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전란속 보경(寶經)·보결(寶訣) 하사, ‘성적편년’ ‘성훈통고’ 출간
1957년 일제 탄압, 전쟁 포화 이겨낸 2대 도주 청학 열반에 들다

1950년(개도 77년) 11월 26일 청학은 ‘보경(寶經)’을 하사했다. 보경은 도인들이 심성수련 및 모든 의식에서 항시 암송하는 여러 편의 경문을 모아놓은 책이다. 이 가운데 옥황상제의 칙서라는 ‘영운경(靈運經)’ 대도의 진리를 요약한 ‘명교장(明敎章)’ 만법교주(토암, 자암)와 동화교주(청학, 보단)를 찬양하고 그 감화를 기원하는 5편의 ‘보고(寶誥)’를 비롯해 ‘십성보고(十聖寶誥)’ 등 17개 경문이 있다.

같은 해 12월 2일 청학은 교화를 통해 “과거 석가불은 앉은 부처였고, 이제 미륵세존은 서서 계신 부처시니. 앉은 것은 고요하며 작은 것이요, 선 것은 동하며 큰 것이다. 그런고로 석가불의 운도는 과거 3천년 동안이요, 미륵불의 운도는 당래 5만년이 되는 것이니라”고 하여 미륵운도가 석가불의 운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지존무대함을 비유적으로 설파하기도 했다.

▲ 도성사부님 성산
6·25전쟁의 와중인 1951년 11월 25일에는 액화를 면키 위한 38부의 보결을 내려주시며 “급하고 어려울 때는 반드시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향하여 가만히 진언을 외우거라. 그 진언은 ‘우제청자갑병무경가홰축독 복마관대제여율령합륵등측’이니, 정성을 다해 수시로 외우면 신명의 도움이 그 가운데 있으리라”고 하여 인간의 몸을 보호하는 비결을 알려주었다.

선불은 청정과 자비에 있나니

1954년 2월 한 교화 석상에서 청학은 “사람이 도를 닦고자 할진대는 먼저 살생을 경계하고 술, 고기를 먹지 마라. 술, 고기를 즐기고 좋아하면 심성을 배합하기가 어려운 것이니라. 또한 어육을 먹는 자는 인도환생은 모르거니와 신선과 부처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니, 도에 뜻을 둔 자는 깨끗한 음식을 먹어서 살아서도 선불(仙佛)로 살고 죽어도 선불로 죽어라. 선불이 다만 청정(淸淨)과 자비(慈悲)에 있나니, 군자는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으로써 어육을 먹지 말고, 그 청정과 자비의 도를 행해야 하는 것이니라. 실상 삼라만상이 천지이기(天地理氣)가 아님이 없는 것이니, 너희들은 천지화육(天地化育)을 함께 하는 사람으로서 그들을 사랑하고 자비한 마음으로써 공존공생 하도록 하여라”고 말씀했다. 실제로 금강대도는 어·육류의 금식을 매우 강조하고 있으며, 한국 종교계에서 가장 철저히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종단이라 할 수 있다.

1956년 2월 15일에는 ‘월명사(月明祠)’가 창건되어 태상노군(太上老君)과 삼성제군(三聖帝君)의 존영을 봉안하였고, 3월 15일에는 제1대 도주의 탄생에서 열반까지의 일생을 연대기순으로 기록한 ‘성적편년(聖績編年)’과 그것을 항목에 따라 분류 편집한 ‘성적제강(聖績提綱)’ 그리고 여러 제자들이 직접 들은 교화와 문답, 영험 등을 채록한 ‘성훈통고(聖訓通攷)’ 5권을 발간하였고 이후 2차례에 걸쳐 수정 보완했다.

