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때문이라는 소문 돌아

최근 청주시 남상우 전 시장의 임기말 특정 방송·신문사 예산 지원을 둘러싸고 지역 언론계에 논란이 분분하다. 시민언론단체인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충북민언련)’은 홈페이지 기사를 통해 논란의 내용과 배경을 소개했다. 충북민언련이 지난 23일 게재한 기사의 전문을 싣는다.

▲ 충청투데이 5월26일자 1면
그렇다면, 왜 남상우 전 청주시장은 충청투데이에 6천만원이라는 거금의 보조금을 준 것일까. 사실상 충청투데이는 대전에 본사가 있다고 해서 출입기자단에서도 배제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남상우 전 시장이 거액의 보조금을 준 언론사가 또 한군데 있다. CJB청주방송에는 1억원이 넘게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상우 전 시장이 선거에 떨어지고, 임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이들 언론사에게 거액의 보조금을 꼭 챙겨줘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 중부매일이 보도한 CJB 여론조사 결과
여론조사 때문에 보조금 집행한 것 소문
그 실마리는 여론조사 보도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언론계에서 들려왔다. 청주시장 선거는 초반부터 박빙이었다. 몇 차례 여론조사를 할 때마다 1% p차 정도만 벌어졌을 정도다. 그런데 선거 막바지가 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남상우 후보와 시장으로 당선된 한범덕 후보 간의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조사 결과도 더러 있었다.

방송사 여론조사 결과부터 살펴보자. 5월26일 CJB 종합뉴스 <초박빙승부>에서는 한나라당 남상우 후보 41.3%, 민주당 한범덕 후보 42.3%로 한범덕 후보가 불과 1%p 앞서는 걸로 조사됐다. 당선가능성은 남상우 후보가 더 높게 나왔다. 이 조사는 CJB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청주시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로 실시했으며,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였다.

충청투데이와 CJB만 남상우 후보에게 유리
그러나 MBC와 KBS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조금 달랐다. 한범덕 민주당 후보의 지지도가 48.4%로 한나라당 남상우 후보(35.8%)보다 12.6%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MBC, KBS공동여론조사는 유권자 4천명을 대상으로 했다.

한편, 같은 날 충청투데이도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5월26일자 1면 < 0.1%p … 청주시장 초접전>에서는 “충청투데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베스트사이트(한국갤럽조사연구소 자회사)에 의뢰해 25일 하루 동안 청주지역 성인 남녀 52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ARS)를 긴급 실시한 결과 청주시장 후보 지지도에서 한범덕 후보가 44.2%로 44.1%를 얻은 남상우 후보에게 0.1%p차 앞섰다”고 보도했다.

당시, 남상우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 보도와 관련해 KBS와 MBC를 항의 방문까지 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같은 상황만으로 짐작해본다면, 남상우 전 시장이 자신에게 다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CJB와 충청투데이에 제대로 보조금을 챙겨준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여론조사’ 때문이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홍보예산 집행기준이 없으니, 단체장이 재량으로 적당한 명분 없이도 주민들의 ‘혈세’를 퍼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따져야 하는 것일까.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되풀이 될 수 있는 대표적인 혈세 낭비 사례가 될 것이다.

홍보예산 집행기준이 필요하다
충청투데이와 출입기자단 보조금 상호비판 칼럼 게재

남상우 전 청주시장이 지난 6월에 충청투데이에 음악회 행사 보조금으로 6천만원의 예산을 집행 결정한 것을 두고 출입기자들과 충청투데이 간 공방이 오고갔다.

충청투데이 충북본사(충청투데이는 ‘지사’라고 표현하지 않고 ‘본사’라고 쓴다. 그 이유는 독립적인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광형 편집국장은 22일자 칼럼 <3류 저널리스트들의 오만과 착각>에서 청주시청 출입기자단이 충청투데이에 보조금을 많이 지원했다며 한범덕 청주시장을 항의 방문한 것을 두고 기자단의 월권이며 촌극이라고 비난했다.

