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별 1억 5000만원 안팎으로 받았다”
윤의권씨, 22일 발언 놓고 지역정가 촉각

천문학적인 불법 대선자금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지만 정작 지방은 무풍지대다. 그 많은 돈을 중앙당 혹은 당 재정관계자들이 해치웠다(?)고 치부하면 속편하겠지만 판단은 결국 상식선을 맴돈다. 지방에도 일정액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개연성’을 항상 의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도내 한나라당이 문제의 ‘지방 대선자금’을 놓고 한바탕 소동을 빚었다. 22일 한나라당 청주 상당출마를 준비하는 윤의권씨(미래충북포럼 대표. 한나라당충북도지부 부위원장)가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던진 말 때문이다. 이날 윤대표는 “지난 대선 때 도내 지구당에도 각각 1억5000만원 내외가 내려 왔다. 이미 중앙에서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진만큼 당시 충북에 내려 온 대선자금의 전모를 밝히는 것도 유권자에게 떳떳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 이를 전해들은 일부 기자들이 당쪽에도 확인취재에 나서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물론 윤대표의 발언을 전해들은 도지부측의 분위기는 한 때 격앙되기도 했다.

기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윤의권씨측이 발언의 본질을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윤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미 같은 당의 권오을의원이 대선 때 지구당에 내려 온 선거자금이 1억2000만원이라고 밝힌 바 있어 나도 이를 근거해 가상치를 얘기한 것 뿐이다. 지금 정치권이 대선자금 때문에 서로 헐뜯기만을 주고받고 있는데 여야 구분없이 그 전모를 깨끗하게 밝혀야 우리나라 정치가 다시 국민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들은 얘기는 달라
그러나 당시 참석한 기자들의 얘기는 윤대표의 해명과는 다소 차이점이 있다. Q기자는 “지구당별로 1억5000에서 2억원이 떨어졌고. 지구당에 따라선 아직 이 돈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된다. 대선자금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추가로 물으니 영수증 운운하면서 기사를 써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파급을 우려, 출입기자단에선 서로 알아서 판단했고 일종의 소극적인 엠바고를 떠 올린 것이다. 실제로 기자들은 윤대표가 차후에 구체적 자료를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그날 발언 내용은 받아들이기에 따라 특정인을 겨냥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었다. 정치자금 얘기를 하면서 과거에 모 지역구 의원한테 후원금을 냈는데 자기도 영수증 처리가 궁금하다는 말도 했다. 당 조직을 통해 공식적으로 지원된 자금외에도 당 지도부 방문 때마다 전달받은 격려금 등도 투명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얘기의 대체적 줄거리는 본인은 대선 때 2030위원장을 맡아 사비를 써가며 죽어라 선거판을 누볐는데 검찰에 의해 밝혀진 불법 대선자금을 보면 본인뿐만 아니라 지지자들이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고, 이런 천문학적인 불법 자금의 사용처가 궁금하니 지방에서도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 언론에서 시비를 걸려면 얼마든지 가능한 얘기였다”고 밝혔다.

지방의 대선자금은 지난 12월 12일 한나라당 권오을의원(경북 안동)이 방송사와의 인터뷰중 “지난해 대선 당시 중앙당으로부터 국고보조금과 당 지원금을 합해 1억2천만원을 받았다. 97년 대선 때보다 훨씬 많았다는게 지구당의 공통된 의견이다”고 발설함으로써 처음 그 규모가 드러났다. 당시 권의원의 발언은 전국 227개 지구당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이 선관위에 신고한 대선자금 226억원을 훨씬 넘는 것으로 당장 정치권의 정쟁으로 이어졌다. 충북지역의 대선자금 규모는 신경식도지부장이 당시 이회창후보 캠프 인맥중에서도 핵심인 대선기획단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이래저래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권오을 발언의 재탕에 불과?
한편 윤의권씨의 이날 발언에 대해 도지부 관계자는 전후관계가 다소 와전돼 전해지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당사자와 당시 참석한 기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그 자리서 나온 얘기는 우리당의 원오을의원이 한 얘기를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 만약 이 선거자금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면 그 규모가 얼마이든 중앙당에 자진 신고해 확실하게 하는 것이 당으로서도 떳떳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인데 마치 무슨 큰 문제가 있는 양 오해를 샀다. 결코 확대해석하면 안 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고 그들도 인정했다.”

윤대표의 이날 발언에 대해 다소 색다른 해석도 제기된다. 모종(?)의 정치적 결단에 대비, 멍석을 까는 것이 아니냐는 억측이 그것인데, 윤대표측은 “말도 안 되는 비약”이라며 펄쩍 뛰었다. 윤대표는 “정치권 전체에 대해 내년 총선 출마자로서 나름대로 걱정과 비판을 제기한 것 뿐인데 사석의 얘기이다보니 일부 실제와는 다른 말이 밖으로 나오는 것같다. 영수증 얘기도 그렇다. 선거가 끝나면 으레 불법 자금문제가 불거지니만큼 정당들이 철저한 당무감사를 통해 가짜영수증 행위를 근본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 것 뿐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의권씨의 대선자금 관련 발언을 전해 들은 지역의 한 정치 전문가는 “지금의 대선자금 공방에 대해 지방 정치인들도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것이다. 차제에 지방에서도 문제의 대선자금과 관련, 한번 정확하게 걸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법 대선 자금의 규모는 사실 지방에서부터 밝혀져야 한다. 중앙단위의 300억, 500억원에만 집착할게 아니라 1, 2억 수준의 지구당별 지원내용을 들춰 보면 총체적인 규모가 드러나지 않겠는가. 아마도 지방의 경우 일단 얘기가 되면 숨길래야 숨길 수도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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