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비리가 총체적 위기감 불러
기성 정치인 “이러다가 다 망할라”

 내년 총선에 대한 국민적 과제는 단연 ‘물갈이’다. 역대 선거마다 이런 화두는 수시로 던져졌지만 이번엔 다를 조짐이다. 불법 대선자금의 실체가 국민들한테 적나라하게 드러남으로써 총체적 정치불신에 따른 반발심리가 내년 총선을 계기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바람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위기감을 느낀 정당들이 총선전략과 관련 일종의 배수진을 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변화를 향한 유권자들의 욕구가 정당들의 눈높이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성정치인들에 대한 역풍이 거셀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현역의원의 절반 정도를 물갈이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고 열린우리당 역시 혁명차원의 판갈이를 공언해 기성 정치인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얼마전 청주를 방문한 열린우리당 정동영 외부인사영입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선 현역의원의 80%가 교체될 것이다”고 일갈해 그 저의를 궁금케 했다. 그러나 정의원은 자신의 발언근거로 변화된 유권자 의식을 거론하며 “이미 정치권의 치부를 목격할대로 목격한 국민들은 한 방향을 견지한다. 그건 구시대 정치에 대한 철저한 부정이다. 이의 출구는 결국 변화밖에 없다. 문제는 변화에 대한 이런 욕구가 과거처럼 일과성의 ‘통과의례‘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종의 한풀이로 나타날 수 밖에 없어 막상 총선에선 근본적 ‘혁명의식’으로 드러날 것이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엄청난 규모의 대선자금 비리가 불거진 후 국민여론은 이런 쪽으로 전이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세상에 드러난 후 조선닷컴이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무려 63%가 한나라당 해체를 주장해 주목을 끌었다. 독보적인(?) 친 한나라당 성향의 언론매체와 친 한나라당 성향의 네티즌들이 보인 시각이라고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유권자운동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명실상부한 노무현대통령의 지지세력인 노사모와 내년 유권자운동을 주도할 국민의 힘은 이번 대선자금 비리를 계기로 여야를 통괄하는 운동을 펼칠 것을 선언했다. 이들 단체는 19일 여의도에서 대선 1주년 기념행사를 가지면서도 총체적인 부패정치의 척결을 내세우며 그동안 반목을 보여 왔던 ‘창사랑’등 반대 성향의 단체에도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예사롭지 않은 총체적 정치불신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준비위를 출범시킨 총선국민주권연대 역시 정치판의 근본적 물갈이를 천명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유권자운동을 시사했다. 정치개혁을 위해선 제도도 중요하지만 정치인, 즉 사람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대명제 아래 자질있는 적격자를 등원시키기 위해 ‘당선운동’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런 변화는 16대 국회의 경험을 거울삼은 것이다. 16대 총선의 낙천낙선 운동이 정쟁의 대립구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데다 정치개혁의 소명을 띠고 활동할 것으로 기대됐던 386들의 성과가 기대 이하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단견적인 개혁보다는 혁명 차원의 물갈이가 절실하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도내 현역 의원들도 요즘 잔뜩 주눅이 들어 있다. 현역의 프리미엄에 한켠 안위하면서도 지금의 국민여론이 과연 어느 쪽으로 구체화될지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론은 기성정치인에 대해 매우 냉소적이다. 연이어 터진 정치권의 각종 비리가 이번 천문학적인 대선자금의 노출로 국민들한텐 결정적으로 좌절감과 배신감을 심어준 것이다. 도내 8명의 현역 의원중(전국구 포함) 4~5명 정도는 현지의 여론상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대선자금 정국 때문에 내년 총선에선 특정인의 경우 그동안 톡톡히 재미(?)를 봤던 막판 금권선거도 사실상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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