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대한민국이 100명이 사는 마을이라면? 오늘 이 마을에선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마을 사람들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사는데 100명 중 21명이 서울이라는 울타리 안에 산다. 서울이란 집을 에워싼 경기에는 22명이 몰려있고 역시 경기 안에 있는 세 들어 있는 인천에도 5명이 산다. 마을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무려 48명이 모여 사는 셈이다.

아랫집인 충북과 대전, 강원에는 각각 3명씩 거주하고 물 건너 제주도에는 1명이 홀로 산다. 이 마을 사람 중 27명은 경상도 사투리로 말하고 11명은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마을의 100명 중 19명은 15세 미만의 아이들이고 81명이 어른인데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은 10명이다. 100명 중 52명이 남성이고 48명이 여성으로, 지구촌의 다른 마을에 비해 여성이 2명 정도 적다.

평균 3명이 한 가족을 이뤄 모두 33가족이 사는데 이 중 혼자 사는 집과 2명씩 사는 집이 각각 7곳이고, 4명이 사는 가족은 9곳, 5명 이상이 사는 가족이 3곳이다. 혼자서 살거나 2명이 사는 가족이 늘어나는 게 이 마을의 고민이다.

마을에 있는 집은 34채로 전체 33가족에 비해 1채가 남지만, 자기 집을 가진 사람은 21가족(62명)뿐이고 나머지 12가족(38명)은 남의 집에 산다. 이 마을 사람들은 스스로를 단일민족이라고 생각하지만 100명 중 1,2명은 다른 마을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이 마을의 전체 33가족 중에서 한 달간 그 가족이 모두 일해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월 100만원 이하인 집이 5집이나 되고, 월 100~200만원인 집이 11집, 월 200~300만원인 집이 9집, 월 300~400만원인 집이 4집, 월 400만원 이상인 집은 3집이다.

그 안에 3명이 사는 충북이란 모둠

3명이 사는 충북은 ‘도(道)’라고 불리는 9개 모둠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와 떨어져있다. 그러나 충북에는 바다만 없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마을이 형성된 이후 60여년 동안 단 1명의 촌장도 배출하지 못했으며, 총리라고 부르는 부(副)촌장도 없었다. 심지어는 반상회의 구성원인 장관조차 없을 때가 많다.

늘 인맥기근을 말하고 ‘가문의 영광’을 세워줄 초인(超人)의 탄생을 기다리던 와중에 몇 년 전에는 UN이라는 지구촌 마을회의에 총무를 파견하기도 했다. 온 식구가 들떴고 앞마당에 이를 기리는 정원을 만들기로 했으나 빠듯한 살림살이 때문에 포기했다. 

이 모둠의 가훈은 한때 ‘BIG충북’과 ‘경제특별도’였으나 구성원들에게 가세가 일어서는 감동을 주지 못했고 다른 무엇처럼 경제 역시 특별하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가장이 바뀌었고 ‘함께하는 충북’이라는 새로운 가훈을 내걸었다.

새로운 가장은 동네 앞개울에 삽질을 하자는 촌장의 방침에 반기를 드는 듯 했으나 보조금을 놓고 으름장을 놓는 촌장의 기세에 밀려 ‘4대천’이라고 부르는 취로사업에 동참할 기세다.

서울에 사는 MB라는 촌장은 마을회관의 기능 중 상당부분을 충북과 충남이 있는 동네의 중심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해 놓고서는 “언제 그랬냐”고 말을 뒤집은 전력이 있다. 이 같은 선동에 앞장선 것은 충남에서 태어난 부촌장이었다. 동네사람들의 성화에 다시 약속을 지키기로 했고, 부촌장이 물러났지만 촌장의 마음이 정말 바뀐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최근 바뀐 장관들의 면면을 봐도 그렇다.

충북인들은 늘 3%라는 규모 속에 갇혀 자조(自嘲)하며 산다.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자조(自嘲)를 자조(自助)로 바꿔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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