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성 청주문화사랑모임 대표

올해는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광주 망월동에서 열리는 정부주관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사라졌고, 2년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정운찬 총리 퇴장에 맞춰서는 “노자 좋구나…”로 시작되는 경기민요 방아타령이 연주됐다.

충북도 기관으로부터 5.18이 찬밥이기는 마찬가지다. 청주시 상당공원에서 시민단체 주관으로 기념행사를 열기로 했으나 공원 문턱이 너무 높았다. 3월24일 관련 공문을 시에 접수하고 원만히 협의를 진행했으나 돌연 4.19 기념탑 건립공사를 이유로 불가통보를 받았던 것.

부시장을 항의방문하고 언론이 들썩거린 끝에 가까스로 사용승낙을 받았지만 아무래도 뒤끝이 개운치는 않다. 5.18민중항쟁30주년기념 충북행사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지성 청주문화사랑모임 대표를 청주시 상당구 수동 다락자연산버섯(222-0232)에서 만났다.

‘1능이, 2표고, 3송이’라는 속설을 무시하고 메뉴판 맨 밑에 있는 잡버섯전골(1인분 8000원)을 시켰다. ‘잡(雜)’이라는 접두사가 ‘근본 없이 뒤섞였다’는 뜻이지만 자연산버섯을 재료로 끓인 전골이라면 제철에 흔한 버섯을 골고루 넣었다는 긍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주인장에게 “어떤 버섯이 들어갔냐”고 물으니 “싸리버섯, 밤버섯, 밀버섯, 가다발, 목이버섯, 오이꽃버섯, 꾀꼬리버섯, 가지버섯 등 송이, 표고, 능이만 빼고는 다 들어갔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다시 말하면 그때그때 들어가는 버섯의 구성과 양이 다르다는 얘기다. 바깥주인 김병인씨는 “산에서 뜯어오는 거니까 이렇게 듬뿍 넣을 수 있다. 초가을에는 15가지 버섯이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잡버섯이 어우러진 국물맛이 진하게 우러날 때쯤 시국에 대한 얘기도 무르익었다.

정 대표는 “5.18 30주년의 의미는 한 세대가 갔다는 것이다. 겪었던 사람, 기억하는 사람들이 사라져가는 즈음에 그 의미만이라도 온전히 전해야한다는 것이 행사를 기획한 취지다. 이제는 미움과 죄책감을 벗고 민주주의를 세워나가야 한다. 그래서 더 이상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모두가 차분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고 보면 5.18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등 시국현안에 대해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현 정권이다. 정 대표는 “거창한 행사를 지양하고 잔잔하게 준비했다. 행사기간 내내 사진전과 영화제를 갖고 기념식 문화제에서는 지역의 노래모임들이 모여서 ‘함께 부르는 5월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그런데 대통령이 정부주관 행사에 번번이 불참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뺀 것은 품위 없는 행동이고 졸렬하기까지 하다”며 “G20회의를 개최하고 경제발전에 성공했다고 떠든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비난했다.

충북대 행정학과 77학번으로 이른바 386세대에 한발 앞서 ‘사상연구회’ 중심의 자생적 학생운동 1세대인 정 대표는 1987년 6월 항쟁 당시 국민운동본부 사무처장으로 사회운동에 뛰어들었다. 운동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1989년 충북시민회(청주시민회-충북참여연대 전신) 창립에 앞장섰고, 1993년 문화사랑모임을 만들어 초대 총무를 맡았다. 2008년부터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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