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제포럼·충북지역개발회 공동주최 ‘한·중 경제협력포럼’ 동행취재

중국 땅은 정말 넓다. 중국에 대해 느끼는 단상은 넓다는 것, 사람이 많다는 것, 한마디로 정리 할 수 없는 묘한 재미가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조선족 가이드인 최경일씨는 이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중국사람들은 태어나서 3가지를 다 못하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첫째는 한자가 너무 많아 다 알 수가 없고, 둘째는 요리의 종류를 다 모르고, 셋째는 중국 땅이 너무 넓어 다 가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씨는 중국에 많은 것 4가지로 꼽히는 것이 ‘사람·자전거·빨랠가짜’라고 말했다. 13∼14억명의 인구가 많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빨래는 날씨가 습하기 때문에 건물 외부에 대나무를 꽂고 말리는 것이 습관이 돼 나온 말이라는 것이다. 실제 고층빌딩이건 조그만 연립주택이건 어디를 가나 빨래가 걸려있는 모습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섣부르게 덤볐다가는 실패

기자는 지난 9∼13일까지 충북경제포럼·충북지역개발회가 공동주최한 ‘21세기 동북아 공동번영을 위한 한·중 경제협력 포럼’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는 이상훈 충북경제포럼 대표와 충북도 관계자 및 도의회 의원, 경제포럼 회원 및 기업인 등 37명이 동행했다. 일행은 4박5일동안 북경, 남경, 무석, 상해시를 거쳐 왔다.

중국과 92년 수교 후 2001년까지 대중국 교역이 약 5배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만큼 한국기업인들의 중국진출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현재 충북의 대표적인 산업단지인 청주산업단지에서 해외 이전한 기업 중 대부분이 중국으로 진출한 상황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동행한 충북 기업인들도 중국 진출에 관심을 보였다. 한국기업들이 중국진출을 시도하는 이유로는 인건비가 싸다는 것과 노사문제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중국에 나왔다가 성공하는 기업은 30%도 안된다는 게 현지에서 듣는 정보였다. 조수종 충북대 교수(경제포럼 경제분과위원장)는 “대출이 안되고 계약서를 해석하는 게 우리와 다르다. 만일 문제가 생기면 중간에서 중재해주는 곳이 없고 청산·해고절차도 없다. 중소기업에서 국제 변호사를 살 돈이 없으니 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장사를 그만두고 한국에 돌아가려고 해도 시설비를 건지지 못하고 몸만 빠져 나가면 다행이라는 게 일반적인 이야기다”고 전했다.

급속도로 변하는 중국

중국은 현재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었다. 동행했던 정상혁 충북도의회 의원은 “7∼8년전만 해도 이렇게 발전하지 않았는데 중국이 무섭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북경과 상해시 대로변의 고층빌딩은 실제 어마어마해 일종의 위기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천안문 광장과 자금성도 대단히 넓었다. 천안문 광장에는 한가롭게 산책하는 시민들이 많이 있었다.

조용진 충주대 교수는 그 곳을 지나며 “자금성 안에는 나무 한 그루가 없어 4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에 가면 여간 괴로운 게 아니다. 적들이 나무에 숨어 공격할까봐 나무를 심지 않았다는 설이 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리고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의원이라는 동인의원도 천안문 근처에 있었다.

15층 건물의 그 곳은 전세계인들이 몰려드는 곳으로 이미 이름이 나있는 곳이다. 동인의원은 한·중 경제포럼시에도 여러 차례 이름이 거론됐다. 충북도와 충북경제포럼 관계자들은 중국 현지에서 오송 생명과학단지내에 투자할 것을 요청하면서 특히 이 곳 한약단지내에 동인의원이 연구소를 설립할 것을 적극 권장했다. 이상훈 충북경제포럼 대표는 현재 오송에 둥지를 틀 가능성이 있는 외국 기업으로 동인의원·판 아시아클럽·화련화학·오동제약 등이 있다고 말했다. 청주에서 기업유치단이 이미 방문했고 실무자들과 협상중이라는 것.

