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상 준 청주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권상준 청주대 환경조경학과 교수에게 정말 부러운 게 한 가지 있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곳은 다 가본다는 사실이다. 환경조경학과라는 특성상 아름다운 경관을 꼼꼼이 둘러보는 게 일상처럼 됐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런 경관들을 스케치하기까지 한다. 그의 연구실에 가면 입이 딱 벌어지게 뛰어난 경관들을 그린 스케치북 5권이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세계의 경관-권상준 교수의 시각’이라는 전시회를 열었다. 평소 스케치한 작품을 유화로 다시 그려 그림솜씨를 뽐낸 것. 스위스의 레만호와 포도밭, 미국 아리조나주의 ‘신의 정원’, 호주 빅토리아주의 메켄지 폭포, 뉴질랜드의 밀퍼드사운드, 그리고 호주의 짐짐폭포 등이 권 교수의 그림에 등장했다. 그의 전시회는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져 더 화제가 됐다. 앞으로 충북의 뛰어난 경관들을 그린 그림도 전시할 계획이라고.

그런데 아무리 세계 여러나라를 다니는 교수님이지만, 입맛은 순한국식 토종이다. 청주시 봉명동 봉명상가 근처 ‘충남 생고기 숯불구이’(☎ 043-262-9585)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나가자 권 교수는 청국장·비지장·씨래기장 등 3가지 장을 주문해 놓았다. 고기맛이 좋기로 유명한 이 집에서 점심특선 메뉴로 개발한 것이다.

이 날 나온 반찬은 갖가지 나물과 김치, 잡채, 멸치마늘쫑볶음, 콩자반 등. 소박한 점심상으로 집에서 먹는 것처럼 담백해 즐겨 찾는다고 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시간이 없어 햄버거와 콜라를 자주 먹었다. 그러다보니 이유없이 시름시름 아픈 적이 많았다. 이 때 건강을 되찾게 해준 것이 따뜻한 한국음식이었다. 한국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음식이 좋은데 차가운 빵과 콜라를 자주 먹었으니 몸에서 좋아할 리가 있겠는가. 섭생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요즘은 건강을 위해 채식으로 바꿨다. 이 식당에서 먹는 장 종류와 총각김치, 나물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침에는 쌈채소 10여가지와 소스, 점심에는 한식, 그리고 저녁에는 어쩔 수 없이 손님들과 어울린다는 그는 토속적인 우리음식이 얼마나 건강에 좋은가를 역설했다. 권 교수 말을 듣고보니 이 식당에서 끓여 내오는 장 맛은 구수하고 담백한 게 부담이 없었다. 특별히 입에 짝짝 붙지 않아 좋았다. 조미료를 넣지 않는다는 증거니까.

그의 외모는 영화배우 남궁원을 닮아 깔끔하지만 먹는 음식과 하는 일은 ‘자연주의’를 표방한다. “아산시 온양온천 KTX역과 신정호의 호수공원을 설계하고 주변의 경관까지 마무리했다. 신정호수는 정말 아름답다. 세계적으로 경관이 훌륭한 곳은 대개 호수를 끼고 있다. 신정호 공원은 생태형 호수공원으로 관광객들이 걷고 즐기고 사색할 수 있는 곳이다.”

이 말 끝에 다른 도시는 아름답게 꾸미면서 정작 청주는 왜 안 하느냐고 하자 바로 답변이 돌아왔다. “청주도 할 수 있다. 녹도를 따로 만들어 학교, 시장, 직장을 걸어다닐 수 있는 도시로 가꾸면 웰빙도시가 될 것이다. 사람이 주인이 되는 ‘新경관 도시주의’로 도시를 새롭게 변화시키자는 얘기다. 그래서 자치단체장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이번에 선출된 단체장은 푸른청주를 가꾸는데 힘을 쏟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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