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남성 비해 분해 효소 함량 적어
건강한 음주 위해 개인차 인정해야

▲ '술 권하는 사회' 남성들에 비해 음주에 취약한 여성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높아지고 있다.
증평의 한 여대생이 선·후배 대면식에서 술을 마시고 자신의 자취방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대학 음주문화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성에 비해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여성에 대해 '술 권하는 사회'에 대한 경종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면서 '알고 마셔야 된다'는 의료계의 공감대까지 형성되고 있다.

괴산 경찰서는 지난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숨진 여대생 금모씨(20)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157%라고 밝혔다. 이는 치사량 0.5% 안팎에 못 미치는 수치로 직접적인 사인으로 단정하기 힘들다는 결론이었다. 다만 신장 153㎝, 몸무게 36㎏의 왜소한 체격인 금씨가 짧은 시간에 알코올을 섭취했을 경우 급성 호흡부전이나 심부전을 일으켜 사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금씨의 정확한 사인에 대해선 현재 검·경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상태다.

그럼 알코올에 의한 사망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될까. 캐나다 토론도 대학 연구팀이 란셋 지에 게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4년 전 세계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전체 사망자의 3.8%가 알코올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5명 중 1명이 알코올 다량 섭취로 사망했다는 얘기다.

이 연구팀은 알코올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00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여성 음주량이 증가한 것이 주된 이유라고 밝히고 있다. 세계 13위 경제 대국인 한국의 경우는 지난해 말 기준 1인당 음주량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흔히 알코올 중독자라 불리는 알코올 의존성 질환자는 480만 명으로 이 중 여성이 12.5%에 이르는 60만 명으로 집계됐다.

청주 예사랑 알코올 전문병원에 따르면 생활양식이 서구화 되고 여성 인권 신장과 사회 참여가 확대 되면서 술 마시는 여성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학력이 높은 여성일수록 음주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는 남성 중심의 환경에서 사회활동을 하면서 음주 문화가 상대적으로 대중화 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같은 양의 술을 마신 경우라도 남성에 비해 여성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훨씬 높다는 것이다.

청주 예사랑병원 이상구 원장은 "여성은 남성에 비해 체내 수분 함량이 적어 희석시키는데 속도가 느리 다"며 "알코올 분해 효소도 남성에 비해 절반 밖에 분비되지 않아 혈중 알코올 농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남성보다 짧은 기간에 적은 양의 술을 마셔도 간질환, 췌장질환 등 알코올성 질환이 더 쉽게 발생 한다"며 "과다한 음주는 당뇨병 발생 위험률을 높이고 폐경을 앞당기며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알코올 의존성이 높아지면 무월경 불임증, 임신후 자연 유산이나 기형아 출산 위험을 2배 이상 높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건강한 음주량은 남성의 경우 하루 알코올 24g 이내, 여성이나 노인은 15g 이내 섭취하는 것이 적정하다"며 "지키기 힘들겠지만 이를 주 3회 이내로 마셔야 한다. 하루 24g의 알코올은 소주 3잔, 맥주 2캔, 와인 2잔(잔 3분의 1 채워), 양주 2잔을 마셨을 때이다. 여성은 남성의 절반을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주종에 맞는 문화적인 술잔의 크기로 1주일에 14잔 이내가 건강을 지키는 적절한 양이란 설명이다. 우리 몸의 술 분해 효소가 보통 1시간에 알코올 10g 정도를 분해시킨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 도움말=이상구 청주예사랑 병원장
그는 "건강한 음주를 위해선 개인의 차이부터 인정해야 한다"며 "청소년과 노인은 술 분해 효소의 활성도가 낮고 여성은 위벽의 ADH능력이 약하다. 마른 사람은 인체 수분 함량이 적어 알코올 희석 능력이 떨어진다. 탄산이 가미된 술은 흡수력이 빨라 쉽게 취한다. 안주를 먹어가며 적당량을 나눠 마시는 것이 건강한 음주 습관이다. 특히 술자리에서 자기 의사결정권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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