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의 정통 지역축제인 의병제가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신설 축제에 밀려 사업비와 기간이 축소되더니 올해는 다른 행사의 부대행사로 전락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부터 6월1일을 국가기념일 '의병의 날'로 제정하는 등 의병 기념사업을 본격화할 태세여서 의병제 축소는 사회기류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3일 제천시 등에 따르면 민선 3~4기에 걸쳐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한방건강축제 등 상업축제가 잇따라 신설되면서 의병제 사업비는 2억7000만여 원에서 1억3000만 원으로 줄었다가 올해는 6500만 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1995년 을미의병 창의 100주년을 기념해 창설됐던 의병제는 '팔도에 고하노라'라는 주제로 2~3일 동안 지역 문화예술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가 대거 참여해 의병정신을 기리는 지역 대표 축제였다.

을미의병의 본거지인 제천은 당시 전국 의병장들이 비밀회의를 하던 본부가 소재했던 곳이다. 이 때문에 제천시 봉양읍 의병 본거지에 의병 사당인 '자양영당'이 세워졌다.

하지만 의병제는 영화제 등 상업축제 신설에 따라 투자 우선순위에 밀리면서 단 하루에 끝나는 자영영당 추모행사 정도로 축소됐다.

특히 올해는 지난 12일 열린 한방엑스포 D-100일 기념행사 부대행사로 전락해 변변한 행사 홍보물도 발행하지 못했다. 박달가요제 등 의병제 주요 프로그램도 한방건강축제에 내준 지 오래다.

소재가 무거운 정신문화 행사보다는 가볍고 사업성 높은 축제를 우선시한 시의 정책기조 때문이다.

상업축제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지만 의병장 유인석 선생의 문집이 발행되고 의병사 만화가 출간되는 등 민간차원의 제천의병 명맥잇기 노력은 꾸준히 진행돼 대조를 보였다.

제천문화원 정홍철 사무국장은 "지난 수십년 간 각인됐던 '의병의 고장'이 빛을 잃고 있다"며 "화려하고 폼나는 것만을 쫓고 지역성과 향토성이 뚜렷한 소재를 하급이라고 보는 발상은 더욱 심각한 문화적 도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식 세명대 교수는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제천이 갖고 있는 숭고한 역사적 가치를 계승해 나가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면서 "슬그머니 예산이 줄고 들러리 행사로 전락한 것은 통탄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 유명 축제는 그 지역의 전통적 가치를 앞세워 놓고 변화하고 있다"고 충고한 뒤 "잠깐의 효과를 내는 물질주의 행사와는 달리 의병의 정의로운 가치는 세월이 갈 수록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며 지역축제에 대한 전향적인 구조조정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신설된 영화제와 한방건강축제에 중점을 두다보니 의병제의 시민화합행사 등을 없애고 추모행사만 하기로 했던 것"이라면서 "의병의 날 제정 취지에 맞춰 내년부터 의병제 행사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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