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수-사무부총장 마치고 지역구활동에 주력
정우택-6월28일 전입신고, 8월초 일부 짐 옮겨

정치적 대격변기인 2012년을 눈앞에 두고 한나라당 충북도당의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내부 목소리가 거세다. 17대 총선 전멸, 18대 총선 제천·단양 1석 등 국회의원선거 성적표가 보잘 것 없었음에도 지방선거 결과는 늘 우세했기에 그동안 권력구조에 대한 도전은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했다. 

그러나 6.2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충북의 지방권력마저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다 보니 이대로 가면 미래가 없다는 위기의식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19대 총선은 19개월 앞으로 다가왔고, 대선까지의 거리도 26개월에 불과하다.


▲ 충북의 정치1번지인 청주상당의 한나라당 세대주는 한대수 위원장. 그러나 정우택 전 지사의 출마설, 윤의권 전 위원장의 재도전 선언으로 내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6월28일 상당구로 전입한 정 전 지사 앞으로 배달된 우편물. / 사진=육성준 기자
도내 8개 선거구 가운데 제천·단양과 충주는 현역이 버티고 있다. 7.28 재보선 이전까지 충청권의 유일한 청일점(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송광호 의원은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으로 정치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충주보선에서 당선된 윤진식 의원은 초선이지만 MB의 고려대 인맥으로 지난 대선 당시부터 중용돼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지낸 정권실세다.

나머지 6개 선거구는 17·18대 총선에서 내리 패배한 곳이다. 윤경식(청주 흥덕갑), 심규철(보은·옥천·영동) 위원장은 16대 의원을 지냈지만 2패의 전력이 있다. 오성균(청원) 위원장도 변재일 의원에게 연패했다. 송태영(청주 흥덕을) 위원장은 전임 도당위원장으로서 6.2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멍에를 지고 있다. 2009년 10.28 재보선에서 낙선한 경대수(증평·진천·괴산·음성) 위원장도 중량감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집안싸움이 가장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한대수 위원장이 버티고 있는 충북의 정치1번지 청주 상당선거구다. 이곳의 민주당 경쟁자는 3선의 국회부의장 홍재형 의원이다. 홍 의원실 관계자는 “19대 총선을 통해 4선에 도전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이재오 의원 부활 변수 중 하나

한대수 당협위원장은 4일 한나라당 제2사무부총장 자리를 보은 출신인 이현재 경기도 하남시 당협위원장에게 물려주고 6일 청주로 내려왔다. 이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정우택 전 지사의 상당 출마설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구를 지키기 위해 내려왔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지만 ‘선출직 도전의 뜻을 접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것.

한 위원장이 자의든 타의든 19대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는 충북의 정치 1번지를 넘보고 있는 경쟁자들이 줄을 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내부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이 깔려있다.

왕의 남자 이재오 의원의 부활도 이 같은 전망과 무관치 않다. 재보선 당선에 이어 특임장관에 임명된 이 의원과 한 위원장의 관계는 그야말로 절친한 사이다. 한 위원장은 정계입문 이후 이 의원에 대한 호감을 공공연히 표현해왔다. 또 이 의원이 18대에 낙선한 뒤 1년 간 미국에서 칩거할 때도 국제변호사이자 버지니아주 한인회에서 활동하는 한 위원장의 아들과 긴밀히 교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위험이 따르는 선출직 도전보다 공사(公社) 사장 등 보다 편안한 자리를 보장해주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위원장이 복심(腹心)이라할 수 있는 측근 김수용씨를 지난 6월말 연세대 법대 선배인 이범관(경기 이천·여주) 의원의 보좌관으로 보낸 것도 일종 주변정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재오 의원에게 그런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 본인 앞가림도 어려울 텐데 내 운명은 내가 개척해야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한 위원장은 ‘정 전 지사 등 도전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정치하는 사람이 독불장군이 있나. 정치는 언제나 상대가 있는 것이다. 지난번(18대)에도 그랬다. 현재까지 내 자리는 여기다”라고 못을 박았다.

