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업종 인수 때는 향토백화점 역사 속으로 사라져
“경영 정상화”긍정적 “현대百 입점”부정적 전망 분분

▲ 내년 12월 법정관리 종료를 앞둔 흥업백화점은 종료 전까지 M&A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청산절차를 밟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번 공고를 통해 새로운 주인을 찾을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일의 향토백화점인 흥업백화점이 매각공고를 내고 적극적인 M&A에 나섰다. M&A 주간사인 한영회계법인의 매각공고에 따르면 15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받고 6월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나타났다. 12년째 법정관리 중인 흥업백화점이 법정관리 종료일을 1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M&A를 통해 새출발이 가능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법정관리가 진행되는 동안 흥업백화점은 지속적으로 M&A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공고를 내고 인수자를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흥업백화점이 이같이 공격적으로 M&A를 추진하게 된 배경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과 법원과 법정관리인 모두 M&A가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2005년 김명기 법정관리인 체제로 전환한 흥업백화점은 경영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 결과 매출과 수익도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2월 새로운 법정관리인을  임명했다. 법원은 M&A에 무게를 두고 M&A 전문가인 이인선 대표(57)를 법정관리인으로 임명했다.

법원, M&A 전문가 법정관리인 임명
이 대표는 지난해 청주산단 내 성일화학의 M&A를 성사시켰다. 성일화학에서 30년간 경리책임자로 근무한 이 대표는 2006년 법정관리인을 맡아 4년만에 M&A를 성사시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대표는 흥업백화점 법정관리인으로 취임한 직후 “임직원의 고용안정과 입점업체 권익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올해가 승부의 해”라며 올해 안에 M&A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바 있다.

흥업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법정관리 종료 전까지 부채를 상환하는 것이다. 지금껏 부채상환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달려왔지만 1년 6개월을 앞둔 지금 남아있는 400억원의 부채를 기간 내에 상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1990년 문을 연 흥업백화점은 초창기 전국 최고의 평당 매출을 올리는 등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성안길이라는 전국 최고의 입지에 다양한 상품과 차별화된 영업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설립초기 투자금으로 인해 1995년 8월 부도가 발생했고, 1998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사형선고와 같은 법정관리기간 동안에도 백화점을 살리려는 임직원들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고, 이 같은 노력은 법정관리가 종료되는 2007년 3월 법정관리 5년 연장이라는 기회를 만들어냈다.

법정관리 10년만에 경영안정화에 성공, 흑자폭도 크게 늘었다. 롯데영플라자의 등장에도 고객층 차별화 전략이 성공하며 매출은 오히려 급격히 증가했다. 2004년 100억원 2005년 89억원에 머물던 매출은 2006년 200억원에 이어 2007년에는 3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지금까지 300억원 안팎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소폭의 증가세를 유지했다.

흥업백화점은 대구백화점과 함께 전국 유이의 향토백화점으로 법정관리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생명력을 과시했지만 종료일까지 모든 부채를 상환할 정도의 성장은 이뤄내지 못했다.

흥업백화점 관계자는 “이대로 종료일을 맞이하면 청산절차를 통해 경매에 부쳐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진행된다”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지금으로서는 M&A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주간사 “백화점 아니라도 좋다”
지난달 26일 매일경제신문을 통해 매각공고를 낸 흥업백화점은 오는 15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는다. M&A 주간사인 한영회계법인 관계자는 “6월말까지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어떤 법인이나 개인이 인수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인수금액이 어느 수준인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한영 관계자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M&A가 가시화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로써는 모든 것이 조심스러운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된 이후에나 일부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M&A 성사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흥업백화점은 비공개적으로 M&A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헐값에 매입하려는 인수자 측과 제값을 받으려는 백화점 측의 입장차가 컸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매출실적은 M&A 성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흥업백화점 관계자는 “부채만 없다면 현재의 매출로도 수익성은 나쁘지 않다. 성안길이 여전히 최고의 상권이고, 리모델링 등 투자가 이뤄진다면 수익성은 개선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적지 않은 인수비용과 현대백화점 입점 등 지역 유통업계 판도 변화 등은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영회계법인은 꼭 백화점이 아니더라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인수협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한영 측은 업체의 성격을 불문하고 일단 제안서를 받을 계획이다. 또한 백화점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량한 회사라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M&A가 성사되면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은 단순히 매각금액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고용승계 등 항목별 점수를 합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된다. 당연히 백화점을 유지하겠다는 업체가 나선다면 평가분야 전반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수 있겠지만 최악의 경우는 유통업이 아닌 분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흥업백화점은 어수선한 가운데도 적극적인 월드컵 마케팅에 나서는 등 동요하지 않고 정상적인 운영을 해나가고 있다. 흥업백화점 관계자는 “월드컵을 앞두고 구매고객에게 붉은악마 티셔츠를 제공하고, 우리나라가 승리하는 경기와 스코어에 따른 경품지급 등의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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