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전염여부 놓고 설왕설래
살 처분 장비 개선

지난 97년 홍콩에서 발생해 인명피해까지 낳았던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충북 음성과 충남 천안에서 발생된데 이어 전남과 경북에서도 발생되는 등 조류독감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조류독감 확산방지를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한 음성군 공무원과 농민들은 조류독감 최초 발생지인 삼성면에서 3.5㎞∼4㎞가량 떨어진 인근 대소면 오리농장 2곳과 오골계 농장에서도 조류독감이 발생하자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경계지역(10㎞이내)에서 조류독감이 추가 발생됨에 따라 위험지역(3㎞이내)의 닭과 오리는 모두 살처분 매몰하고, 경계지역의 오리 40여만 마리 등 모두 65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살처분 매몰하고 있다.
조류독감 확산방지를 위해 살처분 및 방역작업을 하던 공무원과 농민들은 경계지역인 대소면에서도 조류독감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허탈해 하고 있다.

대소면사무소 공무원들도 조류독감이 발생된 마을 앞에 통제초소 2곳을 설치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주민들은 아침부터 삼삼오오 모여 조류독감 확산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는 등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대소면과 인접한 진천군도 소독약품을 농가에 배부하고 예찰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감염경로와 확산 가능성

방역당국은 바이러스(H5N1)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만큼 해외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사람보다 철새 등 야생조류에 의한 바이러스 유입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류독감 발생농장 앞에는 청둥오리떼가 서식하고 있어 이들이 종계농장과 오리농장에 감염시킨 것으로 방역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발생지역 주변의 이동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가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야생조류에 의해 다른지역으로 전파될 수도 있다.

야생조류의 경우 날씨가 추워지면 계속 남쪽으로 이동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계속 확산시킬 우려가 있고, 오리의 경우도 이미 국내 유일의 원종 오리농장에서 감염이 확인된 만큼 이미 전국적으로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

증상 및 방역, 인체전염 여부

감염된 가금류는 폐사, 호흡기 증상, 산란율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인다. 닭은 감염 즉시 폐사 등 임상증상이 나타나지만 오리는 죽지 않고 산란율만 감소하다가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금류 사육농가들은 농장의 출입구를 1곳으로 제한하고 출입구에 세척 및 소독시설을 설치하는 등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수시로 임상관찰을 해야 한다.

조류독감 인체 전염여부를 놓고 지역민들간 설왕설래하는 등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에서 검출된 조류독감이 97년 홍콩에서 인명피해를 초래했던 바이러스와 같은 유형이지만 변이형태에 따라 인체 전염성 여부가 달라지는 만큼 아직 속단하기 힘들다.

일단 정부는 그동안 역학조사 결과와 농장주 및 종업원 등 조류독감 발생지역의 접촉자들이 아무런 증상도 보이지 않는 만큼 이번 조류독감은 인체 전염성이 없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보건원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의뢰한 조사결과가 나와야 최종확인이 되는 만큼 조사결과가 나올 동안은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살처분 장비 개선,가금류 소각처리 주장

조류독감 확산 방지를 위해 닭과 오리 등 가금류의 살처분 작업 인력들은 방역당국의 원시적인 장비와 작업실태에 대해 비판과 함께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0일 살처분 현장에 동원됐던 음성군청 소속 이모씨(6급)는 이날 동료들과 함께 10시간 넘게 닭과 오리 등 가금류에 대한 살처분을 하면서 하루종일 몽둥이와 쇠파이프만 들고 이리뛰고 저리뛰는 농장안 닭과 오리를 제압한 뒤 자루에 넣어 땅 속에 묻는 등 원시적인 방법으로 살처분 작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사전에 지급된 보안경의 경우 습기와 먼지 등으로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아 자신은 물론 다른 동료들도 아예 보안경을 벗고 살처분 작업을 해야 했다며 열악한 작업환경에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18일 살처분 현장에 동원된 공무원 김모씨(6급)도 사전에 지급된 몽둥이와 쇠파이프 만으로 양계장의 날뛰는 닭들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며 일부 동료들은 닭의 비명소리와 여기저기에서 피가 튀는 살처분 작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동료들의 힘든 사투작업에도 불구하고 작업능률은 당초 목표량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며 전자침봉 등 살처분 장비 개선을 요구했다. 주민들도 닭과 오리 등 가금류의 살처분 매몰방법에 대해 토양과 수질오염을 우려하고 있다.

대소면 주민 임모씨(52세)는 조류독감에 걸린 가금류를 살처분해 매몰하고 있는데 토양과 지하수 오염은 불보듯 뻔하다며 토양과 지하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가금류를 살처분한 뒤 소각처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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