▲ 대성사부님 양례
▲ 대성사부님 양례
일제탄압 옥고의 여독으로 환후 재발

1957년(개도 84년) 청학은 일제 치하에서 겪은 옥고의 여독으로 환후가 재발해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스스로 천명에 따를 준비를 하고 제자들에게 유훈을 내리기를 “선하라, 선하라. 선하면 선이니 악업을 짓지 마라” “주육을 불식하라” “심성을 안정하라” 하고 또 “오직 한결 같아야 만사가 이뤄진다” 하면서 누운 채로 붓을 잡고 종이에 한 일자(一)를 무수히 쓰다가 5월 28일 오시에 마침내 눈을 감으니 향년 45세였다. 청학 사후에는 보단이 홀로 도무를 관장하다가 1959년 9월 13일에 또한 돌아가시니 제자들이 모두 중복을 입고 부모를 잃은 것처럼 슬퍼했다고 한다.

천지인(天地人) 삼재의 세계관을 품다

금강대도는 천지인(天地人) 삼도(三道)의 합일을 가장 기본적인 교리로 내세운다. 금강대도의 교리는 “대도덕성사건곤부모의 심법을 의성(義誠)의 정신으로 수행, 전수하여 심성(心性)을 배합하고, 유불선 삼종일합의 진리를 궁행, 연마함으로써 개인적으로 심성신(心性身)이 합일된 이상적 인간상, 즉 차생군자(此生君子)와 내생선불(來生仙佛)의 생사극락(生死極樂)을 누리고, 우주적으로는 천지인(天地人)이 도덕적으로 화합되는 이상낙원, 즉 대동세계(大同世界)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천지인(天地人) 삼재가 기본적인 세계관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가장 기본적인 실천 덕목인 금강실행십조(金剛實行十條)의 첫 번째가 경천지(敬天地)이며 금강십계율(金剛十戒律)에 있어서도 첫 번째로 물기천지인(勿欺天地人)을 꼽고 있는 것만 보아도 금강대도는 무엇보다도 천지인삼재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종교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실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사상은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과 함께 동양문명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다. 그것이 발전해서 ‘천지인 삼재합일’로 표현되었다. 역학(易學)도 결국은 천지인 삼재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가 사상 역시 천지인삼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천지인삼재사상을 가장 확실히 신봉했던 사람들은 다름 아닌 우리 한민족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우리들의 삶 깊숙이에 뿌리 박혀있다.

▲ 연꽃이 만개한 삼종대성전
자연과 인간, 하나로 보는 일원론적 세계관

오늘날 서양 과학문명의 한계와 자연환경의 파괴, 그리고 인간 도덕성의 타락을 피부로 느끼면서, 간단한 논리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영원한 진리로 느껴지는 천지인 합일사상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천지인삼재에 나타나는 자연관은 자연과 인간을 상호 분리할 수 없는 관계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인간을 보고, 인간 속에서 자연을 보고, 언제든지 상호조화의 관계 속에서 바라볼 뿐, 결코 대립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이것은 정신과 육체, 정신과 물질, 인간과 세계, 인간과 자연을 분리해서 이원론적으로 보려고 하는 서양의 세계관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금강대도 제2대 도주인 청학은 천지인삼재의 상호관계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사람이 아니면 천지도 이치를 나타내지 못하고, 천지가 아니면 사람과 만물도 기를 받지 못하나니. 이것은 이른바 사람이 있은 연후에 천지가 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이요, 천지가 있은 연후에 사람이 생명을 얻는다는 것이니라. 비유하자면 닭이 알을 낳고 알이 닭을 낳는 것이니,‥무엇이 크며 무엇이 작으리오. 하나의 원리로 볼진대 삼재의 도가 같지 아니한 바가 없다”라고 하여 천지와 인간을 분리할 수 없는 밀접한 관계로 설명하고 있다.

