 음성군 의원은 “조례가 이렇게 되어 있는 줄 몰랐다.”며 “수백 가구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에서 어떻게 과반수가 참여하는 마을총회가 가능하냐”고 말하고 오는 12월 전까지 조례개정이 시급하다고 인정했다.

또 다른 의원은 “잘못 되어 있는 것은 맞는데 현직 이장들은 싫어하지 않겠냐”고 반문하면서 “개정되어야 되는 것은 맞는데 이런 문제는 이장들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아파트 주민 강 모씨는 “이런 잘못된 조례를 개정하는 데 반대를 하는 이장이 있다면 자신이 주민들 뜻에 반해 ‘장기집권’ 의지가 있다는 반증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한편 충북 12개 시군 중에서 이장임명과 관련한 조례 중 충주시의 ‘리·통 및 반 설치조례 시행규칙’이 합리적으로 입법화 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충주시 조례를 보면 ‘마을총회에서 추천한 자 또는 주민의 추천을 받아 주민투표에 의해 선출된 자를 읍·면·동장이 임명한다’고 되어 있다. 또 ‘주민의 추천에 의한 경우에는 공개모집을 거쳐 당해지역 전체세대의 10분의 1 이상의 추천이 있어야 하며 추천을 받은 자가 2인 이상일 경우에는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이 경우 추천 및 주민투표에는 세대별 대표자 1인만 참가하는 것으로 한다’ 는 등 공동주택의 특성을 합리적으로 반영하고 있어 조례로 인정받고 있다.

한편 1972년 ‘개발독재’ 시대에 제정된 ‘리개발위원회’ 관련 조례가 현실성도 없이 이장들의 ‘독재’를 위한 방편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폐지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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