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타. '신점 문어' 파올. 일련의 사태에 대해 '파올'의 힘을 빌려야 할까? 국무총리실이 부도덕한 불법사찰에 이어, '블랙리스트 파문'이 화제다. 블랙리스트 진실공방에서 파올의 족집게 빨판은 김미화씨와 KBS 중 어느 어항으로 움직일까

블랙리스트는 정통성, 도덕성, 합법성 시비에 시달리던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안정적인 '장기집권'을 노리고 83년 6월의 해직교수 복직과 사면복권을 단행했던 '유화국면 조성기'에 터져나왔다.

그해 6월 10일, 고려피혁 노동자들이 발견한 다섯 묶음의 서류철엔 노동운동과 시국사건 관련자 763명의 이름, 생년월일, 해고일자, 사진과 '문제 노조'의 조직표 등이 기록되어 있었다. 관리공단 이사장이 각 기업체 대표들에게 발송한 '관리공단에 의식화 근로자들의 명단을 보관하고 있으니 필요하면 요청하라'는 협조공문도 포함됐다. 6월 28일, 세창물산에서는 성명, 주소, 본적, 생년월일, 입사일자, 퇴사일자, 주민등록번호까지 망라한 '노총회관 점거농성자 98명의 명단'이 발견되었다. 경찰 연행자 명단과 일개 공장에서는 취합이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미뤄볼 때 정부기관이 작성했음이 분명했다.

'칠삭둥이 한명회'의 살생부가 군사독재의 '블랙리스트'로 되살아난 것이다. 블랙리스트는 78년 박정희 군사독재시절 "아는 것은 없지만 불의와 타협할 수 없었고, 가난하게 살아왔지만 똥을 먹고 살 수는 없다"던 '동일방직노조 똥물사건' 당시 김영태 섬유노조 위원장에 의해 작성해 4월 각 사업장에 배포한 이래 해고와 취업문의 완고한 빗장 역할을 톡톡히 해 '노동자 살생부'로 불렸다. 하기에 84년 이후 노동계는 블랙리스트 철폐 투쟁을 지속적으로 이어왔고, 근로기준법도 가장 중한 범죄행위로 처벌하고 있다.

'요주의 인물' 정연주씨의 말마따나 MB정부는 '장기집권' 필수코스로 방송장악을 강행했다. 병역면제자의 설움을 달랜 '방송사 낙하산 침투작전'에 이은 문제적 방송으로 지적질 당한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 폐지. 여기에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라"는 당부에도 불구하고, 막 내린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과 '동혁이형'의 '시사 샤우팅 마사지'를 통한 '공익광고 샤우팅'으로의 순화. 여당의 '낙인'에 주요 연예인과 시사평론가가 '중도하차'로 '해고'되고, 출연이 막히는 '취업문 빗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공영성 훼손에 대한 내부의 투쟁도 치열하다. KBS 새노조의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이 그것이다.

84년 국회에서 노동부장관은 블랙리스트에 대해 KBS의 명예훼손 고소취지를 연상케 하는 발언을 했다. "해고된 뒤 다른 사업장에서 이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겼는데 당사자들이 이를 오해하여 자기들의 이름이 작성되어 배포되었다고 판단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존재자체를 전면부인한 것이다.

블랙리스트 진실공방에 대해 '펠레'는 김미화씨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이번엔 '펠레의 저주'는 없을 듯하다.

뻔한 결과에 파올의 신점까지 기대하는 것은 과욕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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