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손녀딸을 자전거에 태우고 논길을 달리는
대통령을 가질 수 없을지 모르니
밀짚모자를 쓰고 구멍가게 앉아 담배를 꺼내 무는
소탈한 우리의 대통령을 만나지 못할지 모르니

그가 꿈꾸던 아름다운 가치들이
모조리 불에 타
허망한 연기, 한 주먹의 재로사라지게 할 수는 없으니
잔혹한 시대여, 그를 우리의 벗으로 다시 돌려주소서

그를 조롱하고 손가락질 하던 야만의 시간은
지금 어디에 숨어 있습니까
그를 업신여기고 비아냥거리던 비겁한 권력들은
지금 무슨 혀를 준비하고 있습니까

글/ 도종환 시인 ‘벼랑에 지는 꽃’ 중
사진/ 청남대 육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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