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출신…학창시절 1등 놓치지 않은 수재
거액 정치자금 전달 창구역 의혹 때문에 ‘곤욕’

청주출신으로 학창시절 1등을 한번도 놓치지 않을 만큼 뛰어난 수재로 알려진 강유식 LG 부회장(56)이 이순의 고개를 앞두고 인생 황금기에 최대의 시련을 겪게 됐다.

불법 대선자금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부장 안대희)는 지난달 12일 정순원 현대차 사장, 신동인 롯데호텔 사장과 함께 강 부회장을 출국 금지하는 등 수사의 칼날을 턱밑까지 바짝 들이대 왔다.

당시 검찰은 대선을 즈음해 강 부회장 등이 한나라당과 노 캠프에 거액의 자금을 전달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었다. 대선 당시 강 부회장은 LG 구조조정본부장, 과거식으로 말하면 그룹회장 비서실장이었다.

검찰은 이에 앞서 10월 말 정치자금 수사와 관련, 강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 등 5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급 인사들을 불러 사전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다만 검찰은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경제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 조사 장소를 검찰청사가 아닌 다른 장소로 하고, 형식도 사전 예비조사 형태를 취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마침내 대검 중수부는 지난 9일 한나라당이 대선 때 LG그룹으로부터 150억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를 포착함으로써 관련 수사가 새 국면을 맞고 있는 것.

대검에 따르면 특히 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22일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LG 구조조정본부 이 아무개 상무가 63개 상자에 현금 150억원을 담은 2.5t 트럭(탑차)을 차째 넘기는 소위 ‘차떼기’ 방식으로 이회창 대선 후보 개인후원회인 ‘부국팀’ 부회장과 법률고문을 지낸 서정우 변호사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깊숙히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LG그룹 관계자는 지난달 강 부회장이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을 때만 해도 “강유식 부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에 30억원, 민주당에 20억원 등 총 50억원의 공식후원금을 제공한 뒤 영수증 처리했으며, 그 밖의 비공식 후원금은 일절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며 사실축소에 나서기도 했다.

어쨌든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과정에서 강유식 부회장이 자의든 타의든 검은 돈을 한나라당에 전달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남으로써 그의 뛰어난 능력을 아끼는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LG 계열사 청주사업장 관계자들은 “강 부회장은 청주고와 서울대 상대 재학시절 1등을 한번도 놓치지 않을 만큼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인데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합리성과 개인적인 가치판단을 개입시키지 않는 엄정한 원칙주의를 실천해 온 뛰어난 인물이었다”며 수사의 불똥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시하고 있다.

강 부회장은 청주고 40회 출신으로 윤진식 산자부 장관, 안재헌 여성부 차관, 변재인 정통부 차관, 이시종 전 충주시장(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최근 시장직을 사퇴했다) 등과 동창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