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총선 앞두고 비례대표 후보로 거명
강-열린우리당, 최-한나라당, 이재희 회장은 장고(長考) 중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출마자들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비례대표를 희망하는 후보들도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여성계에서 여성후보들에게 비례대표 순위를 1, 3, 5, 7, 9…번 식으로 줄 것을 각 당에 요구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것이 실현될 경우 국회에 진출하는 여성의원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성계는 여성의원 비율이 전체 5.9%에 불과, 여성의 지위가 형편없이 낮으므로 차제에 국회에 많이 입성하여 여성의 목소리를 내자는 분위기다. 어쨌든 아직까지 여성의 지역구 출마는 위험부담이 많아 일단 비례대표 문을 두드리려는 여성들이 전국적으로 꽤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늘의 뜻으로 생각한다”

청주에서는 강혜숙 전 충북여성민우회 회장(청주대 무용과 교수)이 열린우리당, 최광옥 전국주부교실 충북지부장(청주시의원)이 한나라당 비례대표에 나서기로 마음을 굳혔고 이재희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공동대표가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강혜숙 전 회장(56)은 지난 7월 신당추진연대회의에서 홍재형 의원과 충북 대표를 맡으면서 정치권과 손을 잡았다. 강 전 회장은 “서울에서 충북 대표를 맡아달라는 연락이 와서 처음에는 잠깐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만 말하고 구체적으로 누구와 선이 닿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현재는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이며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위원장 신분을 가지고 있고 내년 2월에 치러질 새 중앙위원 선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체 80명 중 여성 몫으로 25명이 있어 강 전 대표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충북여성민우회·충북연대·서울 희망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맡으며 줄곧 진보진영의 대표 역할을 해 온 강 전 회장은 충북민예총의 전신인 충북문화운동연합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그러나 강 전 회장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것에 대해 아직도 의아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때묻지 않은 정치인인 만큼 진흙탕인 정치판에 들어가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이에 대해 그는 “정치권에 들어가면서 개인의 행복이 깨져 한동안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도 하늘의 뜻으로 생각한다. 하늘이 나에게 일을 더하라고 떠민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변했다. 국회에 진출하는 것도 여성운동의 연장선상이며 운동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라고 정리한 강 전 회장은 전공인 무용을 살려 춤으로 물결치는 한반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비례대표 출마를 위해 얼마전 충북여성민우회 대표 자리도 내놓았다.

“아직 결정 못해”

그리고 지난해부터 구체적으로 거명됐고 본인 또한 출마를 심사숙고 해 온 이재희 회장(49)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청주여성의전화 회장 임기는 끝났으나 중앙에서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공동대표·법무부 정책위원·극동대 관선이사·방송심의위원·대통령직속지속가능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국구’ 인사인데다 벌써부터 국회의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이 나돌아 이 회장의 거취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한 마디로 “아직 결정을 못했다”고 말했다. “성 주류화를 위해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반드시 필요하고 여성 국회의원이 늘어나야 여성주의 가치관이 국정에 반영될 것이다. 따라서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는 범 여성계가 힘을 합해야 한다. 정치는 남·녀가 같이 하는 것이지 이분법적으로 서로를 적대시하며 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그는 우스개소리로 이화여대 여성정치 지도자과정에서 만난 각 당 여성위원장들이 자신에게 서로 들어오라고 한다며 웃었다.

그렇다고 무리를 하면서까지 정치를 할 생각은 없다는 그는 연말까지는 구체적인 진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이 회장의 비례대표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어느 당으로 갈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 회장의 정치권 진출에 대해서는 대체로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다만 열린우리당으로 갈 경우 강혜숙 전 회장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의원 3선 딛고 국회의원 도전

3선의 청주시의원인 최광옥 의원(46)은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의원은 “전국주부교실 이윤자 회장이 불러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로 한 번 나가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두 번이나 거절했지만 이 회장이 세 번째 다시 불러 국회에 들어가 여성의 목소리를 내고 여성권익을 대변해보라고 해 생각중이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윤자 회장은 이미 최의원을 한나라당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의원은 지난 94년부터 전국 주부교실충북지부장을 맡아왔다. 

하지만 최의원은 3선 의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여 자신을 뽑아준 모충동 주민들에게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싶다고 말해 내심 갈등을 겪고 있음을 내비쳤다. 지난 91년 지방자치가 부활되면서 시의회에 들어간 그는 드물게 3선에 성공, 주목을 받아 왔다.

충북여중 총동문회장·새암장학회장·충북여성포럼 운영위원·충북 여성발전기금 심의위원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하는 그는 기회가 되면 국회의원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히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회원 35만명을 두고 있는 전국주부교실 차원에서도 최의원을 밀고 있고, 충북여성단체협의회에서도 한나라당에 추천서를 냈다는 게 주부교실 충북지부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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