청학은 또 소우주로서의 인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하늘이 우로(雨露)를 내림에 사람도 또한 눈물이 있고, 하늘이 우레 소리를 냄에 사람도 또한 소리가 있고, 하늘이 일월이 있음에 사람도 또한 안목(眼目)이 있고, 하늘이 물과 불이 있음에 사람도 또한 혈기(血氣)가 있고, 하늘이 사방이 있음에 사람도 또한 사지가 있고, 하늘이 오행이 있음에 사람도 또한 오체가 있고, 하늘이 오성이 있음에 사람도 또한 오장이 있고, 하늘이 칠성이 있음에 사람도 또한 칠규(七竅)가 있고, 하늘이 이십사방이 있음에 사람도 또한 이십사골절이 있고, 하늘이 삼백육십도수가 있음에 사람도 또한 삼백육십혈이 있으니, 천지조화 품생하는 이치가 그 사람에게 같지 아니한 바가 없는 고로, 삼재가 한가지라고 하는 것이다”

▲ 연화대 전경
하늘 아버지, 땅 어머니 ‘건곤부모’ 신앙 모태

이는 자연과 인간을 동일한 하나의 원리로 비추어 보려는 일원론적인 세계관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원론적인 세계관은 곧 일기(一氣) 사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즉 “천지일기(天地一氣) 음양교태(陰陽交泰) 품생만물(稟生萬物)” 이라 하여 천지(天地)와 일기(一氣)가 동격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런데 이 일기로부터 음과 양이 나와서 서로 교태함으로써 만물을 낳는다는 것이다. 또한 “태극(太極)은 시천(是天)이요, 무극(無極)은 시수(是水)”라고도 하는데 수(水)는 보통 도(道)와도 일치되는 개념이고 보면 일기도 태극·무극·천 등이 모두 절대 궁극처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일기(一氣)와 천지인(天地人) 삼재로 표현되는 일원론적이고 관계론적인 세계관은 건곤부모(乾坤父母)에 대한 신앙으로 체계화되고 있음이 주목된다. 건곤부모라 함은 건부(乾父)와 곤모(坤母)를 함께 이르는 것이니, 하늘을 아버지로 땅을 어머니로 보는 것이다. 한마디로 천지인의 세계와 그 안에 담긴 삼라만상(天)을 낳고(生成) 기르고(化育) 다스리는(治敎) 아버지요 어머니라는 것이니, 어떻게 보면 퍽 독특한 명칭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동양의 천지인 삼재적 세계관을 창조적으로 승화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생태윤리적 조화를 이루는 건곤부모 신앙

금강대도에서는 건곤부모를 절대 유일의 구세주로 알고 그가 제시하는 바에 따라 수도의 길을 간다. 즉, 만고대성(萬古大聖)인 대도덕성사건곤부모(大道德聖師乾坤父母)에 대한 절대적 신앙을 통해서 스스로 수도(修道)의 세계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청학은 1대 도주 토암 이승여의 사후 그 신격에 대해서 언급하기를 “하늘이 화하여 사람이 되고 사람이 화하여 하늘이 되는 이치를 누가 능히 알리오. 대성인(大聖人)이 하늘에 오르시고 땅에 내리심에 삼재응합하는 이치가 소연히 밝도다”라고 하여 토암이 바로 건곤부모의 화신임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금강대도에서는 토암·청학·월란의 3부자(父子)를 건부(乾父)로 승봉하며, 그 배위(配位)인 자암·보단·향련을 곤모(坤母)로 승봉하고 있으니, 하늘이 사람이 되고 사람이 하늘이 된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들 삼위일체(三位一體)의 대도덕성사건곤부모가 곧 천지, 그 자체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건곤부모에 대한 절대적 신앙이 갖는 생태윤리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 우주를 하나의 가정으로 보고 그 안에 존재하는 삼라만상들의 조화로운 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1대 도주 토암의 ‘도덕가(道德歌)’에 보면 “천지는 부모라 하고 일월(日月)은 형제라 하며 성신(星辰)은 붕우(朋友)라 하였으니 천하지인이 누가 형제 아니 되며 누가 붕우 아니 되리”라 하였는데 이는 건곤부모가 낳은 천지를 하나의 가정으로 보고, 일월성신과 천하의 모든 사람들을 형제와 붕우로 본다는 것이다. 이에 토암은 “천지는 부모시니 우주 만물을 나와 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요,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니 비록 금수, 곤충, 초목이라도 마땅히 사랑하여서 함부로 죽이거나 꺾지 말아야 하느니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