이광형 편집국장의 주장은 대략 이렇다. 지역신문에 대한 자치단체 보조금 지원이나 광고는 해당 매체의 발행부수와 영향력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고, 지역신문의 극성에 못이겨 발행부수와 무관하게 광고비와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시장경제주의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 국장은 출입기자단의 ‘항의’를 가장 많은 독자를 보유한 충청투데이를 음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 지역신문 중 유일하게 충북신문들만이 80년대 말에 책정된 광고비를 받고 있고, 자치단체 광고비 역시 타 지역의 절반수준”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 차라리 담합을 하려면 이런 추태를 물리치고 빵의 크기를 키워야 하는데 뒷거래를 하는 것을 보면 자존심마저 내팽겨친 것 같다. 통탄할 일이다. 종착역은 약자들의 공멸”이라고 주장했다.

관행으로 집행되는 예산

한편, 충청타임즈 한인섭 사회부장은 23일자 기자수첩 < 충북기자들이 ‘3류’라니>에서 이광형 편집국장의 칼럼에 대해 “ 이광형 국장이 ‘3류 저널리스트들의 오만과 착각·선출직 공직자의 약점을 볼모로 한 오만의 극치’라고 표현한 것은 충북 신문사와 기자들을 향한 감정적인 발로인 것으로 보여져 심히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한 기자는 청주시청 출입기자단 간사 역할을 맡고 있는 기자로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왜 한범덕 시장과 면담을 가졌는지를 밝혔다. 한 기자는 “언론사에 대한 보조금 지원 자체를 탓하기 보다는 낙선한 단체장이 임기 종료를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서 적잖은 예산을 개인적 판단으로 결정할 수 있느냐는 객관적 시각의 우려를 전달했고, 시정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전·충남에 본사가 있는 언론사나 그곳 자치단체들이 대전·충남에 진출해 있는 충북에 본사를 둔 신문사들을 대하는 태도를 고려하면 이번 청주시의 결정은 충북지역 신문사나 출입기자들의 정서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사안이었던 점도 상당부분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 기자는 “이광형 편집국장이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언론사 간에 이뤄진 일들을 마치 큰 하자가 있는 양 지면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상대 신문사 종사자들을 3류급으로 폄훼하려는 태도가 중견기자로서의 금도인지를 오히려 되묻고 싶은 심정”이라며, 누가 3류급 기자인지 공개적으로 따져보자고 요구했다.

사실 이같은 문제들은 자치단체가 언론사에 홍보예산을 지급하는 데에 있어 별다른 기준이 없이 ‘관행’으로만 집행했기 때문에 붉어지는 것이다. 충북민언련에서도 여러 차례 자치단체 홍보예산을 정보공개청구해서 분석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다른 언론사들이 반발할 것을 두려워 해 적당히, 골고루 나눠주는 식이었다. 충청투데이 이광형 편집국장의 말처럼,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에 예산을 더 주는 식이 아니라 발행된 지 1년만 넘으면 동등한 광고 예산이 집행되며, 각종 문화체육행사 보조금도 지원범위가 들쭉날쭉했다.

홍보예산 집행기준은 무분별한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이 국장은 매체선택의 권리는 소비자의 몫인데 왜 기자단이 소비자의 권리를 찬탈하느냐고 했지만, 여기서 자치단체는 일반 소비자와 다르다. 자치단체를 소비자로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자치단체는 ‘세금’으로 신문사에 광고도 내고, 보조금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니 명확한 집행기준은 필수적으로 필요한 요소다. 이를테면, 발행부수와 독자수를 정확히 공개하는 신문, 신문사 종사자나 기자들이 범죄 경력이 없는 신문, 건전한 지역여론 형성을 위해 애쓰는 신문, 지역신문발전지원을 받는 신문 등에 차등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충북민언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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