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택 충북도 총괄기획과 인력유치팀장

이창동 감독의 새 영화 ‘시’가 화제만발이다. 흘러넘치는 물질에 가려 존재조차 희미한 ‘시’를 대상으로 삼은 영화, 윤정희라는 콧대세고 아름답던 여배우가 60대가 되어 카메라 앞에 앉은 영화, 프랑스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 그래서 영화는 개봉 전부터 관심을 끌어왔다. 이것이 아무리 마케팅 기법일지라도 이 영화는 일단 문학장르인 시를 주제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반갑다.


그런데 우리지역에서는 또 하나의 얘깃거리가 있다. 이 영화에 얼굴을 보면 알 만한 사람들이 출연한 것이다. 정호승 시인의 시 ‘그리운 부석사’를 낭송하는 사람이 바로 정일택 충북도 사무관(49·첨단의료복합단지 기획단 총괄기획과 인력유치팀장)이다.

“지난해 심억수 중부문학회장으로부터 (사)충북시를사랑하는사람들(충북시사랑)의 시낭송 모습을 이창동 감독이 촬영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후 11월에 이창동 감독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간단한 오디션을 받고 회원들과 함께 몇 장면 찍었다. 내게도 좋은 경험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는지 새삼 깨달았고, 윤정희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됐다. 윤정희씨가 늙어가는 모습을 수수하게 보여줘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영화덕분에 밤을 새웠지만 재미있었다.”

이창동 감독의 촬영팀은 전국 100여개의 시 동아리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다 특별히 ‘충북시사랑’을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이 모임은 매주 금요일 ‘연어가 돌아올 때’라는 카페에서 시낭송회를 연다. 지난 99년 11월 창립돼 정기적으로 시낭송회, 문학기행, 동인지 발간, 시사랑열차 운행 등 다양한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회원도 140명에 달한다.

모임이나 회식, 그리고 기타 뜻 깊은 자리에서 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이미 유명한 정 팀장은 “시를 좋아했으나 2008년 보건복지부 파견 근무 때 김시관 감사국장이 식사 후 시 한 수 낭송하는 것을 보고 본격적으로 외우기 시작했다. 시와 친해지면 마음이 정화되고 깨끗해진다”며 기자에게도 권했다. 정 팀장이 애송하는 시는 한용운의 ‘사랑하는 까닭’, 류시화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와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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