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장관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연일 화제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행정부 고위 공직자 임명 시 국회의 검증을 받도록 하는 제도인데 보도의 내용을 보면 권력형 비리인사들만 쏙쏙 골라다가 죄를 심판하기 위한 청문회를 하는 것 같다.

애초 선별과정에 오류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소위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것인지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전자라면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후자라면 국가의 미래가 깜깜하다.

김태호 총리 내정자만 봐도 그렇다. 일단 박연차 게이트는 검찰이 무혐의 종결을 했다니까 청문회에서 결판이 날 것 같지는 않다. 부인이 인사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았다는 것도 당장 밝힐 수는 없는 설이라고 치자. 건설업자를 스폰서로 뒀다는 의혹도 있는데 일단 증거가 없는데 시인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경남도지사 시절 부인이 도청 관용차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도청 직원식당 직원을 가사 도우미로 썼다는 사실도 일부 인정했다. 이 모두 인사청문회 전에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던 내용이다. 관용차 운행일지를 들이대는 등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들자 시인했다는 게 문제다.

여당도 지나치다 싶은 인물에 대해선 자진사퇴를 바라는 것 같다. 장관 내정자 중에는 현역 국회의원도 있는데 선출직은 국민의 표로 사실상 검증이 끝나는 셈이지만 지명직이 되기 위해서는 혹독한 통과의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누가 총리·장관 될 줄 알았나” 이렇게 푸념하시는 나리들도 계시리라.

누가 부지사 될 줄 알았나?

지방에서도 인사청문회를 하면 어떨까?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인사청문회가 처음 도입된 게 16대 국회부터다. 2000년 6월 법이 도입됐으니 이제 겨우 10년이 흘렀을 뿐이다.

정무직인 총리·장관과 달리 도청 고위직은 거의가 공무원 출신인데 특별히 뭐 청문회까지 할 게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모르는 얘기다. 현직 및 내정자 신분에 있는 총리·장관·장관급 19명 가운데 행정·사법·군인 등 평범한(?) 공무원으로 시작한 사람이 무려 10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번 청문회를 봐도 알겠지만 위장전입 등 사소한(?) 범법행위는 저지르지 않은 내정자가 없을 정도다. 따라서 위장전입 정도는 궁지로 몰지 않아도 자진 납세하는 것이 이번 청문회 들어 달라진 양상이다. 지방 공무원이라고 남들 다하는 걸 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것이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다.

정부가 1949년 이후 61년 동안 시행해 온 행정고시 제도를 수술한다고 발표한 것도 지방정부의 인사청문회를 고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공무원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내년에는 5급 신규 공무원 중 30%를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선발하고 2015년에는 50%를 외부 전문가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름도 행정고시에서 5급 공채시험으로 바꾼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지방도 장차 고위 공직자 가운데 상당부분이 평범한 공무원 출신이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지방정부 인사청문회는 문득 떠오른 생각일 뿐 한다는 사람도, 하자는 사람도 없다. 다만 언젠가 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 튀어나오는 건 예전에 모르고 지은 허물들이다. “누가 부지사 될 줄 알았나” 혹은 “국장 될 줄 알았더라면…” 이렇게 후회하는 분들이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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