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열·태양광·풍력에너지의 힘 확인한 부안시민발전소 방문 경험 소중

짙푸른 초록이 넘쳐흐르는 7월. 한여름 태양이 온 천하를 뜨겁게 달구는 이 계절에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풀꿈기행팀은 전라북도 부안으로 향했다. ‘부안시민발전소’. 그 이름이 다소 낯설 수도 있는 이 곳은 전북 부안군 하서면 등용마을로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사실 부안은 2003년부터 2년간에 걸친 핵폐기장 반대투쟁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지역인데, 부안시민발전소는 이 투쟁의 성과로 평범한 주민들 스스로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세워진 그야말로 ‘발전소’이다.

▲ 부안시민발전소에서 기념촬영을 한 풀꿈기행팀.
탐방인원 90여명이 함께 한 7월 생태탐방의 화두는 바로 ‘기후변화와 대안에너지’이다. 폭염, 홍수, 태풍, 가뭄, 지진, 해일, 수온 상승, 전염병과 질병의 확산, 멸종 생물종의 확산, 생태계의 교란, 바다속으로 사라지는 섬나라, 물부족, 그에 따른 식량 부족… 이는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카테고리 안에서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이다. 이름하여 ‘기후재앙’들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류의 ‘생존’의 문제를 부르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매년 견디기 힘들만큼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이 더위가 바로 ‘인류의 생존’의 문제로 연결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기후변화의 원인이 바로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인간사회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대안에너지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부안 등용마을을 찾은 이유이다.

▲ 태양광발전에 대해 설명을 듣는 사람들
▲ 부안시민발전소의 풍력발전기
재생에너지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

등용마을로 떠나는 2시간여 동안은 날씨가 찌뿌둥하더니 급기야 비를 뿌리기 시작하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쏟아지는 태양의 열기가 원망스러울 정도였는데 막상 에너지 문제를 쥐고 떠나는 길목에서 쏟아지는 비는 왜 이리 반갑지 않던지. 왜냐하면 태양열조리기로 계란후라이를 직접 해보는 체험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등용마을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비가 그쳤다. 논밭이 펼쳐진 평범한 농촌마을. 그 마을 입구에 있는 오래된 소나무숲길을 따라 들어가 바로 접하게 되는 천주교 부안성당 등용공소. 그리고 그 뒤에 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건물이 바로 우리가 찾는 곳이다. 그런데 부안시민발전소는 문규현 신부님이 함께 하는 생명평화마중물과 함께 있었다. 부안시민발전소는 생명평화마중물과 함께 마을공동체를 기반으로 지역주민들과 함께 일구는 그런 곳이었다.

우리는 부안시민발전소의 이현민 소장을 만났다. 이 소장의 ‘마을에서 희망을 만든다’는 주제 강의는 많은 걸 생각하게 했다. 이곳의 재생에너지 시설은 태양광, 태양열, 지열, 풍력, 자전거 발전기가 있다. 햇빛발전소 1,2,3호기를 비롯한 각 에너지 시설들 앞에서 각각의 기능과 의미를 이현민 소장에게 듣는 동안은 사뭇 진지했다.

그리고 참 신기하다는 표정들이었다. 낮에는 태양의 열에너지를 받느라 거꾸로 돌아가는 계량기, 자체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 되팔고 한달에 2000~3000원 정도 밖에 내지 않는 전기요금, 그리고 사람의 힘으로 직접 돌리는 자전거 발전기로 선풍기도 돌리고 영화도 보고 휴대폰 충전도 한다니…모두가 새롭고 흥미로웠다. 태양열, 태양광, 풍력 에너지의 원리가 참으로 자연의 시스템에 인간의 삶을 편입시키고 일치시켜가는 것임을 느끼는 순간들이었다.

▲ 적벽강 바다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그런데 이런 지역단위의 재생에너지 시설들이 더 확산되고 대중화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2012년에 폐지하고 대규모 6대 발전회사를 중심으로 일정비율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의무할당제도’(RPS)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로 인해 지역단위, 또는 마을단위에서 스스로 자립하여 분산적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단위의 재생에너지 시설이 더 확산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가 이날 견학한 재생에너지의 미래를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의 문제는 또 다른 숙제가 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환경파괴현장 확인

우리는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곧바로 적벽강으로 향했다. 부안은 사실 볼거리가 참 많은 곳이다. 서해바다를 접하고 있어 훌륭한 자연경관이 많다. 채석강은 이미 많이 알려진 곳이다. 그런데 우리는 적벽강으로 갔다.

그곳에서 천연기념물인 후박나무 군락을 보았고 수성당을 거쳐 본격적으로 적벽강의 바닷물에 몸을 던졌다. 아이들이 가장 신났다. 그도 그럴 것이 시간은 벌써 3시가 넘어 흐린 하늘이 언제였냐는 듯이 태양이 너무나 뜨거웠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주상절리와 돌과 파도의 합작품인 돌개구멍도 볼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은 새만금 방조제로 개통된 도로를 이용했다. 세계 최장 길이 33.9km의 방조제. 약 20여년에 걸친 반대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완공된 세계 최대의 환경파괴현장이었다. 처음엔 논경지를 중심으로 한 간척사업으로 이야기되었던 것이 지금은 문화관광산업단지로 조성 중이란다. 시대의 비애가 아닐 수 없다.

▲ 정호선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자연의 친구들
새만금, 사라져버린 갯벌, 재생에너지를 실천하고 있는 등용마을, 그리고 잘 알려진 변산공동체와 재생에너지로 농사를 짓는 마을인 갈전마을. 모두 부안에 있는 것들이다. 생태적 가치에 대한 많은 생각, 그리고 우리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를 일깨워주는 곳이다. 전라북도 부안을 우리는 오래 기억할 것이다. / 정호선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