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항소·물리적 저지 등 반대투쟁 지속” 강경대응 선언

음성군의 가축분뇨처리장(공동자원화시설) 설치 허가를 취소해 달라며 음성군청을 상대로 생극면 방축리 주민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지난 24일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림에 따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관련기사 본보 2009.11.11일자, 2009.12.23일자, 2010. 3.26일자, 2010.4.16일자)

주민들은 판결문을 받아 본 후 즉각 항소하고 계속 반대투쟁을 해 나가기로 마을회의에서 결정 했다고 밝혔다. 음성양돈영농조합법인은 군청과 마을주민들과 협의해 공사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 가축분뇨처리장 예정부지에 설치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는 가운데 벼가 한창 푸르게 자라고 있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앞서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졌던 공사중지 가처분도 효력을 상실해 양돈법인은 일단 공사 착공을 하는데 법적인 요건은 갖춰진 상태다. 법인은 주민들의 강력한 물리적 법적 반대에 부딪혔던 점을 감안해 호흡을 조절해가면서 공사를 시작할 것으로 보여 시설 예정부지 인근의 들판에는 보이지 않는 전운이 감돌고 있는 분위기다.

“음성군, 양돈협회 입장만 지지”

김규호 양돈법인 대표는 “법원의 판결에 기쁘지도 않고 마음이 무겁다”며 “법인의 회의를 열어 결정하겠지만 다른 대안은 없고 군과 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장마철을 감안해 착공 시기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 시설 허가를 강력하게 반대해 온 방축리 한 주민은 “다른 지역의 시설 주위환경이 악취를 차단할 임야도 없는 허허벌판과도 마찬가지고 하천을 곧바로 끼고 있다”고 말하고 “특히 초등학교가 1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며 법원의 결정에 대해 강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또 다른 주민은 “공사 차량이 들어온다면 지난번 보다 더 강하게 막아낼 것”이라며 “어차피 추운 겨울 동안에도 불침번을 서가면서 지켜 냈다. 설상 시설이 들어서게 돼도 계속해서 집단 민원을 지속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반대에 앞장서 온 임복란 이장도 “충북도에서 동의하지 않았던 부지도 현재의 부지와 300여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고 주위환경도 똑같다”며 “그런데도 음성군에서 허가를 내준 것은 군이 양돈협회 입장만 들어주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전에 추진했던 부지도 농지이용의 효율이 저하되고 처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악취를 차단할 임야 등 자연장애물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도가 농지전용에 동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임 군수 해결노력 기대

이런 가운데 또다시 주민들과 조합법인과의 충돌을 걱정하는 생극면 주민들은 근본 대책이 시급히 나와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신임 이필용 군수가 직접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직 군수시절 인허가 된 사항이고 법적으로 일단 군이 승소했다고는 하지만 새롭게 취임해 군정을 펼치는 시점에 주민들과 군청, 주민들과 양돈협회 그리고 주민들끼리의 반목과 갈등을 법적인 시각으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생극면의 한 원로인사는 “통합의 정치를 표방한 신임 군수가 대화의 장을 만들어 주고 이끌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불법적인 돈 살포와 주민 간 갈등이 증폭 된 사안인 만큼 필요하다면 갈등해소 차원의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음성군 전체를 대상으로 한 재공모 등의 해결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지난 설 명절 때 고향을 찾았다가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밝힌 방축리 출신 한 교육청 소속 공무원도 “부모님과 친구 부모님 그리고 고향의 친구까지도 가축분뇨처리장 문제로 대화도 하지 않고 지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이제 새로운 음성군의 수장이 취임한 만큼 주민들의 마음을 치유할 근본 대책을 조속히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생극면 출신인 허 금 면장은 “너무나 안타깝다. 그동안 재공모 등을 통해 해결하려 노력을 했지만 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협회, 군, 주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진행한다면 합의점을 도출 하 수도 있겠지만 너무 깊은 상처들을 입었다”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박수광 전 군수는 지난해 9월 9일 군청 2층 회의실에서 방축리 주민 50여명과 만나 대화의 시간을 갖고 주민들 의견을 메모해 가면서 해결책을 마련해 보겠다고 밝혔지만 같은 해 12월 24일 법원에 의해 군수 직을 상실한 바 있다. 따라서 음성군수에 새롭게 취임한 이필용 군수의 해결방안에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음성양돈영농조합법인이 생극면 방축리 일대 4838㎡에에 추진하는 자원화시설은 하루 100톤의 양돈분뇨를 처리하게 되는 시설에 3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이중 국비 15억원과 도비 2억7000만원, 군비 6억3000만원 등 80%가 국도비로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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