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선 전문건설협회충북도회 前 사무처장

주재선 전문건설협회충북도회 전 사무처장(61)에게 최근 조금은 생소한 직함이 하나 더 생겼다.
이시종 도지사 선거대책본부 총괄본부장. 정치 냄새가 나지 않는 인사로 통하는 그에게 이번 선거는 어떤 의미였을까. 한마디로 놀라운 경험이었고 주변과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단다.
주 전 처장은 이시종 도지사 만들기에 나선 뒤 처음으로 언론인터뷰에 응했다.

그가 안내한 식당은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갤러리호텔 뒤편의 ‘파전마을’(T. 276-7336)이라는 허름한 식당. 여닫이 문이 힘을 줘야 열리고 닫힐 정도로 족히 20년은 넘어 보이는 건물이다.

이곳에서 주문한 음식은 모듬전과 김치찌개. 해물과 표고, 생선, 김치, 고추, 녹두전으로 구성된 모듬전은 어른 서너명이 먹기에도 부족해 보이지 않을 만큼 푸짐하다. 돼지 껍데기 붙은 생고기와 잘 익은 김치, 그리고 두부를 넣어 끓인 김치찌개는 다른 반찬이 없어도 밥한그릇은 뚝딱 해 치울 만큼 맛깔스럽다.

주 전 처장은 “전과 김치찌개 만큼 서민적인 음식이 드물다. 잔치 때 마다, 마을에 큰일이 있을 때에도 아낙네들이 부쳐내던 게 전이었고, 먹다 남은 김치 숭숭 썰어 넣어 끓여 온 가족이 숟가락 담그며 맛나게 먹는 게 김치찌개 아닌가. 이 곳에 올 때마다 고향마을 여느 잔치집에 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푸짐한 모듬전이 있으니 막걸리 생각이 날만도 하지만 그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 건설업계에서 평생을 바쳤지만 여전히 ‘금주파’를 고수한다. 그렇다고 그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던가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술 취한 동료보다 술자리를 더 재밌게 이끄는 이가 바로 주 처장이다.

이런 인간미가 이시종 당선자를 만드는데 적잖이 기여했을 터다. 하지만 그는 선거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난생 처음 선거운동을 하면서 너무 힘들었고 느낀 것도 많았다며.

그는 “페어플레이를 하자고 다짐해도 선거를 치르다 보면 서로 싸우고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선거운동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이런 생소한 상황에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동안 맺었던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돌아볼 수 있었고 나 자신을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 특히 격려와 비판을 아끼지 않았던 많은 분들의 관심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운동이 끝난 투표일 아침 상대 후보 진영에서 일한 지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선거운동기간 동안 서운한 게 있다면 모두 잊고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지역을 위한 도민들의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하자고.

앞으로도 그는 서로 화합하는 데에는 발을 벗고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건설협회 일을 하면서 국회의원으로 인연을 맺은 고교 선배의 선거를 도와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선거운동 기간동안 반목하고 갈등을 빚었던 사람들과 화합하는 데에는 누구보다 앞장 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풍부한 인맥의 소유자 주재선 전 처장다운 발언이다.

음식을 주변 사람들과 스스럼 없이 나누는 모습에서 서민도지사 탄생의 주역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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