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에 풍덩 빠진 하루, 각양각색 야상화도 아름다움 뽐내
월정사 석조보살좌상은 아쉽게도 복제품, 진품은 박물관에

계절의 여왕 5월에는 전국 어디를 가도 신록과 어우러지는 자연경관이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을까마는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풀꿈생태문화탐방 ‘초록에 풍덩’은 온전히 초록에 풍덩 빠져 보기 위해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로 향했다. 아침 8시 우리를 태운 차량 2대는 3시간여를 달려 첫 번째 목적지인 월정사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 행운인가! 제 7회 오대산 천년의 숲 “옛길 따라” 걷기대회가 월정사에서 오대산장까지 진행되는 관계로 문화재관람료 없이 무료로 월정사 경내를 둘러 볼 수 있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 4교구본사인 월정사는 천 삼백여년 전 자장율사가 산문을 여신이후 수많은 고승 대덕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 대관령 옛길의 울창한 소나무 숲.
월정사의 중심법당은 적광전이다. 적광전은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것이 통례이나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좌우에 다른 불상을 모시지 않은 것 또한 특이하다. 적광전 앞뜰 한가운데에는 우리나라 팔각석탑으로는 가장 크다는 팔각구층석탑(국보 제 48호)이 우뚝 솟아 있다. 아름다움 또한 단연 으뜸이라니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정말 멋지다. 탑 앞에는 왼쪽 무릎을 세우고 공양하는 모습의 석조보살좌상(보물 제 139호)은 아쉽게도 진품이 아닌 복제품이다. 진품은 성보박물관 안에 있다니 박물관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전나무 숲길을 맨발로 걸을 때의 기분
풀꿈생태문화탐방의 자랑거리 중의 하나는 탐방자료집이 무슨 연구보고서같이 제작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매회 탐방 때마다 나눠주는 자료집을 열심히 모으고 있다는 참가자도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전나무 숲길 체험이다.(나무모양 관찰하기, 맨발로 걷기, 나무꼭대기 쳐다보며 도형 찾아보기, 전나무 둘레재기, 키재기, 전나무동굴 체험 등)

전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늘푸른 가는잎 큰키나무로, 젓나무라고도 한다. 이곳의 전나무들은 평균수명이 200년 넘은 아름드리 나무들이며, 키가 보통 25m를 넘는다. 이곳의 전나무들 중에는 수령이 400년〜600년 된 아름드리 전나무들도 많다. 1km 정도 이어진 전나무 숲길을 맨발로 걷는 이 기분을 그 누가 알까?

▲ 전나무에 대해 공부하는 회원들.
맨발로 걷다보면 ‘대지가 주는 자극’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그늘진 부분의 서늘함, 햇빛비친 부분의 따사로움, 낙엽 떨어진 부분의 푹신함, 맨땅의 딱딱함 등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또한 전나무 수목이 울창한 숲길을 걷다보면 누구나 마리가 맑아지고 상쾌한 기분이 되는데, 이분의 나무 수목에서 발산되는 '피톤치드'라고 하는 방향성 물질 때문이다.

머리까지 맑아졌으니 본격적으로 전나무의 키를 재보는 시간이다. 모둠별로 맘에 드는 나무를 정한 다음 계산 방식에 따라 측정하니, 소나무모둠은 24m, 전나무모둠은 21m,가 나왔다. 나무꼭대기까지 올라가지 않고도 나무의 키를 알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하다. 전나무숲길 프로그램을 모두 끝내고 나니 갑자기 허기가 밀려온다. 전나무 숲길 끝자락에서 삼삼오오 모여앉아 준비해 온 도시락에, 물소리 바람소리 전나무향기까지 더하니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네.

대굴대굴 구르는 고개 대관령
두 번째 탐방지인 대관령 신·재생에너지 전시관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구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하행선 휴게소에 풍력발전을 비롯해 미래에너지를 소개하는 신·재생에너지 전시관은 2005년 11월3일에 문을 열었다. 전시관은 프롤로그, 주지공간, 주제공간 ,체험공간으로 구분되어 우리나라 에너지의 현주소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며, 풍력발전을 비롯해 물로 가는 자동차, 내가 만든 전기, 바람악기 등 각종 체험시설도 갖추고 있다. 단연 체험공간이 인기가 높다.

지속가능한 미래의 에너지원인 다양한 신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의 고갈문제와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라는 점에서 과감한 연구개발과 보급정책 등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우리 모두가 에너지절약을 몸소 실천하는 일인 것 같다.

▲ 월정사 전나무길을 맨발로 걷는 모습.
“북극 빙하를 녹이는 생활습관의 하나가 핸드드라이 사용입니다. 백만 명이 매일 핸드드라이를 1분 사용하는데 연간 4만30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이걸 흡수하려면 160여만 그루의 소나무가 필요합니다.” 자료집의 이 내용이 충격적이었는지,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평소에는 항상 핸드드라이기를 사용했다는 참가자께서 오늘부터는 손수건을 이용해야겠다고 말씀하신다.

환경사랑은 거창한 것이 결코 아니다. 지금부터, 나부터, 여기서부터, 작은 것부터, 실천 가능한 것부터 지켜나간다면 차츰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가져보면서 세 번째 탐방지인 백두대간의 허리인 대관령 옛길로 향했다. 대관령은 강릉시와 평창군 사이의 령으로 높이 832m, 길이가 13㎞나 된다.

영동과 영서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 문화의 전달로이며, 자연의 경계지라고 할 수 있다. 굽이굽이 아흔아홉 고개인 ‘대관령’이라는 지명을 이 지역 사람들은 ‘대굴령’이라고도 부른단다. 고개가 험해 오르내릴 때 “대굴대굴 구르는 고개” 라는 뜻에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그 ‘대굴령’을 한자로 적어 ‘대관령’(大關嶺)이 되었다고 한다.

율곡 이이가 어머니 신사임당의 손을 잡고 한양으로 가기 위해 험한 산길을 오르시던 모습과 지금 가면 친정에 또 언제 오려는지, 오죽헌을 향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신사임당의 모습을 떠올리며 대관령 옛길에서 읽어보는 사친시가 어버이날이라서 그런지 더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반정에서 대관령박물관까지 두 시간정도를 걷노라면 각양각색의 야생화들이 반가이 맞아준다. 흰색, 노랑, 보라색제비꽃, 산괴불주머니, 족두리풀, 벌깨덩굴, 줄딸기꽃, 양지꽃, 개별꽃, 애기똥풀, 피나물, 할미꽃, 홀아비바람꽃 등 이름도 참 개성있다. 야생화를 보며 걷다가 위를 올려다보니 병꽃나무꽃도 환하게 웃어주고, 고추나무도 몽우리를 한껏 뽑낸다. / 이순열 이순열 자연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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