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후보 한나라 당론과 달리 전면 실시 주장
진보정당 오랜 테제, 유권자 입장은 ‘무조건 찬성’

 無上: 더할 수 없이 최고로 좋음.
 無償: 행위에 대해 대가가 없음..
 無常: 일정하지 않고 늘 변함.....

6.2 지방선거의 전국적인 최대 쟁점은 누가 뭐래도 무상급식이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분단이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북측에서 자주 사용해온 무상(無償)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진보정당의 오랜 테제(These)였던 무상급식이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공론화 됐다. 맞벌이가정, 결손가정이 크게 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차피 학교에서 도시락이 사라지고 급식이 전면화 된 상황에서 이 만큼 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사안도 드물기 때문이다.

파급력이 큰 만큼 이를 둘러싼 논란도 메가톤급이다. 야당이 전면실시를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이 공약이 처음 불거졌을 때 대중추수주의로 몰아붙였고 ‘부자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을 할 필요가 있냐’며 뜻밖에 ‘차별급식론’을 펴기도 했다.

충북의 경우 정우택(한나라당), 이시종(민주당), 김백규(진보신당) 후보가 공히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적용범위와 관련해 고등학교까지 확대할 것인가 또 형편이 넉넉한 아이들도 대상이 돼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종식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중앙당의 공약과 충북지사 후보가 주장하는 바가 다른 부분도 있다. 여당이 이 공약에 대해 대중추수주의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중앙당에 반(反)해 세종시 원안고수에 이어 무상급식 공약마저 덥석 물은 정우택 후보에 대해서는 ‘소신이 있다’는 평가와 함께 오히려 대중추수주의에 경도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차이점 분명한데 ‘공약 베끼기’ 논란
충북도지사 후보 세 명 가운데 무상급식을 하지말자는 후보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런데 이시종 후보의 공약발표에 이어 정우택 후보마저 무상급식을 들고 나오면서 순식간에 공약 베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지난 5일 정우택 한나라당 후보가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제시한 것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정우택 한나라당 충북지사 예비후보가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제시한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과 한나라당을 떠나는 민심에 불안한 나머지 이시종 후보의 공약 베끼기에 나선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깎아내렸다.

민주당은 “정 후보는 도지사 임기 4년 동안 단 한 푼의 무상급식 예산도 반영하지 않았다. 취약계층 자녀들에게 지원된 무상급식 예산은 모두 충북도교육청이 부담했다”며 “정 후보가 과연 언제부터 초·중학생들의 무상급식을 충북이 반드시 이행해야 할 책무라고 생각했는지 묻고 싶다”고 공격했다. 민주당은 정 후보의 공약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이에 대해 즉각 반격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지방선거를 의식해 무조건 표만 받으면 된다는 선동정치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고 이러한 선동정치가 바로 포퓰리즘이다. 민주당은 포퓰리즘을 알기나 하느냐”고 되받았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예산에 맞게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급식비를 낼 여유가 있는 아이들에게 공짜점심을 주는 것 보다 서민을 위한 보육예산을 늘리고 교육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상급식 공약에 가담했다.

온도 차 진보-민주-한나라 順
모두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발언록을 되짚어보면 온도 차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선거가 한나라-민주 양당구도로 흐르다보니 묻혀있지만 사실상 무상급식 공약을 줄기차게 제기해 왔고 그 강도에 있어서도 가장 선진적인 곳은 진보정당 쪽이다.

무상급식의 원조는 민주노동당이다. 2000년 창당 때부터 이를 주창해 왔으며 2003년 10월 전남도의회에서 가장 먼저 학교급식지원조례가 제정됐다. 당시 전종덕 민노당 전남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례안은 최초의 주민발의 조례였는데 이 조례가 통과되면서 급식조례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불러일으켰다. 2004년 9월 민노당 최순영의원의 대표 발의(한명숙 공동 발의)로 법률안까지 발의됐다.

