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 보류 지시 MBC 노조 거센 반발

MBC가 4대강 사업 관련 '비밀'을 폭로하려던 'PD수첩-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의 방송을 보류하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PD수첩은 당초 17일 밤 11시15분에 4대강 사업의 추진 과정, 마스터플랜 작성 과정 등의 미공개 사실을 알릴 예정이었다.

대통령의 모교인 동지상고 출신으로 영포회 회원인 청와대 행정관이 포함된 비밀팀, 정부가 주장하는 물 부족 해결과 수해 방지 기능에 대한 의문, 여당의 4대강 주변 이용 특별법 추진 등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국토해양부는 프로그램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며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기각돼 PD수첩은 정상 방송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MBC 김재철 사장(57)은 방송 3시간여 전 긴급회의를 열고 방송을 '보류'했다.

경영진과 PD수첩 제작진 사이 줄다리기는 17일 오전부터 시작됐다. 김 사장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민감한 소재'라는 이유로 '사전시사'를 요구했고, 제작진과 담당부장은 사전시사가 '사전검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거부했다.

제작진은 이미 법률 자문을 거쳤고 담당 부장과 국장이 자체 시사를 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김 사장은 사전시사 없이 방송은 불가하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MBC 노동조합은 "정권에 민감한 사안에 대한 명백한 사전검열 시도이자 법원도 방송 못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을 김 사장이 정치적 고려와 사적인 판단으로 방송 여부를 사유화한 사례"라며 "제작의 자율성과 방송의 독립성을 현저하게 위협하는 묵과할 수 없는 도발"이라고 지적했다.

PD협회도 "MBC는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편성·보도·제작상의 실무책임과 권한을 국·실장에게 부여하는 국장책임제를 통해 방송의 독립성을 유지하기로 노사 간에 합의했고 이를 존중해 왔다"며 김 사장을 비난했다.

이어 "하루속히 PD수첩을 정상적으로 방송하고 김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이번 행동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공식적인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더 이상 PD들과 MBC 구성원을 욕보이지 말라"고 요구했다.

사측 관계자는 "결국 방송에 대한 책임은 사장에게 있는 것인데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미리 보자는 것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