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사이 여성 당선비율 6배 상승 불구 여전히 부족
비례대표제 확대 등 제도개선, 여성의 적극성이 중요

여성들의 정치참여 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인가.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충북여성정치세력연대가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6.2 지방선거 평가토론회-여성의 정치참여 어디까지 왔나?’라는 제목으로 22일 청주예술의 전당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짧은 기간 비교적 높은 여성들의 정치참여 성과를 거뒀지만 아직도 양성평등한 정치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특히 중선거구제 폐지와 비례대표제의 대폭 확대, 개헌 논의에 여성의 입장 명문화 등 제도 개선과 정당과 여성 스스로 더욱 적극적인 활동이 중요하다는 지적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 22일 열린 충북여성정치세력연대가 주최한 ‘6.2 지방선거 평가토론회-여성의 정치참여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과 함께 여성정치인들의 적극적인 의정참여 필요성이 제기됐다.
여성 당선자 비율 18.7%

6.2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여성후보는 전국에서 모두 746명으로 전체 당선자 3991명의 18.7%를 차지했다. 기초단체장 6명과 비례대표를 포함한 광역의원 113명, 기초의원 625명, 교육감과 교육의원 각 1명씩이다.

이는 전체 1만20명중 1655명으로 16.5%였던 여성후보 비율을 2.2% 상회하는 것이고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여성 당선자 비율 13.7% 보다 5% 높은 수준이다.
특히 2002년 치러진 지방선거 여성 당선자 비율 3.19%에 비해서는 무려 6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8년 사이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크게 약진했음이 확인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의 선전은 특히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두드러졌다. 기초단체장에 도전한 여성 26명 중 6명이 당선됐는데 이는 지난 2006년 선거 당선자 4명에서 2명이 더 늘어난 것이다.

괄목한 만한 것은 역시 지역구 여성 기초의원의 급증이다. 지난 2006년 선거에서 4.4%(110명)에 머물렀던 기초의회 지역구 여성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해 274명이 당선, 여성 기초의원의 비율이 11%대로 진입했다.
특히 역대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를 제외한 어떤 선거에서도 여성의 당선자비율이 후보자비율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지역구 기초의원선거에서 여성의 당선자비율이 후보자비율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 여성들의 지방선거 참여 현황.
엄태석 교수(서원대 정치행정학과)는 토론회 주제발표에서 “그 동안의 지방선거를 보면, 비례대표를 제외한 어떤 선거에서도 여성의 당선자비율이 후보자비율을 상회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지역구 기초의원선거에서 여성의 당선자비율이 후보자비율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를 통해 선거구가 작은 경우 여성이 남성에 비해 당선경쟁력이 없지 않으며 여성 후보자들의 비례대표의 경험이 당선가능성을 더욱 높여주는 것으로 판단 된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지역에서는 광역의원 후보 4명과 광역의원 비례대표 9명, 기초의원 후보 20명, 기초의원 비례대표 40명 등 도내 전체 출마자 514명 가운데 여성후보 73명이 당선, 14.2%로 전국 평균에는 미치지 못했다.

‘약진’ 맞지만 양성 정치평등엔 못 미쳐

토론회 참석자들은 여성들의 정치참여 수준이 향상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한명숙 후보가 석패해 여성 광역단체장 배출에 실패했고 광역의원 증가폭도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여성 광역의원은 2006년 선거결과 89명을 배출해 11.5%를 차지했으며 지난 6.2지방선거에서의 여성 당선자는 113명으로 24명, 3.3%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방 기초의회 의원선거에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고 정당은 여성을 절반 이상 추천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이 적용된 2006년 선거부터 여성당선자 비율이 크게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번 선거부터 적용된 국회의원 지역구마다 지역구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중 한곳에 여성을 공천해야 한다는 선거법 조항도 여성 후보 증가에 영향을 미쳤지만 근본적으로 여성정치 참여폭을 확대하는 데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엄 교수는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법률의 개정이 선거에 임박해 갑자기 이뤄졌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는 농촌지역의 의무공천을 배제함으로서 가뜩이나 여성정치 기반이 척박한 농촌지역 여성사회의 활기를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대한 보완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구 대 비례대표 동수로 뽑아야

토론회 참석자들은 현재의 정치제도로는 여성의 지방정치 참여 비율이 30%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도가 양성 평등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여성을 우대한다는 소극적인 관점에서 마련됐기 때문에 선거법 규정을 넘어서는 여성 공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여성정치 운동은 비례대표 확대로 모아져야 한다고 참석자들은 제안했다.
엄 교수도 현재의 기초의원에 대한 중선거구제를 폐지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제를 1 대 1로 하는 새로운 선거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엄 교수는 “여성들이 지역구 출마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데 지역구 당선과 비례당선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지역구 당선에 연연하면 할수록 여성의 정치참여는 더욱 어려워진다”며 비례대표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대선을 앞두고 제기될 개헌 논의에 여성의 입장을 반드시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프랑스나 독일의 헌법처럼 ‘국가는 양성평등사회의 구현을 위해 잠정적으로 여성에 대한 적극적 우대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문구를 헌법에 반드시 명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 정치인 스스로 적극적인 의정활동과 자질향상에 힘쓸 때가 됐으며 이는 여성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여성의 지방정치 참여율이 20%대에 근접하게 됨에 따라 앞으로 4년은 이들의 자질에 대한 검증과 함께 지속적인 비판이 제기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번에 입문한 여성정치인들의 적극적인 의정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이들의 성과가 나쁘면 당연히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한 반발이 거세어 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