중국인들이 투자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예산과 행정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데다 자치단체 역시 노력을 게을리 해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한·중 경제포럼에 참석했던 중국측 대표들이나 무석시를 방문했을 때 시 관계자들은 중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인들에게 세금감면 혜택 등을 주겠다고 적극적으로 말했다. 중국은 아직 개발 여지가 많고, 땅값도 싸며, 경치도 아름다워 천혜의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게 중국측 설명이었다.

볼거리·먹을거리 많은 곳

아닌게 아니라 중국에는 볼거리가 많았다. 무석 영산대불은 몸체만 88m라 사람이 그 앞에 서면 개미만하게 보였다. 영산대불 앞에서는 기다란 향을 피우며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석가모니를 씻기는 분수쇼도 볼 만했다. 9마리의 용이 내뿜는 물줄기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가 급기야 연꽃이 열리면서 석가모니가 나오자 일제히 몸을 씻어주었다. 서태후가 살았다는 북경의 이화원, 무석시의 광활한 호수, 상해시의 휘황찬란한 야경과 황포강 주변의 도시풍경도 기억에 남았다.

세계적인 오리요리점인 ‘全聚德’에서는 오리 혀·발·간·심장 등을 재료로 갖가지 요리를 선보였고, 마지막으로 오리 머리를 통째로 가지고 와서 그 자리에서 썰어 주었다. 이 식당을 가보지 않고는 북경시를 다녀왔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중국요리는 실제 종류가 다양해 기억을 다 할 수 없을 정도다. 대체로 기름기가 많고 짜서 얼큰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둘째 날부터 김치와 고추장을 찾긴 했지만, 중국인들이 요리를 즐기는 것만은 분명한 듯 하다.

땅 덩어리가 넓다보니 중국에서는 버스를 한 번 탔다하면 2시간 이상이다. 그러나 가이드는 “중국에서는 10시간은 타야 탔다고 한다. 2시간은 이웃집 놀러가는 정도로 밖에 치지 않는다. 명절에 무석에서 고향인 연변까지 기차를 42시간 타고 간다. 왕복으로 치면 84시간”이라고 말해 일행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교통질서는 엉망이었다. 그들은 좋게 ‘무질서 속의 유질서’라고 표현했다. 사람이고 자동차고 간에 중앙선을 넘는 것은 ‘기본’이고 역주행도 서슴지 않았다. 아무데서나 좌회전을 해서 탑승객들을 아찔하게 한 것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중국여행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여권을 잘 간수하는 것이다. 여권을 훔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들이 많고, 위조단들이 있어 한 번 잃어버리면 1주일 이상 중국에 체류해야 한다. 분실하면 벌금을 물고 신문에 공고까지 내야 한다는 것. 이렇게 훔친 여권은 중국에서 5만원(한화 750만원)에 거래된다. 그래서 가이드는 돈지갑은 잃어버려도 여권만은 잘 간직해야 한다고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빈민층들의 삶은 여기서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화려한 북경시의 뒷골목에는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집들이 줄을 이었고, 이들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조악한 물건을 팔았다. 일행들이 한국인임을 금방 알아챈 이들은 ‘싸다 싸, 진짜 로렉스시계’라고 외치곤 했다. 그런 가운데 북경 현대자동차공장은 한국인들에게 자부심을 주었고, 상해 임시정부청사는 역사의 숨결을 느끼게 했다. 중국에서 삼성과 LG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특히 휴대폰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는 가이드의 말 또한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중국에 진출한 충북기업·대학

‘톡톡한 수업료’내고 중국에 정착, 인기 누리는 뉴그린창신(주)

