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글러브를 끼고 4각의 링에서 주먹싸움을 벌이는 복싱은 그래도 양반이다. 발길질이 허용되는 K1이 TV에 방영되고부터 느낀 것이다. 그런데 K1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종격투기라는 이름 아래 룰을 달리하는 대다수의 경기는 보다 잔혹하다. 일단 꽉 막힌 철장 안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부터가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막장의 느낌을 준다. 8각형의 철장은 펜타곤이라 부른다.

공격기술도 벙어리장갑이 아니라 손가락이 분리된 가죽장갑만 낀 채로 때리고 꺾고 메치고 차는 것을 모두 허용한다. 특히 쓰러진 상대방을 깔고 앉아 주먹 또는 팔꿈치로 내려치는 장면에서는 종종 피가 튀는데, 학창시절 교실 뒤쪽에서 종종 벌어지곤 했던 전형적인 드잡이의 형국이다. 다른 점은? 학교에선 누군가 코피가 터지면 상황종료지만 이종격투기는 심판이 말려야 끝난다는 것이다.

코피는 벌써 터졌다
7월28일에 실시되는 충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꼭 드잡이 수준이다. 충청도 사투리로 말하면 ‘뒤잽이’다. 이시종 현 지사가 지사 출마를 위해 내놓은 자리에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을 받았고, 먼저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맹정섭 MIK 대표는 공천이 확정되기 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두 사람은 2008년 총선 당시에도 한나라당 대표선수 자리를 놓고 일견 한판 붙는 것 같더니 맹 후보가 쿨하게 양보를 했었는데 알고 보니 협약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쟁점은 향후 윤 후보가 맹 후보를 밀기로 했던 시점에 18대 보선이 포함되는지 여부다.

“쿨한 합의를 진흙탕에 빠뜨린 것은 느닷없이 보선을 치르게 만든 이시종 지사다. 지방선거에 나갈 거라고 암시라도 줬으면 보선까지 고려한 합의서를 썼을 게 아닌가…” 지어낸 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이렇게 하소연한 충주사람이 있다.

어라? 실제로 때렸다네
정치판은 워낙 드라마틱해서 기사에 고사성어가 종종 인용된다. ‘이전투구를 벌이고 그 와중에 어부지리로 당선이 되고…’ 뭐 이런 식이다. 이전투구는 ‘개가 진흙탕 위에서 싸운다’는 얘기지만 실제로 정치판에서 치고 박는 폭력이 존재했던 것은 자유당 시절에나 나올 얘기다. 그런데 윤 후보가 맹 후보에게 맞았단다.

윤 후보는 3일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지난달 16일 문화회관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서 맹 후보가 나를 후미진 곳으로 데려가 욕설을 퍼붓고 주먹으로 세 차례 배를 때렸다”며 당시 맹씨의 욕설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공개했다. 욕설의 내용은 아무리 되씹는 뉴스라지만 자진해서 공개불가 판정을 내렸을 정도로 저속한 내용이다.

윤 후보는 “시민들에게 보호를 요청하려고 한다. 대한민국 사법 당국이 충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백주 테러의 시시비비를 가려 달라”고 말했고 한나라당도 거들고 있다. 그런데 맹 후보는 3일 본인이 정치적 배후가 있는 수사라고 주장하는 선거법 위반 건에 의해 구속이 됐다. 그리고 “폭언은 했어도 때린일은 없다. 정의는 이긴다”며 옥중출마를 선언했다. 둘 다 이미 코피는 터졌는데 말릴 심판도 없다. 본 경기는 7월2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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