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업 LS네트웍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업태 향배따라 성안길 로드숍 변화 불가피

▲ 13년간 법정관리를 받아오던 흥업백화점이 LS네트웍스를 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이 이뤄지면 흥업백화점은 법정관리를 종결하고 LS네트웍스를 새 주인으로 맞게 된다. 취임 6개월만에 MOU체결을 성사시킨 이인선 대표.
지난 2월 이인선 대표 체제로 전환한 흥업백화점이 6개월간의 M&A 추진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LS네트웍스를 선정했다. 흥업백화점이 이번 협상을 통해 13년간의 법정관리를 종결하고 LS네트웍스를 새 주인으로 맞이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흥업백화점의 M&A 성사여부에 따라 성안길 상권 및 지역 유통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5일 흥업백화점은 M&A 우선협상대상자로 LS네트웍스가 선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LS네트웍스가 법원으로부터 승인을 받음에 따라 23일부터 시작되는 2주간의 실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인수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백화점이냐 전문숍이냐
1991년 문을 연 흥업백화점은 1995년 부도를 겪고 1998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법정관리가 만료되던 2007년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 5년간의 연장을 얻어냈다. 이후 경영정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홀로서기를 진행했다. 그 결과 최근 몇 년간은 영업이익을 발생시키며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법정관리 만료일까지 480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종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몇 년간 지역경기가 위축되는 등 외부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으로 이어지자 청주지법은 경영정상화보다 M&A를 통한 채무상환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2월 M&A 성사 경험이 있는 이인선 대표를 법정관리인으로 임명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공격적인 M&A를 추진했고,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7곳 가운데 LS네트웍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공교롭게도 LS네트웍스는 LS그룹이 2000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국제상사를 인수해 세운 기업이다. 전신인 국제상사는 토종 스포츠브랜드인 프로스펙스로 알려진 기업이다. LS그룹은 2007년 국제상사를 인수하면서 소비재 유통상사를 내세우며 회사명을 LS네트웍스로 변경했다.

이후 일본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과 미국 브랜드 스케처스, 독일 브랜드 잭-울프스킨 등의 국내 론칭을 통해 종합스포츠브랜드 사업영역을 완성해가고 있다. LS네트웍스는 이 밖에도 차량유통사업과 부동산 임대 사업 등도 진행하고 있으며, 연매출 1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소비재 유통상사를 표방한 LS네트웍스가 흥업백화점 인수에 뛰어든 것을 두고 이후 사업방향에 대한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백화점의 형태를 유지할 것인지, 자사가 보유하고 스포츠·레저 브랜드숍으로 운영한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역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백화점의 형태를 유지할 경우 현재 흥업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는 대부분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힘 있는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입점 브랜드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을 유지할 경우 로드숍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도 가능하다.

백화점 형태로 유지된다면 흥업백화점 직원들의 고용승계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로드숍들의 브랜드 재편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대기업 인수, 성안길에는 호재
백화점의 형태가 아니라면 가장 유력한 형태는 스포츠레저용품 전문점으로의 전환이다. LS네트웍스가 이미 다수의 세계적 스포츠레저용품 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에 20여개 브랜드 자전거와 관련용품을 판매하는 자전거 멀티숍 ‘바이클로’를 오픈하기도 한 LS네트웍스는 이미 2012년까지 전국에 60개 매장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6일에는 흥업백화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브랜드 유통망 확보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힌 점 등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인선 대표는 LG네트웍스가 인수하더라도 백화점 형태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LS네트웍스도 흥업백화점이 전국에 몇 남아있는 않은 향토백화점이라는 상징성을 인식하고 있고, 자사 제품만으로 매장 전체를 채우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백화점 형태를 유지한다면 백화점 운영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고용승계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LS네트웍스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성안길 상권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 입점으로 인한 쏠림현상을 우려했던 성안길상가번영회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대기업이 인수한다면 성안길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2주간의 실사를 마치면 매각·인수액을 조율하게 된다. 적정한 금액을 제시하면 채권단의 동의 등을 거쳐 법원의 승인을 받아 매각이 종결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재판부의 의사결의 절차 등이 있어 조금 늦어질 수도 있겠지만 올해 안에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2003년 갤러리아 백화점이 인수전에 나섰던 적이 있지만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인수업체가 구체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어느 때보다 성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속단하기는 이르다. 얼마에 거래하느냐는 가장 큰 쟁점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인수가액은 100억원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48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느냐는 것이다. 부채 480억원 가운데 원금은 150억원이다. 나머지는 13년간 불어난 이자다. 이런 점에서 채권단과 합의는 원만히 이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우선협상대상자인 LS네트웍스에게 기존 입점업체 보호와 인수 후 3년 동안 직원들의 고용승계 보장을 인수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밝히며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영업이 위축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하는데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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