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러리 호텔? 인디고 서원? 어쨌든 가보자


책을 좋아하는가. 그럼 미국 뉴욕의 라이브러리 호텔(www.libraryhotel.com)로 여행을 가라. 우리말로 도서관 호텔이다. 이 호텔은 전체가 하나의 도서관을 이루고 있다. 맨해튼의 번화가인 매디슨 애비뉴 299번지에 있는 이 호텔에서는 책과 함께 먹고 자고 쉴 수 있다. 오래된 사무실을 리모델링해 지난 2000년 8월 문을 열었다.

책은 듀이 십진분류법에 따라 비치돼 있다. 3층 사회과학부터 9층 역사까지 손님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에 들어갈 수 있고, 퇴실 할 때까지 못 읽은 책은 살 수도 있다고 한다. 손님들은 호텔로비에 들어서면 여러 개의 책장과 프론트 데스크 뒤에 있는 카드 목록함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2층에는 ‘열람실(Reading Room)’, 14층에는 안락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작가의 서재(Writer's Den)’, 햇볕을 쬐면서 읽을 수 있는 ‘시의 정원(Poetry Garden)’이라는 곳이 있다.

이 곳을 갈 수 없다면 부산 ‘인디고 서원’(www.indigoground.net)으로 가라.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서점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는 이 곳은 특별하다. 청소년 서점이라고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 골목에 서있는 이 서점은 지난 2004년 건립됐으나 역사에 비해 매우 유명하다. 허아람 대표(39)는 현재 아이들의 문화공간인 ‘인디고 아이들’,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 서점인 ‘인디고 서원’을 이끌고 있다. 허 대표는 ‘영코리언어워드 위원회(위원장 한완상)’가 지난해 한국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킨 20~30대 개인과 청년단체에 주는 ‘한국 청년상’ 첫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디고서원은 그동안 여러 가지 놀랄 만한 일들을 기획하고 해냈다. 지난 2008년부터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주최하는 글로벌 인문학 프로젝트 ‘2010 인디고 유스 북페어’를 개최해 올해 세 번째 행사를 연다. 그리고 ‘주제와 변주’라는 이름으로 매월 세미나를 열고 있다. 이미 유명한 학자·교수·작가들이 다녀갔다. 서점에서는 이달의 추천도서를 발표하고 인터넷 상에서 도서주문도 받고 있다. ‘인디고 서원’은 서점을 특화시킨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충북지역에도 이런 서점이 탄생될 때가 됐다.

본지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책을 주제로 한 기획특집을 마련했다. 명사들이 추천하는 책은 어떤 것이고, 왜 그 책을 읽을까···올 휴가 때는 책의 바다에 풍덩 빠져보자. 책 만큼 좋은 게 없다.

이시종 충북도지사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이시종 도지사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이시종 도지사 얼굴을 보면 다소 건조한 인생을 살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에 너무 가난해 휴학을 하고 농사일, 참외장수, 광산에서 금 캐기 같은 것을 했다는 말 때문일까. 그런데 이 지사도 ‘토박이 이시종의 충북생각’이라는 책에서 “나는 공직을 떠나면 마치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다른 데는 눈도 돌려보지 못했다. 사무실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주말에도 거의 사무실에서 보냈다. 그저 앞만보고 바보같이 살아왔다”고 썼다.

예상대로 이 지사는 취미가 별로 없었다. 시간 날 때 뭐하느냐고 묻자 “일 한다”는 재미없는 답이 돌아왔다. “충주시장 할 때도 가족들과 충주 송계계곡에 가서 하루 물놀이하고 오는 게 휴가의 전부였다”고 했다. 화려하거나 겉 멋이 전혀 없는 이 지사의 모습이 그려졌다.

'로마인 이야기' 제1권
그럼 책은? “책을 좋아하는데, 솔직히 읽을 시간이 없다. 출장갈 때 차 안이나 비행기 안에서 조금씩 본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책은 역사 책. 이 지사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를 추천했다. 현재까지 읽은 책 중 생각을 죽 정리해보니 이 책이 가장 추천하고 싶더라고··‘로마인 이야기’는 총 15권이나 되는 방대한 전집이지만, 이 지사가 읽은 것은 9권까지라고 했다. 로마제국 흥망성쇠의 원인과 로마인들의 이야기를 맛깔난 문체로 끌고가는 이 책은 전세계 독자들을 매료시켜 이미 유명하다.

이 지사는 “시오노 나나미의 묘사력에 감탄했고 상상력에 놀랐다. 카이사르 황제를 마치 옆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린 것도 놀랍다. 로마사에 대해서는 교과서에서 몇 줄 읽은 게 전부인데 소설로 읽으니 여간 감동적인 게 아니다”라며 저자 시오노 나나미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로마, 그 로마의 역사를 대중적으로 재미있게 그린 ‘로마인 이야기’는 사실 10여년 동안 멈추지 않고 매년 출간한 한 작가의 집념으로 태어났다.

일본인인 저자는 1964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어떤 교육기관에도 적을 두지 않고 혼자 공부했다. 40여년간 서양문명의 모태인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의 역사현장을 발로 취재하며 로마사에 천착하고 있는 그는 도전적 역사해석과 소설적 상상력을 불어넣는 독특한 문체를 사용했다. 시오노 나나미는 그동안 ‘르네상스의 여인들’ ‘바다의 도시이야기’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 ‘침묵하는 소수’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국내에서도 번역가 김석희씨에 의해 번역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지사는 ‘로마인 이야기’끝에 국내 역사소실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 과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었다. ‘임꺽정’은 우리나라 고유의 토속냄새가 나는 단어들이 많아 특히 재미있었다.” 풍부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오노 나나미의 문체와 질박하고 씹을수록 맛있는 벽초의 문체 모두를 사랑한다는 이 지사는 ‘지방자치 입법의 이론과 실제’ ‘모든 길은 충주로 통한다’ ‘토박이 이시종의 충북생각’을 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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