“97년 IMF로 국내경제가 휘청거려 해외 진출을 모색했다. 그 때 중국 문을 두드렸는데 초기 3년간은 시행착오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와 정서가 다르고, 진정한 사업 파트너로 인정받기 전까지는 기술만 빼앗기고 배척당하기 십상이다. 법률적인 문제가 대두되면 중국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여간해서 중국인들을 이길 수가 없다. 그럴 때는 계약서도 소용이 없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중국에 진출한 충북기업인 중 두각을 나타내는 김기환 뉴그린창신(주) 대표(48)는 중국이 ‘기회의 땅’이지만, 준비없이 왔다가는 큰 코 다친다고 강조했다.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주는 그는 중국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가들에게 ‘수업료’내고 배운 노하우를 알려줄 용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그린창신(주)는 94년 창립, 충북 음성군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다. 이 곳에서 생산하는 것은 PVC 조경 시설물(울타리, 파고라, 의자, 정문아치)과 철제제품(능형망, 교량난간, 메쉬휀스), 그리고 토목사업(L형 옹벽) 등이다. 국내 PVC 시장의 40%를 점유할 만큼 이 업계에서는 ‘잘 나가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가 중국에 본격 진출한 것은 지난 2001년이다. 현 사업 파트너인 조신원 사장을 만나면서 시행착오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은 것. 김 대표가 60%, 조 사장이 40%의 비율로 투자하여 중국 강소성 무석시에 뉴그린무석신영합자회사를 설립했다. 그동안 임대공장을 사용했으나 사업 번창으로 지난해 6000평의 땅을 매입하고 현재 공장을 신축중이다.

김 대표의 말이다.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은 부식이 안되고 반영구적이며, 조립 설치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첨단제품으로 통해 상당히 호응이 좋다. 모방업체가 많이 생겨나기는 했지만, 끊임없는 연구 개발로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런 노력 끝에 뉴그린창신(주)는 올해 한국에서 70억원, 중국에서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가 확보한 ‘업적’을 보면 그동안 얼마나 급성장 했는지를 알 수 있다. 98년 ISO9002 품질인증 획득, 99년 기술벤처기업 선정, 2000년 수출유망중소기업 선정, 2002년 GQ마크인증 취득. 8년 동안 평균 45%이상의 매출성장을 이룩한 뉴그린창신(주)는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유럽 등지에도 수출 길을 터 활발하게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글로벌시대에 맞게 일찌감치 해외로 눈돌린 주성대학

지난 92년 개교한 주성대학은 일찌감치 해외에 눈을 돌린 학교로 유명하다. 특히 윤석용 이사장이 중국시장 개척에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성대는 지난 96년 중국 천진사범대와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본격 교류에 나선다.
이 대학의 중국문화과 학생들은 6개월 동안 중국에서 생활하며 학점을 이수하도록 돼있다. 그외에도 주성대는 북경사무소를 개소하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중국에 전파했거나 할 예정으로 있다. 이번에 충북경제포럼과 충북지역개발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중 경제협력포럼’ 행사에도 주성대가 큰 일조를 했다.

김덕환 기획처장(정보통신학과 교수)은 “북경사무소에서 우리 대학에 유학오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면접·선발하고 또 중국에서 공부하고 싶어하는 주성대 학생들에게 도움주는 일을 한다. 내년 9월에는 중국 북경 광파대학 한국어과 2학년 학생들이 1년 동안 우리 대학에 와서 공부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할 예정”이라며 연길시의 조선족 사업가와 진행하는 몇 가지 사업 아이템을 소개했다.

“내년 3월 우리 대학 뷰티디자인학과를 중심으로한 팀이 중국 연길시에 진출해 뷰티샵과 뷰티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다. 여기서는 현지 학생들을 선발해 교육과 실습을 겸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영업도 할 것이다. 그리고 IT분야도 중국으로 나갈 길을 모색하고 있다. 역시 그 곳에 IT 전문교육기관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이다.”

아울러 주성대는 중국의 강남대학과 합작으로 무석시에 자동차기술교육센터를 설립하고 현지에서 활동할 강사들을 주성대에서 교육시킬 계획도 가지고 있다. 자동차기술교육센터 설립 예정이 내년 1월이니 주성대는 2004년이 되면 중국 진출길이 크게 열리는 것이다.

지난 4일 중국에 온 윤석용 이사장과 김덕환 처장, 송진구 국제협력실장 등의 일행은 북경 광파대학·무석 강남대학 실무진들을 만나 구체적인 업무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처장은 “대학 프로그램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해 주성대가 글로벌시대에 맞게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할 것 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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