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에서 우체국직원이 보이스피싱 계좌를 발견하고, 고액의 피해를 막아내 화제가 되고 있다.

충청체신청(청장 이상진)은 지난달 27일 제천 영천동우체국에서 대출을 미끼로 만든 통장이 전화금융사기에 이용되고 있는 것을 발견, 피해자에게 신속히 알려줘 막노동해서 번 고객의 돈 1500만 원을 지켜냈다고 2일 밝혔다.

지난달 25일 안모씨(58·여)는 저신용자에게도 대출해 준다는 모대출업자의 말에 제천영천동우체국에서 통장과 현금카드를 만들었고, 27일에는 돈을 찾으러 우체국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제천영천동우체국 직원 임순화 대리(32)는 안씨가 300만 원을 찾는 과정에서 횡설수설하는 모습과 불안해 하는 태도에 수상함을 느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장 거래 내역을 확인했다.

폰뱅킹으로 600만 원이 입금된 후 곧바로 CD기로 인출된 사실을 발견하고, 안씨의 계좌가 전화금융사기에 이용됐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임씨는 신속히 폰뱅킹 이체계좌도 조회, 기업은행에서 이체된 사실을 발견했다.

임씨는 곧바로 기업은행 서울 모지점에 전화해 고객(피해자)에게 송금 내용을 확인해줄 것을 부탁했으며, 고객과 통화해보니 역시 사기전화(보이스피싱)임이 확인됐다.

돈을 이체한 피해자는 서울에서 막노동으로 생활하는 김모씨(63)로 김씨 계좌에서는 안씨의 계좌 외에도 여러 곳으로 총 3000만 원이 폰뱅킹 이체됐고, 이미 일부는 인출된 후였지만, 다행히 우체국 직원이 보이스피싱을 눈치 채고, 바로 지급정지해 1500만 원을 지킬 수 있었다.

한편 임씨는 예금주인 안씨에게 우체국에 다시 와줄 것을 부탁했으며, 제천경찰서 사이버경찰대에 신고했다.

안씨는 "저신용자로 제도권 금융회사 대출이 어려워 수소문한 끝에 한 대출업체에 급전 대출 조건으로 통장과 현금카드를 만들어 주고,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다"며 "사기에 이용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우체국직원 임씨가 기업은행에 확인전화를 한 덕분에 안씨가 전화금융사기에 이용당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계좌에 남아 있는 잔액은 모두 피해자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한편 피해자 김씨는 "경찰서인데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으니 이를 막으려면 은행 폰뱅킹 계좌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전화를 받고, 순순히 폰뱅킹 보안카드와 비밀번호를 불러줬다고 한다.

김씨는 "막노동해서 힘겹게 모아온 돈인데, 우체국 직원이 신속히 처리해 준 덕분에 1500만 원이라도 건질 수 있어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상진 청장은 "아직도 대출을 미끼로 통장과 카드를 가로채는 전화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이전 금융사기는 피해자가 자동화 기기에서 범인의 계좌로 돈을 이체했던 반면, 최근에는 범인들이 비밀번호를 알아내 직접 이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이어 "개인금융정보를 함부로 타인에게 알려주지 말고, 대출 조건으로 통장이나 카드를 빌려달라는 요구에 절대로 응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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