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가 상당공원 사용을 두고 투명하지 않은 행정 처리를 하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청주 추모위원회' 측이 장소사용 신청을 할 당시에는 신청서를 따로 다시 작성하도록 양식까지 제공했고, 불허할 만한 별다른 언급이 없어 통상적으로 승낙된 것으로 이해를 했다는데, 며칠 후 불허통지를 한 것입니다.

이유인즉 자유총연맹이 하루 먼저 신청을 했고, 4·19기념탑 건립공사로 인해 안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이라면 납득이 가는 일입니까. 먼저 신청한 자가 있다면, 당연히 나중에 신청하는 자에게 그러한 사실을 알려 주고, 다른 대안을 마련토록 해 주었어야 마땅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불과 하루전날 일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4·19기념탑 건립공사로 인한 안전문제도, 자유총연맹은 괜찮고 추모위원회는 아니라니 좀 유치해 보이지 않습니까.

청주시와 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편향된 인식은 지난해에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노 대통령 서거 당시 상당공원 시민합동분향소를 찾았던 5만여 시민이 낸 성금 가운데 400여만원을 들여 노 대통령 흉상을 새긴 표지석을 만들어 49재 때 합동분향소가 있던 상당공원 한편에 세우려 했지만, 청주시와 보수단체 등의 반대로 무산됐었습니다.

아마도 이번의 불허조치는 보수단체와 청주시당국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표지석에 대해 과잉 반응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됩니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급조한 것으로 보이는 장소사용 승낙대장과 접수대장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겁니까.

장소사용에 관한 처리 규정이나 절차, 접수대장 등 관련문서조차 없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청주시 행정수준이 고작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이토록 근거도 없이 행정 처리를 한다는 것은 자의적인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조작도 가능하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며, 결과적으로 행정권의 남용이 아니겠습니까.

또, 선거법 제103조(각종 집회 등의 제한)를 보면 국가나 자치단체 출연·보조를 받는 단체(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 등)는 선거기간 중에 회의나 그 밖에 어떠한 명칭의 모임도 개최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이러한 추모위원회의 항의에 대해 "선거법에 그런 규정이 있는지 몰랐다"고 합니다. 첨예하고 민감한 선거기간 중에 선거법 저촉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해 보입니다.

청주시 고위당국자는 자유총연맹 측이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으로 보아 청주시당국이 선거법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죠.

청주시당국은 선거법 저촉이 분명한 단체에 내준 장소 사용 승낙을 취소하고 적법한 행사에 허용해야 마땅합니다.

더욱이 추모위원회 측은 추모제를 기해 고 노 전 대통령 표지석을 세우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한 만큼 상당공원 사용과 추모행사를 거부할 명분이 없습니다.

자발적 시민이 추진하는 전직 대통령 추모행사를 못하게 막는 것이 지방자치단체가 할 일인지요. 추모행사가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미치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이며, 행정당국이 재단할 사안도 아니잖습니까.

청주시쯤 되면 좀 더 성숙한 자세, 빈틈없는 행정을 구현해야 합니다. 이번 일을 보면서 더 더욱 6·2지방선거는 독선적 지방정부를 혁신하는 정책선거가 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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