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청 담장 허물기는 공무원들의 주차공간 내놓는 것부터
서민들의 땀방울 소홀히 하지 않는 게 서민중심도 건설의 요체

▲ 허원 교수
특별기고 / 허원 원흥이 생명평화회의 상임의장·서원대교수

서민의 아들로 태어나 누구보다 뼈저리게 서민의 애환을 겪었던 이시종지사는 취임 후 인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보고 듣고 가슴으로 느꼈습니다. 생명의 곳간을 채우는 농부의 시름을, 어둠을 밝혀 새벽을 여는 서민들의 눈물을, 삶에 찌든 거친 손을 내밀며 용기와 희망을 주신 상인들의 주름살을 생생히 체험했습니다.”

지난 선거때 이시종후보는 MB정권의 경제정책과 정우택지사의 경제특별도를 싸잡아서 MB정권 2년 대통령은 웃지만 서민은 울고 있고, 경제특별도는 알고 보니 경제하락도고 도지사 개인경제만 특별한 경제특별도였다고 일침을 놓았다. 세계경제의 위기 속에서 휘청거리던 나라경제가 차츰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대기업이나 부유층은 그 혜택을 보기 시작했지만 소상공인이나 농민들의 서민경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실업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있는 상황이었다.

많은 변수가 잠복하고 있어 그 열매를 맛보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경제특별도의 브랜드 24조원의 투자유치약속은 하루가 급한 서민들의 피부에는 와 닿지 않는데 정지사 개인재산은 임기동안 수십억이 증가해 전국의 광역자치단체장 중에서 최고를 기록하고 있으니 선거전에서 좋은 공격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청주지역 최대의 영구임대아파트지역인 산남주공2단지에서는 가난과 정신질환으로 매년 수명씩 투신자살하여 그 동안 100여명이 넘는 자살자가 나왔다. OECD국가 중 자살율 1위인 우리나라의 자살율 1위 지역이 청주 한복판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라는 사실은 지자체단체장들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옛날 맹자가 양(梁)나라 혜왕(惠王)에게 물었다. 사람을 몽둥이로 죽이는 것과 칼로 죽이는 것 사이에 차이점이 있습니까. 혜왕은 차이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사람을 칼로 죽이는 것과 정치로 죽이는 것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습니까. 혜왕은 군주인 자신의 정곡을 찌르는 맹자의 질문에 아찔해졌다.

백성을 잘 보살피도록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이 자연재해나 흉년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지 않아 백성들이 굶어 죽거나 생활이 도탄에 빠지는 것은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더 나쁜, 정치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는 게 맹자의 경고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쥔 통치자나 관리는 어쩌면 그들의 손끝에서 백성의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의원과도 같다.

정우택지사가 ‘잘사는 충북, 행복한 도민’이라는 도정목표 아래 충북 경제의 미래의 파이를 키우는데 전력투구하여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하였지만 하루하루가 시급한 연약한 하층 서민들이나 장애인, 다문화가정의 구성원들이 장래의 파이를 바라보며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냉혹하고 각박한 현실이다. 혹자는 정우택지사가 재임 중 급료의 70%에 육박하는 2억6천만원이라는 거금을 각종 기부금으로 내놓아 사회지도층으로서의 의무(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솔선수범하여 실행했다고 칭찬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백성들과 즐거움 나누는 지도자 필요

옛날 제(齊)나라 선왕(宣王)이 맹자에게 자신은 재물과 여색을 좋아하는 병이 있다고 고백하고 자문을 구했다. 그러자 맹자는 “주나라 시조인 공유(公劉)도 재물을 좋아하여 재물을 잔뜩 모았으나 백성들도 함께 모을 수 있도록 도왔고 주나라의 기초를 닦은 고공단보(古公亶父, 주나라를 창건한 무왕의 증조부)는 여자를 좋아하였으나 주변에 노처녀로 늙은 여자가 없게 하고 홀아비로 늙는 남자가 없게 하였다”고 대답했다. 지도자가 재물을 좋아하고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혼자서 즐기기 위해 백성들을 희생시키는가 아니면 백성들과 함께 그 즐거움을 나누고자 애쓰는가 하는 것이 지도자의 자질을 판가름하는 열쇠라는 말이다.

민선5기 이시종지사체제가 출범하면서 친 서민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충북도내 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은 지역경기가 호전될 것을 자못 기대하고 있다. 그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선 4기의 투자유치전담반이 아니라 중소기업 및 서민경제담당부서의 설치를 무엇보다 희망하고 있고 복지, 장애인, 문화관련 단체에서도 친서민적 정책 변화를 절규하고 있다.

권위주의 청산과 서민중심도의 기치 아래 진행되고 있는 도청 담장 허물기와 도지사관사개방은 그 상징적 의미와 함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이지사의 서민행보가 견제를 받지 않고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도민이 도지사’라는 구호를 내건 민선5기 체제에서 도정에 불만을 품은 도민의 점거가 두려워 철책담장을 철거하지 못한다면 그 구호부터 먼저 걷어낼 것을 권하고 싶다. 이시종지사는 정치적 쇼가 아닌 진실만이 가장 강력한 사회적 무기임을 강조해왔다.

권위주의 청산과 도청 담장 허물기

나는 도청 담장허물기는 철책을 철거하거나 벤치 몇 개를 더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민원인들이 불편 없이 도청을 방문할 수 있도록 도청공무원들의 주차공간을 대폭 내놓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청공무원들의 주차공간이 꼭 도청 안에 있어야할 이유가 있는가. 도지사관사문제도 그 규모나 관리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 활용방식에 대한 도민들의 회의와 불만을 무시해온데 권위주의적 잔재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옛날 제나라 선왕이 맹자에게 “나의 사냥터는 사방40리로 사방70리였던 주나라 문왕(文王)의 사냥터보다 훨씬 작은데 백성들이 왜 크다고 야단들입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맹자가 말했다. “당신은 그 안에 들어와 사슴을 죽인 백성을 살인죄로 처벌하지만 문왕의 사냥터는 백성들이 마음대로 들어와 꼴과 나무를 하고 꿩과 토끼를 잡으면서 문왕과 함께 사용하여 백성들이 오히려 좁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개방하기로 결정한 도지사관사는 주변의 주민들이나 복지, 장애인, 아동, 여성, 문화 관련 사회단체들과 함께 최선의 활용방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3%, 재정자립도 48%의 충북이 서민의 고통과 눈물위에서 이룩한 민선4기 경제특별도의 성과는 싫든 좋든 간에 민선5기 이시종지사의 계승과 보완을 거쳐 새로운 충북건설의 소중한 토대로 활용되어야 한다. 서민들이 흘린 한 방울의 피땀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서민중심도 충북건설의 요체임을 이시종지사가 가슴깊이 새기지 않는다면 새로운 충북의 미래는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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