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도지사·기초단체장 5곳, 한나라·선진 단체장 3곳, 무소속 1곳 차지
세종시·통합·4대강 건설 주요 변수, 이명박 정권하의 충북홀대 표로 심판


충북이 큰 ‘사고’를 쳤다. 6·2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다. 집계결과 민주당은 도지사와 기초단체장 5곳을 거머쥐었다. 도내 12개 시·군 단체장은 한나라 3곳, 민주 5곳, 선진 3곳, 무소속 1곳이 차지했다. 민선4기와는 판도 자체가 변했다.

그동안 지방선거에서 충북은 한나라당 텃밭이었다. 총선에서 민주당 바람을 불러일으켜 싹쓸이 했을뿐 지방선거에서는 거의 참패하다시피했다. 지난 2002년 6·13 지방선거 결과 한나라당은 도지사와 청주·충주·제천·영동·음성의 기초단체장을 품에 안았고 광역의원 전체 24곳 중 19개 지역에서 당선자를 냈다.

반면 민주당은 옥천 단 한 곳에서만 자치단체장을 탄생시키고 도의원 한 석을 건져 집권여당의 위상을 무색케 했다. 당시 나기정 민주당 청주시장 후보가 한대수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한 것도 충격적이었다. 자민련의 성적도 볼품없었다. 2전3기 끝에 청원군수로 당선된 오효진 씨가 유일하게 자민련 깃발을 꽂았다.

이어 2006년 5·31선거에서는 다양한 삼색벨트가 형성됐다. 한나라당은 도지사와 기초단체장 5곳, 열린우리당 4곳, 무소속 3곳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한나라당은 청주·충주·제천·청원·단양 단체장과 31개 광역의원 중 29곳을 석권했다. 열린우리당은 당시 이용희 국회부의장 효과로 보은·옥천·영동 남부3군 단체장 싹쓸이와 진천군수를 냈다. 기대 이상으로 약진한 무소속은 음성·괴산·증평 단체장을 당선시켰다.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4곳에서 단체장을 당선시키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여전히 한나라당에는 밀렸다.

“세종시 수정안 더 이상 안돼”

이번에 민주당이 도지사와 5명의 자치단체장을 차지하고 정당지지도에서 1위를 하는 등 압승한 것은 충북의 바닥민심이 변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다. 행정중심복합도시 백지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약속 불이행, 수도권 규제완화, 충북출신 인재등용 소홀 등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철저히 홀대받은 충북이 표로 심판한 결과라는 얘기다. 충북은 ‘3% 경제’라는 낮은 도세가 말해주듯 역대 정권하에서 항상 찬밥대우를 받아왔다. 이번 선거결과는 이런 것들이 합쳐져 폭발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남기헌 충청대 행정학과 교수는 “올해는 정책대결 선거가 됐다. 밖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방정책을 심판하고, 안으로는 세종시와 청주·청원통합 이슈를 가지고 후보를 선택했다고 본다. 민선4기 한나라당 단체장들이 너무 오만하고 주민의 의사를 듣지 않아 유권자들은 크게 실망했다. 기존 단체장들의 정책운영 결과를 표로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남 교수는 “앞으로 민주당도 오만해서는 안된다. 한나라당이 참패한 것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한나라당 정책도 옳은 것은 수용하고 정책정당으로 도민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정당이 돼야 한다. 낮은 자세로 하루빨리 세종시 원안추진, 청주·청원 통합을 이루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두영 충북경실련 사무처장은 “세종시 수정안, 4대강 개발, 천안함 사고 등 이명박 대통령이 민심과 반대로 밀어붙인 것에 대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안된다. 민심 자체가 원안추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주당은 세종시 원안추진을 걸고 당선됐기 때문에 총력을 걸고 원안을 사수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은 도민들이 집권여당의 견제세력으로 민주당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민주당 충북도당은 2일밤 충북의 인명지도위에 당선자들을 표시하며 기뻐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선수교체에도 건재한 선진당

한나라당은 정몽준 대표가 무려 세 번이나 충북을 찾아 정우택 후보를 지원했으나 정권심판론, 충북홀대론, 세종시 원안사수론을 이겨내지 못했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의 대통령에 아첨하며 세종시 수정안을 수용하는 태도도 민심을 이반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정 후보가 세종시 원안추진을 주장했으나 확실한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고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면서 ‘선거용’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실제 정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수정안으로 이반된 충북민심을 달래기 위해 방문한 이후 수정안을 수용하는 듯한 태도 등에서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비난을 많이 받았다.

한나라당의 참패에 비해 자유선진당은 보은·옥천·영동 남부3군을 그대로 지켰다. 선거기간 동안 한용택 옥천군수와 이향래 보은군수가 공직자비리 수사에 걸려 구속되는 태풍을 만났으나 여전히 건재를 과시했다. 이용희 의원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는 평가다. 현직군수가 비리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중간에 ‘선수’가 교체됐음에도 끄떡않고 선진당의 체면을 세운 것. 반면 무소속은 유력했던 유명호 증평군수 후보가 탈락해 임각수 군수만 살아남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번 선거에서 세종시 못지않게 중요한 이슈는 청주·청원 통합이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통합추진을 약속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세종시에서 잃은 점수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통합을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통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남상우 한나라당 청주시장 후보는 “통합을 이룬 역사적인 시장으로 남고 싶다”며 일관되게 통합을 주장했으나 오히려 점수를 얻지 못했다. 민선4기 시장으로서 통합부결에 대한 책임을 먼저 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정 후보도 통합을 적극 찬성했으나 뒤늦게 커밍아웃해 역시 진정성이 없다며 외면당했다.

