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예산집중→치수만 허용→전면 재검토
환경운동연합과 공동 실무협의기구 꾸리기로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의 4대강 사업 관련 반대 수위(水位)가 급속하게 상승하고 있다. 이 당선자는 충주시장 3선, 국회의원 재선 등 선출직 15년 동안 충주지역을 연고로 활동했던 터라 때로 지역민심에 끌려 다니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경부운하, 4대강 사업 등과 관련해 민주당 당론을 따르면서도 다소 애매한 견해를 표명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지난해 말에는 “낙동강 외에는 전국이 4대강 사업으로 수혜를 볼 게 없다”며 예산의 편파지원을 집중 거론했으며, 지방선거운동 초기에도 이 같은 논리로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비판했다.

▲ 14일 이시재(오른쪽) 환경운동연합대표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이시종 당선자와 만나 4대강 전면재검토를 위한 연대기구 구성에 합의했다. 이로써 4대강 반대와 관련해 이 당선자의 좌표가 확인된 셈이다. 사진은 충북도청 기자회견.
이 당선자는 6.2지방선거 뒤 충청리뷰와 인터뷰에서도 “국가가 원래 해오던 하천 정비 같은 치수(治水)와 관련된 사업은 몰라도 보를 만들고 대규모 준설로 운하를 만드는 이수(利水) 사업은 안 된다”며 정세균 대표가 선을 그어놓은 치수·이수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정부가 공사를 강행할 경우 도지사의 권한으로 이를 막을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4대강과 관련해 도지사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어디까지인지는 좀 더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아직은 이에 대해 답변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김두관(무소속) 경남지사 당선자 등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4대강 저지 시·도지사 협의체와 관련해서는 “행동은 함께할 것이다. 그러나 내부에서 다소 견해가 다를 수도 있다”고 밝혀 이른바 강경파들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당선자는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과정에서는 제한적이지만 경부운하에 대해서 충주민심을 전하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를 밝히기까지 했다. 당시 충청리뷰와 인터뷰에서 “솔직히 지역주민들이 경부운하에 쏙 빠져있다. 총선에서도 한나라당 후보가 이를 무기로 적극 공격해 올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용역을 통해 검토된 자료도 없는 만큼 경제성, 안전성, 환경영향 등에 대한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충주지역만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던 것. 이 같은 내용은 이번 선거에서 김백규 진보신당 후보에 의해 쟁점화되기도 했다.
 
환경단체도 현재의 진정성 인정
그러나 도정을 끌어가야하는 입장에 있고 민주당의 첫 충북지사라는 정치적 위상을 고려한 듯 전면재검토 수준으로 입장이 정리되고 있다. 14일 환경운동연합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4대강 사업 전면 재검토와 대안 사업 모색을 위한 공동 실무협의기구를 꾸리기로 합의한 것.

이시재 환경운동연합 대표 등은 14일 오후 충북개발연구원에 있는 이 당선자 사무실을 찾아 환경단체와 이 당선자 측, 충북도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4대강 사업 실무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했고 이 당선자는 이를 수용했다.

이 당선자는 환경단체와 함께 4대강 사업의 대안을 찾는 데도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환경단체는 이날 국토부의 위임을 받아 충북도가 시행하고 있는 미호2지구 4대강 사업을 천연기념물 미호종개 서식지 복원을 뼈대로 한 ‘미호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으로 바꾸는 대안을 이 당선자 쪽에 제시했다.

염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그동안 이 당선자의 발언을 놓고 해석이 분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면담을 통해 생각했던 것보다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과 의미 있는 몇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실무협의기구를 만들기로 한 것도 그렇고 이 당선자가 ‘여주 강천보가 만들어지면 남한강 수위가 높아져 홍수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더라. 치수는 찬성하고 이수는 반대한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충북은 대부분 이수사업이라는 것을 이해시켰다”고 밝혔다.

염 사무처장은 또 “이 당선자가 까치내 작천보 공사에 대해서 물어보더라”며 “농업용수 공급이나 저수기능을 상실한 만큼 수위조절 기능은 지금 같은 공사가 아니라 돌로 쌓은 보로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호안공사는 막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이 당선자가 실무협의기구 구성에 동의함에 따라 실무진 인선이 서둘러 진행되고 있다. 염 사무처장은 “환경단체가 학계 전문가, 환경단체 활동가 등을 중심으로 실무진을 꾸린 뒤 이 당선자 측 실무위원, 충북도 공무원 등과 협의해 공동 실무진이 꾸려질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취임 이후 현장답사 등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허와 실을 꼼꼼하게 살펴 전면재검토와 대안제시 등 실질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남 이어 충북이 두 번째 협의”
김종남 환경련 사무총장-경인운하까지 재검토 대상으로

14일 대통령의 42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의견은 수렴하겠지만 사업은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확인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시·도지사를 당선시킨 지역 외에서는 이에 대한 전면 재검토 혹은 부분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충북은 경남, 충남 등과 함께 4대강 반대 운동의 발원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14일 충북을 방문한 김종남 환경련 사무총장은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가 기존의 사업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공사를 일단 중단하고 정리하기 위한 연대활동에 공감했다. 이는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자에 이어 두 번째다”라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에게도 이를 제안할 생각이고 인천의 경인운하도 재검토 대상에 포함시켜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와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이어 “박준영 전남지사 당선자의 경우 지역개발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보니 ‘영산강의 수질개선 등을 위해 사업비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MB식 4대강과는 다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4대강에 반대하는 다른 당선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김 총장의 말대로라면 한나라당 시도지사가 당선된 서울과 경기, 경북 등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어떤 식으로든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또 시·도지사들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곳곳에서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사업시행자가 지자체인 곳은 전체 170개 공구 가운데 54개 공구. 이 가운데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경남, 충북, 충남의 영향권 아래 있는 곳은 22개 공구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업 가운데 농경지 리모델링은 시·도지사의 허가가 필요하고 준설토 적치는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가 필요하다. 국토부는 최악의 경우 이들 지자체가 사업권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상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그러나 이 경우에도 중앙정부가 사업을 넘겨받아 계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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