정우택 ‘상당 아니면 중부4군’

잠재적 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정우택 전 지사는 자신의 거취가 여론에 의해 한곳으로 쏠리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 전 지사는 6일 전화통화에서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지금은 어떤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정 전 지사가 6.2지방선거 낙선 이후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부영아파트에 거처를 마련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정 전 지사가 아직 서울에 머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6월28일 일찌감치 이 아파트로 전입신고를 마쳤으며, 8월초에는 책상 등 일부 이삿짐을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관계자는 “이사하는 날 한번 다녀간 뒤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17대에 출사표를 던졌던 윤의권 전 당협위원장은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2008년 8월 사면·복권된 뒤 청주시장 출마설이 나돌았지만 상당 출마로 결실을 굳혔다.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황에서도 청주를 지켰던 윤 전 위원장은 “어느 누구와 붙어도 자신이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교인 세광고 동문회장을 맡는 등 학맥관리에 들어갔다.

윤 전 위원장은 “공격적인 정치활동을 하겠다. 지금 당장 여론조사에선 밀릴지 몰라도 나중엔 모른다. 우택이형은 누구보다도 똑똑한 사람인데 차라리 서울로 간다면 몰라도 지역구(15·16대 중부4군)를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성균관대 선배이기도 한 정 전 지사를 향해 견제구를 던졌다.

이들 외에 이대원·오장세 전 충북도의회 의장도 출마기회를 엿보는 인물들이다. 이 전 의장은 6.2지방선거에서 청주시장 출마를 선언했다가 불출마로 선회해 뭔가 다음기회를 노리고 있는 게 분명하다. 다만 4년 뒤 통합시장보다는 차라리 국회가 쉽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오 전 의장은 지난 18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의장직까지 버렸으나 예선을 뚫지 못했다. 외국인전용 카지노 그랜드코리아 전무를 맡고 있지만 마음은 정치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정치신인인 두 전직 의장에게까지 참례(參禮)의 기회가 주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흥덕구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서원대 관선이사장 맡은 김병일 민주평통처장
TV만 틀면 나오는 박환규 가스안전공사 사장

▲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이 있지만 김병일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서원대 관선이사장을 맡고 박환규 가스안전공사 사장이 TV광고에 등장하는 것을 놓고 호사가들은 19대 총선을 연상한다. 사진은 가스안전 광고 캡쳐.
갑·을로 분리된 청주 흥덕구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누가 손을 들고 나선 것은 아니지만 이곳 역시 세대교체론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는 것. 현재 흥덕갑은 윤경식, 흥덕을은 송태영 위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윤 위원장은 공석 중인 도당위원장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도당위원장 선출방식 등을 논의하기 위해 11일 열리는 도당운영위를 이틀 앞둔 9일에도 “도전이란 표현이 애매하지만 도민과 당원에 뜻을 따라야 한다. 물론 이번에 안하면 내년도 있고 후년도 있다. 내가 하루살이도 아니고…”라며 현직 사수의지를 밝혔다. 윤 위원장이 도당위원장에 뜻을 두고 있다는 것은 당연히 차기 총선을 고려한 것이다.

흥덕갑에서 행보가 눈길이 가는 인물은 당초 18대 공천을 받았다가 윤 위원장에게 공천장을 내줘야 했던 김병일 민주평통 사무처장이다. 현재는 서울에 있지만 흥덕갑 관내에 있는 서원대 관선 이사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김 처장은 “학원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오히려 이미지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고향을 위한 일이란 점에서 기꺼이 수락했다. 정치에 뜻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사장 자리를 정치에 이용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고 밝혔다.

흥덕을의 송태영 위원장은 7월말 도당위원장 임기가 끝난 이후로 잠행 중이다. 지방선거 결과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를 피하는 인상이다.

송 위원장에 대한 도전자로는 지난 총선에서도 당내 경쟁자였던 박환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이 손꼽히고 있다. 박환규 사장 역시 서울에 있지만 자신이 직접 등장하는 가스안전 TV광고를 통해 시도 때도 없이 안방을 찾고 있다. 박환규 사장은 “가스안전관리는 홍보가 중요하고 이에 대한 비용이 책정돼 있어 전국적으로 내보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치복귀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박 사장은 “애정은 많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국회에서 일하고 싶다. 또 충북도당이 이대로 가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원들도 상당수 등을 돌렸다. 정리를 해주면 좋은데 상대가 있으니 내가 한다고 해서 시켜주는 것도 아니고…”라며 의지는 있지만 당장 나서서 타깃이 되는 것은 피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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