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위 위원·재정상태 등 ‘안갯속’… 태권도계 파벌 속 정상추진 의문

진천군과 세계태권도설립위원회(위원장 이춘재, 이하 설립위)가 ‘세계태권도대학교’를 설립하기로 하고 지난 21일 진천군청대회의실에서 투자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이 협약에 따르면 진천읍 일원에 66만 5000㎡ 규모로 대학시설, 복지문화시설, 체육공원 등 2015년까지 3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우선 1단계로 2013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진천군과 세계태권도설립위원회는 ‘세계태권도대학교’를 설립하기로 하고 투자양해각서(MOU)를 교환 했다.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협약에 기대는 되지만 그만큼 우려도 크다는 여론이다.
설립 계획을 보면 세계태권도대학교는 4년제로 태권도 대학, 경호대학, 무예대학, 스포츠복지 산업대학 등의 학부를 두고 학년별 정원은 1000명(총 정원 4000명)으로 외국인 학생 비율이 70% 이상 차지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이 협약에 대해 주위에서는 격려와 함께 의문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진천군 전략사업추진단 관계자들은 상당히 고무돼 있지만 극소수의 관계자들을 제외한 많은 공무원들과 진천군 의원들조차도 ‘되면이야 좋겠지만 걱정된다’는 반응이다.

이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은 협약식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진데다 순조로운 부지 매입 마무리를 돕는다는 이유로 대상 부지 주소도 공개하지 않고, 설립위 재정 상태나 위원들에 대한 정보도 공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철통보안 속 부지계약 성공”

이런 반응의 또 다른 이유는 진천군이 지난 2007년 6월 MOU를 체결하고 2009년 개교를 계획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우석대학교 아셈캠퍼스 설립문제가 사업주체의 재정 능력 문제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진천군과 설립위 관계자는 “부지 매입 계약이 85% 완료되었지만 정확한 위치를 밝힐 수는 없다”며 “3년간 극소수의 관계자만이 철통 보안 속에 진행해 왔다”고 말하면서 안정적인 추가 부지매입을 위해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

물론 원활한 부지 매입을 위해서는 보안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립위의 재정 능력 등 기초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고 MOU 체결 과정이나 내용에 대해서도 의문점을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으면서 걱정스런 반응에 대해 탓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협약식 전에 미리 배포되었던 보도자료에 의하면 강원식 국기원장이 참석 예정이었지만, 국기원에 확인한 결과 공보담당 책임자는 “세계태권도대학교 설립에 대해 전혀 들은 적도 없고 국기원장이 참석할 예정도 없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대해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며 협약식이 있던 날 국기원장은 중국에 있었다고 밝혔다.

교과부·국기원 비공식 접촉

이런 내용에 대해 설립위 관계자는 “위원장의 개인적인 친분관계로 약속 되었던 것으로 안다. 교육과학기술부든 국기원이든 비공식적인 접촉으로 협력과 지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일부 방송사에서도 설립 추진에 대해 교과부를 통해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협약식에 배석했던 이규창 진천군의회 의장도 협약의 내용이나 과정에 대해 “협약식 1주 전쯤 유 군수가 의회를 방문해 의원들에게 개괄적인 설명을 해 알게 되었다”고 말하고 “의원들은 대상 부지가 어딘지 알지도 못하고 오해를 살까봐 묻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성공하도록 격려와 함께 지원하겠지만, 민자 유치기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점을 군민들도 알았으면 좋겠다.”며 기대와 함께 걱정스런 반응을 나타냈다.

현재 설립위에 대해 알려진 것은 이춘재 위원장이 2007년 설립된 (사)세계태권도진흥원(wtu.or.kr) 이사장이고 1999년부터 세계태권도대학교 설립위원회를 꾸려오고 있다는 정도다. 다만 보도자료에 “태권도 관련인사 및 학계, 정계, 재계 등에서 많은 저명인사가 고문으로 함께하고 있으며 톱 탤런트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의회에도 1주일 전 통보

또 다른 걱정은 개교가 되더라도 파벌이 심한 태권도계에서 교육사업을 순항시킬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알려진 대로 세계태권도연맹(WTF)과 국제태권도연맹(ITF) 간의 세력 다툼과 태권도학과가 설치 된 많은 대학교들 간의 알력 다툼이 현존하고 있고 국기원 내부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설립위 관계자는 이런 배경 때문에 협약식에 국기원장이 참석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 부인하지 않으면서 설립위원장이 WTF와 ITF 어느 쪽에도 속해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게다가 국기원에서 ‘세계태권도 지도자연수원’을 운영하고 있고, 2013년 완공될 태권도진흥재단의 무주 태권도공원에서도 ‘태권도 지도자양성 정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으로 있다.

이런 녹록치 않은 현실 속에서 부지매입과 함께 개교가 되더라도 지속적인 학생유치가 최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주체의 재정 건전성과 교육사업 능력 그리고 업계의 적극적인 협력과 중앙과 지방 정부의 협력과 지원도 필수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높다.

또한 사업 성공을 위해서 군에서는 군민들과 함께 사업주체에 대해 정보 공유를 통해 사전 점검을 해야 되고, 사업주체는 사업방향과 정책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과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된다는 충언을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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