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 발목잡힌 ‘민간학살 국가배상’
상태바
소멸시효 발목잡힌 ‘민간학살 국가배상’
  • 충북인뉴스
  • 승인 2010.06.21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보도연맹 손배소, ‘적용시점’ 따라 1·2심 판결갈려

한국전쟁 양민학살 가운데 가장 조직적이고 규모가 큰 ‘국민보도연맹’ 사건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이 ‘소멸시효’에 가로막힐 상황에 놓였다. 이 때문에 보도연맹 손해배상 사건 중 대법원의 첫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울산지역 사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은 울산지역 보도연맹 사건으로 학살된 이들의 유족 485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현재 심리중이다.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자 정부는 좌익 관련자들을 전향시키고 관리·통제하기 위해 설립된 보도연맹의 가입자 수십만명을 집단 학살했으며, 울산에선 연맹원 407명이 희생됐다.

울산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전국 보도연맹 사건 가운데 첫 최종심 판단인데다, 1심과 2심 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린 상태여서 주목을 받고 있다.

쟁점은 소멸시효다.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소멸시효는 사건 발생으로부터 5년, 알게 된 날로부터 3년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007년 1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하자, “비로소 구체적인 희생자들의 명단과 울산경찰서 사찰계 경찰 등으로부터 총살된 사실을 알게 됐다”며 지난해 2월 국가가 200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시 중 경찰이나 군인이 저지른 위법행위를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거의 알기 어렵다”며 ‘특별한 사정’을 인정했다.

그러나 6개월 뒤 서울고법은 이를 뒤집었다. 고법은 “1960년 4월19일 이후 유족회가 결성돼 유해 발굴 등이 이뤄졌고 유족들이 진실 규명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며 “진상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이 “처형자 명부 등을 은폐해온 국가가 ‘학살의 전모를 어림잡아 당시 소송을 내지 않았다’며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결한 것과 전혀 다른 판단을 한 것이다.

처음 진행된 울산 사건의 판결이 엇갈림에 따라 청주·청원 보도연맹 사건의 유족 조아무개씨 등 251명과 오아무개씨 등 237명이 제기한 소송 등 유사한 여러 건에 대한 재판은 울산 사건의 최종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보도연맹 사건은 쟁점이 다 같기 때문에 첫 대법원 판결인 울산 사건 결과를 보고 판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만들어진 유족회들은 울산 판결이 나온 뒤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현재 준비중이다. 진실화해위에서 학살된 것으로 규명한 보도연맹 연루자는 현재까지 4934명에 이른다.

오원록(70)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상임의장은 “사건 발생 뒤 유족회를 구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당한 사건에 대해 최근 재심이 진행중”이라며 “유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빨갱이’로 몰려 평생을 숨어 산 이들에게 ‘그때 알았으면서 소송을 안 냈다’는 이유로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