충북지사 후보 가운데 진보정당 단일후보인 김백규 진보신당 후보는 “무상급식 대상 범위를 더 넓혀 유치원·특수학교와 초·중·고교 전체에 대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단순한 무상급식이 아니라 부자감세, 4대강사업을 철회함으로써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무상급식 주장은 결론은 동일하지만 진정성에서 온도차를 보인다. 포괄적인 범위나 성격은 초·중학교 대상, 친환경급식으로 차이가 없다. 문제는 이 공약을 제기한 시점과 부유층 학생들에게도 무상급식의 시혜를 줘야하는지 여부다.

정우택 한나라당 후보는 지난 14일 CJB청주방송 토론회에서 “원조는 어차피 진보정당 최순영 의원인데 민주당과 이시종 후보가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이를 당론으로 정했다는 이유로 원조를 주장하며 베끼기를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 4일 공약…열흘 전엔 답변 유보
어찌 됐든 한나라당과 정 후보가 무상급식 공약에 뒤늦게 가담한 것은 분명하다. 정 후보는 앞서 언급한대로 5일 공약발표를 통해 초·중학교에 대한 전면 무상급식을 약속했다. 그러나 불과 열흘 전만하더라도 이 공약에 대해 확신이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 정 후보는 4월25일 인터넷 폴리뉴스, 자매지 월간 폴리피플과 가진 인터뷰에서 무상급식 공약에 대해 “답변을 유보한다”는 말로 일체 견해를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시종 후보는 “재정자립도 15위인 전북은 전체학교의 67%가 무상급식을 시행해 무상급식률 1위다. 이에 반해 자립도가 11위인 충북은 40%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전액 교육청 예산이다. 따라서 정 후보는 무상급식에 대한 의지가 없으면서도 선거의 쟁점이 되자 말로만 해야 할 사업이라고 발언한 것뿐이다”라고 비난했다.

문제는 세종시 원안고수와 함께 무상급식에 있어서도 중앙당보다 진일보한 견해를 보이고 있는 정 후보의 진정성이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헌법 제31조 의무교육 규정에 따른 무상급식 실시는 교육강도(敎育强道)를 추진하고 있는 충북의 경우 반드시 이행해야 할 책무에 해당된다”며 “무상급식 실시를 통해 공교육의 수혜범위를 확대해 지역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차별 없는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정 후보와 달리 한나라당 중앙당과 충북도당이 급식비를 낼 여유가 있는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무상급식을 ‘공짜점심’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 후보 역시 진정성 시비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공짜점심론에 대해 “단지 어려운 가정에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기초수급자 사실 확인, 건강보험 납입영수증 등 관련서류를 내야하는 차별급식은 눈칫밥을 먹이는 것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충북 무상급식 얼마나 드나
초·중학교 예산 연간 600억이면 OK
유치원·고교 전면 실시하면 900억원

무상급식과 관련해 충북도 예산이 얼마나 필요한 지에 대해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전체규모에서 큰 차이가 없다. 도와 시·군, 교육청이 분담해야할 한나라당은 연간 총 640억원 정도가 필요한데 도와 시·군이 각각 160억원을 대고 교육청이 나머지 320억원을 보태면 된다는 계산이다. 민주당의 셈법에 따르면 총 소요예산이 625억원이고 교육청 예산 270억원과 시·군 예산 80억원을 빼면 약 275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진보신당은 유치원·특수학교를 포함해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는 주장인 만큼 들어가는 예산도 규모가 크다. 도승근 진보신당 충북도당 사무처장은 “고등학교까지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면 1016억원 정도가 든다. 고교 전면실시까지는 단계가 필요하다. 친환경농업의 비중을 늘려서 공급단가를 줄이면 930억원까지 비용을 내릴 수 있고, 차액은 소모성 예산을 줄이고 자치단체의 부담을 조금만 늘리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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