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원 후보 대부분 ‘가’번 부여, 여성우대 정착
단체장 후보 전무, 광역의원 후보 극소수 아쉬움

이번 선거에 출마한 여성후보는 광역의원 후보 4명과 광역의원 비례대표 9명, 기초의원 후보 20명, 기초의원 비례대표 40명 등 도내 전체 출마자 514명 가운데 73명이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이 기초의원 여성후보가 20명으로 크게 약진했다는 것.

이번 선거를 계기로 여성 정치 참여의 문이 활짝 열렸다는 분석이 나올만 한 수준이다.
여성들의 기초의원 출마가 크게 증가한 것은 정당별로 복수 공천이 이뤄진 이번 기초의회 의원 선거에서 여성후보들에게 모두 ‘가’번을 부여, 우대하는 관례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이미 광역이나 기초의회 비례대표 후보에 여성을 우선 공천해 오고 있는 점을 더하면 그 폭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여성들의 정치 참여에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여성 단체장 후보가 단 한명도 없었으며 도의원에 출마한 여성 후보도 4명에 불과했다.

▲ 6.2지방선거에 출마한 여성후보들이 지난달 24일 충북여성포럼과 충북여성연대가 공동주최한 ‘충북여성후보 정책협약식’에서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기초의원 여성후보 ‘가’번 ‘굿~’

기초의원 선거는 중선거구제로 치러지기 때문에 정당들은 2명 이상 복수로 공천한다.
단체장이나 광역의원 선거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석수에 따라 한나라당이 1번, 민주당 2번, 자유선진당 3번 순으로 기호가 매겨지며 같은당 소속 후보들은 ‘가’와 ‘나’, ‘다’로 구분해 출마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3명의 기초의원 후보를 공천했다면 ‘기호1-가’, ‘기호1-나’, ‘기호1-다’로 후보를 구분한다.

문제는 가나다 순서에 따라 투표용지 후보이름도 게재되는 순서가 정해져 ‘가’번을 부여받은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다.
2006년 치러진 4대 지방선거 결과에서도 ‘가’번을 부여받은 상당수 후보들이 당선된 반면 ‘나’번 후보들은 대거 낙선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각 정당들은 여성후보 우대를 위해 이를 적극 활용, 대부분의 여성후보에게 ‘가’번을 부여했다.

상대적으로 ‘나’나 ‘다’번으로 밀린 일부 남성후보들이 반발하기도 했고 아예 공천에서 제외된 인사들은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인사는 “지난 4년 동안 출마를 위해 지역구를 누비며 표밭을 일궈 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번을 부여하고 ‘나’번이나 아예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지 되새겨봐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여성계에서는 사회구조적으로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제한돼 온 점을 감안하면 당연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성계 관계자는 “여성들을 남성 후보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라고 하는 것은 억지다. 그동안 여성들에게 가한 불이익을 기호를 통해 다소 우대하는 것인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여성 시장·군수 탄생은 언제쯤?

하지만 여성들의 정치 참여는 여전히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도지사를 비롯한 도내 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여성후보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미래연합이 청주시장 후보로 여성인 변이인 씨를 깜짝 공천했지만 결국 출마를 포기해 해프닝으로 끝났다.

도의원 후보도 도내 전체 후보 82명 가운데 4명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미래연합으로 새출발을 선언한 남기예 후보가 청주시 제8선거구에 출마했고 재선 도의원 정윤숙 후보는 청주시 제 9선거구에서 3선에 도전하고 있다. 도의회 비례대표 현역 의원인 같은 선거구의 민주당 최미애 후보가 정 후보의 대항마로 출마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여기에 보은군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황경선 후보까지 4명의 여성후보가 도의원에 도전장을 내민게 전부다.
결국 정책적 지원이 이뤄진 기초의원과 기초의회 비례대표 외에는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높은 정치의 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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