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가 바라보는 산남3지구 개발문제
언제쯤 두발 뻗고 편히 살 수 있을지…

나는 인간세계가 만들어 놓은 행정구역으로 보면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 소위 산남 3지구 택지개발지구 내에 위치한 원흥이 방죽에서 조상 대대로 터전을 잡고 살고 있는 두꺼비입니다. 우리네 두꺼비 종이 다 그렇지만 나 역시 울퉁불퉁 못생긴 양서류로 인간에게 그렇게 친숙한 동물은 아닙니다. 어쩌면 기피대상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두꺼비들은 오래 전부터 사람들에게 ‘집 지킴이’, 또는 ‘재복’의 상징으로 상서로운 존재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수십년 동안 즐겨 마시는 소주라는 술에도 우리 두꺼비의 전신 모습이 자랑스레 붙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어쨌든 요즘 두꺼비 나라 원흥이 방죽 ‘특구’에 사는 우리들은 요즘 들어 좌불안석입니다. 사람들이 저네들이 살 ‘새 집’을 짓는다며 우리 두꺼비들의 정든 오랜 ‘헌 집’을 마구 헐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흥이 방죽 주변에 빼곡이 시멘트로 처바른 아파트를 짓는 답니다. 게다가 원흥이 방죽을 나와 바로 뒷편 구룡산 기슭에 알을 낳고 여기에서 부화한 우리들의 귀여운 새끼들이 다시 원흥이 방죽으로 돌아와 대를 잇는 수백년간 계속돼 온 두꺼비들의 생태 이동통로가 막힐 지 모를 지경에 처하면서 두꺼비들의 염려는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우리네 종족은 인간들도 잘 알다시피 새 집보다는 헌 집을 더 좋아합니다. 우리들의 이런 어리숙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영리한 인간들은 옛날부터 우리한테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께 새집 다오’하면서 일방적으로 밑지는 주택거래를 우리에게 요구해 왔겠습니까. 그런데 산남 3지구의 경우는 인간들이 “우리들이 새집을 지을테니 너희는 헌집을 포기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두꺼비들은 영락없이 멸종되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건설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중도위)가 충북도가 심의를 요청한 ‘산남 3지구 택지개발 계획’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선 이후 두꺼비 나라에는 아연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한숨 돌리게 됐기 때문이지요. 물론 그렇다고 두발 쭉 뻗고 살게 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는 19일 산남 3지구를 개발할 토지공사와 충북도가 건교부 중도위에 관련 개발계획 심의를 다시 요청한다고 하니 다시 오금이 저려 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그래서 이렇게 저 두꺼비는 우리들의 딱한 처지를 알리고자 긴급히 인간세계를 향해 호소문을 띄우게 됐습니다.
두꺼비들의 바람은 한 가지입니다. 두꺼비들이 오래오래 원흥이 방죽을 무대로 ‘헌 집’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해 주십사 하는 겁니다. 이것은 미물인 두꺼비들만의 일방적인 이기주의가 아닙니다. 우리는 동물계의 영물인 인간님들과 만만대대 어우러져 살면서 온전한 자연을 지키고 싶을 뿐입니다. 더구나 원흥이 방죽에 어린이들이 마음껏 놀면서 ‘두껍아 두껍아...’하며 저희들을 불러준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멋질까요. 그것이 굳이 ‘두꺼비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이 아니어도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저희들이 사는 원흥이 마을을 찾아 조잘대며 현장학습도 하고 새 개구리 곤충 물방개 등등 높지나 하천에 사는 수서 동·식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은 분명 인간에게도 이로운 세계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아파트 숲이 들어선다고 하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물론 사람들도 살 집이 필요하겠지요. 그런 점에서 미물인 두꺼비들이 무작정 사람들에게 새 집을 짓지말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 두꺼비들도 같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희망을 말씀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이런 점에서 두꺼비들은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를 끔찍이도 아끼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엄동설한에 우리 두꺼비들은 땅속 깊숙이 겨울잠을 자고 있는데도 ‘두꺼비 생태공원 조성’에 대한 충북도지사의 결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원흥이 두꺼비마을 생태문화보전 시민대책위원회라는 긴 이름의 환경보호단체에서 벌여나간다니 눈물이 날 정도입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의 가슴 따뜻한 노력은 오는 19일 재심의에서도 꼭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중도위가 요구한 보완사항들

건설교통부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가 지난 5일 산남 3지구 택지개발 심의를 유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환경보존론자들의 일대 승리로 기억될 만 하다.
중도위(위원장 여홍구 한양대 교수)는 이날 심의 유보와 함께 ▲청주 산남3지구내 표고 100m 이상 절대 보존 ▲구룡산과 원흥이방죽을 잇는 두꺼비 이동통로 폭을 4m에서 20∼30m로 확대 ▲검찰청 부지옆 두꺼비 이동통로 추가 ▲중앙부 단독주택지 재정비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한국토지공사 충북지사는 산남3지구의 2만5000평을 고스란히 보존해야 하고 두꺼비 이동통로 폭 20∼30m를 녹지로 확보해야만 되게 됐다. 이것이 확정될 경우 토지공사로서는 토지이용계획 전체를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토지공사가 2301억원을 투입해 2005년 12월까지 32만 2000평을 대상으로 택지개발을 추진하는 산남 3지구 개발계획의 일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토지공사는 오는 19일 중앙도시계획심의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계획으로 재심의 내용은 물론 중도위의 결정에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남 3지구 내 원흥이 방죽은 지난 5월 중순 수십만 마리의 새끼 두꺼비가 구룡산으로 이동하는 광경이 목격된 뒤  도심지의 마지막 생태보고로 각광받고 있다.
원흥이방죽 두꺼비 살리기 서명운동은 6일 현재 4만781명이 서명했으며 어린이 생태학교 참가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 청주시 전체 인구가 60만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서명 참가자는 대단한 기록. 이 때문에 한대수 청주시장은 원흥이 방죽을 방문, 두꺼비 이동통로 개설을 즉석에서 약속하기도 했다.

시민대책위는 두꺼비를 살리기 위해 두꺼비 생태공원을 조성해야 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토지공사와 충북도, 청주시는 난색을 표명해 왔다.
그러나 중도위가 토지공사의 택지개발 심의를 유보함으로써 새 국면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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