아울러 천안함사고를 교묘히 위장한 북풍은 여느지역과 마찬가지로 오히려 反 한나라당 정서를 불러왔고 충북청주환경련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단체의 4대강 개발 반대도 한나라당의 표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미호천 개발 반대 논리가 민심을 자극한 것이다.

“우리도 토론회 하고 싶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충북은 정우택 후보와 남상우 후보의 재선여부, 이기용 교육감의 3선 가능성, 한나라당 일색이었던 도의회 변화 여부, 남부3군의 선진당 싹쓸이 여부, 여성후보의 당선가능성 등이 관심을 모았다.

결국 정우택·남상우는 재선에 실패하고 이기용 교육감은 3선 고지를 탈환했다. 2명을 제외하고 모두 한나라당이었던 도의회도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들어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여성 출마자들도 73명으로 과거에 비해 증가했다. 3일 새벽 2시 현재 정확한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과거보다 많은 여성의원들이 탄생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천과정에서 여성후보들을 이리 밀고 저리 밀어 의무공천제를 제대로 실현하지 않은 것은 문제점으로 남았다.

그리고 교육의원 선거가 함께 치러지면서 상대적으로 유권자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 것도 제도의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선거의 사각지대라고 할 정도로 후보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후보 자신이나 유권자들의 속을 태웠다. 광역·기초의원들도 단체장들에 가려 언론의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방송 토론회나 길거리 유세가 없어 정책을 밝힐 수 있는 장이 없었던 것.

청주시의원에 출마했다 낙선한 모 후보는 “장님 코끼리 더듬는 식으로 아무 예상치도 없이 돌아다녀야 하는 게 힘들었다. 언론들은 단체장에 관한 기사만 써 나를 제대로 알릴 수 없었다. 그렇다고 길가는 사람 붙잡고 정책을 설명할 수도 없었다. 기초의원 후보들에게도 한자리에 앉아 정책을 겨뤄보는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교육의원 후보들 역시 이런 점을 공통적으로 바라고 있다.

전국 투표율 고작 50%대···의무투표제 도입 여론
충북, 전국 평균 상회...상당구 54.5%, 흥덕구 53.9%

올 지방선거 충북의 투표율은 58.8%(전국 54.5%)이다.

도내 유권자 118만3811명 중 69만5984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도내 시·군중에서는 보은군이 74.2%를 기록해 최다 투표율을 보였고 단양군이 71.4%, 괴산군이 70.2%로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반해 청주 상당구는 54.5%, 흥덕구는 53.9%로 평균 투표율을 넘지 못했다. 전국적으로는 16개 시·도중 충북이 6번째로 투표율이 높았다.

반면 2006년 충북의 투표율은 역대 최저 54.7%(전국 51.3%)를 나타냈다. 그리고 2002년에는 이보다 약간 높은 56.8%(전국 48.9%)를 보였다. 올해 도내 투표율이 2006년보다 4.1%P, 2002년보다 2.0%P 높은 이유는 시민사회단체와 선관위가 지속적으로 투표참여 운동을 벌였고,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까지 가세해 관심계층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이번 선거는 민선1기 때인 95년 투표율 68.4%에 이어 두 번째로 투표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의 투표율은 낮은 편이다. 그래서 기권하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부과하자는 여론도 있다. 선거권자 1인당 약 2만원이라는 높은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기권자들에게 불이익을 주자는 것. 참고로 투표율이 높은 호주에서는 기권시 벌금을 20~25달러 부과시키고 미납하면 징역형에 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에서는 기권자를 선거인명부에서 제명하고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벨기에는 1회 기권시 50유로(한화 약 7만원), 2회 위반부터 125유로(한화 약 18만원)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리스는 1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징역과 함께 여권발급과 운전면허증 발급을 중지시킨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의무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30여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나라에서 투표 기권자에게 소명요구, 주의, 벌금, 참정권 제한, 공직취업 제한 등 다양한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다. 호주는 의무투표제 실시 이후 하원의원 선거 투표율이 90% 이하로 떨어진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의무투표제 도입에 대해 찬반여론이 있지만, 전국 투표율이 40~60%에 머무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투표 불참자들에게 적절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주장이다.

"아니, 이럴 수가···“
여론조사 뒤죽박죽, 분노폭발

선거기간 동안 후보자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울고 웃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몇 군데 지역은 여론조사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이시종 도지사와 우건도 충주시장 당선자, 최명현 제천시장 당선자, 홍성열 증평군수 당선자, 정상혁 보은군수 당선자는 여론조사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왔으나 최종 승리했다.

위 사람들은 CJB 청주방송과 KBS-MBC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서 모두 상대당 후보에게 뒤졌다. 이시종 도지사 당선자는 한 번도 정우택 후보를 이긴 적이 없었다. 그리고 우건도 충주시장 당선자는 김호복 후보, 최명현 제천시장 당선자는 서재관 후보, 홍성열 증평군수 당선자는 유명호 후보, 정상혁 보은군수 당선자는 김수백 후보에게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방송사마다 경쟁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제대로된 조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심지어 10%P 이상 상대 후보를 이긴 후보마저 실전에서 나가 떨어지자 영세업체가 난립하는 여론조사 시장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표본추출을 과학적으로 하지 않음으로써 집안에 앉아 쉽게 전화를 받을 수 있는 노인, 주부 등에게 쏠려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여성·남성, 연령층 비례가 맞지 않고 응답률이 10% 안팎인 경우도 많았다. 이런 조사를 방송사에서 경쟁적으로 발표함으로써 유권자들은 잘못된 정보에 속고만 것이다. 앞으로 여론조사를 발표하는 언론기관에서는 공신력있는 여 기관에서 제대로한 조사를 내놓아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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