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경적 개발의 전형
개발현장 곳곳마다 시멘트 벽 들어서

근래 청주를 중심으로 완료됐거나 이뤄지고 있는 계획적 도시개발이 반환경·비인간적 접근방식 때문에 집단 반발을 초래하는 등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청주 산남 3지구 택지개발과 관련, 개발지역내에 위치한 두꺼비 서식처인 원흥이 방죽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등 자연환경을 보호하려는 시민 운동이 불붙고 있다. 토지공사가 시행하는 산남 3지구 개발과 관련, ‘원흥이 두꺼비마을 생태문화 보전 시민대책위원회’(원흥이 시민대책위)에서 “반환경친화적으로 개발계획이 짜여졌다”며 조직적으로 ‘안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 그 반증.

청주 산남 3지구 내 원흥이 방죽은 지난 5월 중순 이곳이 두꺼비 집단 산란지로 확인된 뒤 원흥이 방죽 보존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와 토지공사간에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북도가 건교부 산하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이하 중도위)에 산남 3지구 개발계획안에 대한 심의를 요청했으나 중도위가 지난 5일 “환경적 고려가 미흡하다”며 심의를 유보,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물론 충북도와 토지공사는 19일에 재심의를 요청할 계획이어서 새로 심의를 요청할 수정 계획안의 내용과 중도위의 심의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산남 3지구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최근의 이같은 논란은 대규모로 이뤄지는 계획적 개발의 구조적 문제점들에 대한 시민 자각이 첨예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임이 틀림없다.

이런 점에서 12월 4일 ‘청주시의 도시 이미지와 경관에 관한 토론회’가 참여시민연대와 충북지역사회연구회 등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열린 것 역시 의미심장한 ‘사건’임이 분명하다. 대부분 정치적 현안에 관심의 초점을 맞춰온 사회 분위기에서 이들 시민사회단체가 절박하지만 대중의 관심영역에서 후순위로 뒤쳐져 온 도시 미관 문제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보통 의미있는 변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도시 계획 전문가들은 계획적 개발의 특성상 백지상태에서 얼마든지 환경 및 인간 친화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데도 개발주체들이 목전의 이익에 집착하거나 행정기관의 도시계획에 대한 통합적 시각 및 철학의 빈곤으로 ‘졸작’들이 양산되면서 도시 정체성을 무너뜨린다는 비판들을 제기했다.

역사·문화적으로 축적된 한 도시의 ‘아이덴티티’, 청주를 예로 들자면 청주의 도시 정체성을 찾아 그 이미지에 맞게 개발방향을 통일시켜 나가는 도시행정이 부재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충청리뷰는 이에 따라 무분별하게 시행되고 있는 계획적 개발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는 공론을 모으기 위해 기획물을 3주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 싣는 순서 ●
☞1.반환경적 개발 실태
2.주체마다 다른 개발모습
3.대안을 모색한다

#현재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경동 주공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현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하늘로 치솟은 아파트 못지 않게 그 주변에 위압적일 정도로 높고 길게 쳐져 있는 옹벽이다. 그리고 옹벽 바로 너머에는 원래 이곳이 야트막한 동산이었음을 말해주는 나무들이 시멘트벽에 갇혀 안쓰럽게 버티고 서 있다. 이미 한겨울로 치달아 한껏 낮아진 태양의 고도 때문에 하루에 두서너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전과 오후 내내 거대한 시멘트 옹벽이 드리우는 짙고도 긴 그림자에 파묻혀 음울해 보일 정도다. 옹벽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보는 사람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품이 자못 위협적이고 고압적이다.

#이런 점에서는 개신동 대우 아파트 건축현장도 마찬가지다. 대로변에 7∼8미터 높이는 족히 될 듯한 거대한 수직옹벽이 설치돼 있는 모습은 가경동 주공 아파트 공사 현장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옹벽과 도로 사이 인도 중간에 심어져 있는 가로수들이 초라해 보일 정도다. 특히 이곳을 지나다니는 보행인들은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기는커녕 삭막한 옹벽으로 인해 잔뜩 움츠러든 채 주눅들지 않을 수만 있다면 다행일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러니 이곳의 도시미관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을 정도다. 더구나 이곳은 옹벽아래 여유공간이 없어 녹화(綠化)가능성도 없게 만들어 놓았다.

#용암 2지구의 경우도 그렇다. 영운천을 끼고 좌우에 배치된 아파트 단지가 만들어낸 길다란 경계에는 약속이나 한 듯 수직옹벽이 쳐져 있다. 이곳들을 돌아보면서 청주시가 거대한 구조물들로 포위돼 마치 성채에 갇혀가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다. 개발주체들이 토지이용률만 극대화해 결국 땅을 한 뼘이라도 더 팔겠다는 심산이 아니고는 이런 식의 개발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될 산남 3지구도 구룡산 바로 아래에 아파트 단지가 배치돼 있는 탓에 구룡산을 대거 깎아 내리는 대규모 토목공사와 함께 옹벽 설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자연 및 인간 친화적인 개발과는 거리가 먼 개발방식이 산남 3지구에 또다시 적용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토지공사가 짜 놓은 산남 3지구 택지개발계획에 따르면 산남 3지구에는 8개 단지의 공동주택지가 4개 단지씩 2개 블록으로 묶여 구획돼 있다. 그런데 남서쪽에 배치된 4개 단지는 자연지형을 무시한 채 능선을 파헤치고 구룡산의 절개면을 따라 배치해 놓았다. 앞서 지적한 대로 이대로 개발계획이 시행될 경우 이 곳에 또 하나의 거대한 옹벽이 등장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비록 건교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구룡산을 표고 140m까지 파고 들어가게 돼 있는 개발계획을 수정, 100m 아래까지만 개발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 근본적으로 구룡산의 훼손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원흥이 시민대책위 윤송현 실행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개발될 경우 아파트 입주민들은 아파트 바로 옆에 위치한 구룡산을 오르기 위해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하는 등 곤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나아가 아파트와 구룡산 사이 경계에 커다란 옹벽이 설치되면 산남 3지구 내 아파트들은 시멘트 벽에 둘러싸인 고도(孤島)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토지공사의 개발계획도면을 현지 조사해 본 결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로 돼 있는 곳은 불가피하게 구룡산을 대거 깎아 평탄하게 만들어야만 할 것”이라며 “따라서 구룡산 자락에 생길 급경사면의 산사태를 막기 위한 거대한 옹벽의 설치 또한 불을 보듯 뻔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구룡산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선 공동주택지를 평지로 옮기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윤씨는 토지공사에서 당초 단독주택지는 구룡산 부근에, 공동주택지는 평지에 배치하는 것으로 계획했다가 법원과 검찰청사가 산남지구로 뒤늦게 이전키로 하면서 개발계획이 현재처럼 180도로 뒤바뀌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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