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정치인들, 2012년 총선·대선에 초점
부리기 쉬운 후보 공천…경쟁자 ‘밟기도’

지방선거정국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지만 ‘노는 물이 다른’ 중앙정치인들의 시선은 벌써부터 2012년에 옮겨가있다. 2012년은 4월에 19대 총선이 실시되고, 12월에는 18대 대선이 열리는 정치적 최대의 격변기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도 그 이면은 철저하게 4년 후의 양대 선거를 준비하기 위한 징검다리 선거에 머무는 양상이다.

정치에는 유권자들이 알아채면 불편한 몇 가지 진실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지역을 위한 일꾼보다는 말 잘 듣고 부리기 편한 후보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재력이 풍부해 음으로 양으로 당을 후원할 수 있는 후보도 대환영이다. 아니라고는 하지만 한나라당의 경우 ‘친박(親朴)성향의 후보를 공천에서 배제했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도내 현역 국회의원 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은 중앙정계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 대해 은근히 신분상승을 경계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치판만큼 사람을 적당히 키우는 조직도 드물다.

이번 선거 최대변수 가운데 하나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움직임이다. 세종시 정국이 천안함과 함께 침몰해버린 이후로 박 전 대표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입마저 굳게 닫았다. 손에 붕대를 감고 충청과 영남을 누볐던 지난 2006년 지방선거와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다. 일단 2006년은 대선은 불과 1년 앞두고 한나라당 내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 속에 있었다. 지방선거가 곧 자신의 선거운동과정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이 당 운영에서 소외된 상황에서 세종시 원안을 들고 투쟁하던 박 전 대표가 적당히만 활약하리란 것은 불 보 듯 뻔하다. 향후 당권과 대권후보 경쟁에 있어서도 ‘친이’가 이끈 지방선거 성적표가 우수하면 우수할수록 박 전 대표에게 불리할 뿐이다.

대표적 ‘친이’ 정치인 가운데 한사람인 정두언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은 “세종시 수정안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지방선거가 굉장히 유리하다면 꼭 그렇게 안 해도 되겠지만 굉장히 불리하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그대로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부시장 시절부터 이명박 대통령(당시 시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정 위원장이 지난 3일 모 라디오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 얘기다. 정 위원장은 세종시 수정문제가 여여갈등으로 불거졌던 지난 1월, 박 전 대표를 일컬어 “과거 제왕적 총재보다 더하다”고 비판했던 터였다.

한나라 ‘친이-친박’ 대결 이제부터 시작
결론적으로 말해 한나라당 지도부의 뒤늦은 참회(?)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판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충북만보더라도 ‘친박’ 성향의 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송광호 최고위원의 지지를 받은 민경환 전 충북도의원이 제천시장 경선에서 탈락했고 음성군수 공천에서도 친박 이기동 의원이 친이 이필용 의원에게 밀렸다.

결국 친박 중에 살아남은 정치인은 김병국 청원군수 후보와 김법기, 정윤숙 도의원 정도다. 정우택 지사도 세종시 수정을 반대했지만 그동안의 행보를 지켜볼 때 2005년 한나라당 입당 시에만 친박임을 부각시켰을 뿐이다.

쟁점은 이 같은 공천이 의도적인지 여부다. 그럴 리야 있겠냐는 반론도 있겠지만 지난해 12월8일 도당운영위가 결정한 2개의 당론(청주·청원통합, 세종시 수정) 가운데 통합에 반기를 든 청원군의회 현역의원이 전멸했고, 세종시 원안을 고수했던 도의원들이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대폭 물갈이된 것만 보더라도 ‘당심’이 크게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공천칼날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 송태영 도당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사조직인 안국포럼 출신 소속이다. 싱크탱크, 언론대책 등의 역할을 했던 안국포럼은 지난해 11월 초 모임을 갖고 세종시 수정추진에 앞장서기로 결의하는 등 대선 이후에도 여전히 친위부대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한나라당에 정통한 한 인사는 “지난 총선에서도 자신의 낙선을 비롯해 시원치 않은 성적표를 거둔 송태영 위원장이 이번 지방선거 공천마저 과감하게(?) 진행한 걸 보면 결과와 상관없이 선거 후 중앙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차기 총선 때 경력을 추가해서 내려오겠지만 박환규 가스안전공사 사장, 김병일 민주평통 사무처장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경쟁자가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민주 국회의원, 향후 정치지형 촉각
도내 8석 가운데 5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하다. 도지사 출마를 위해 지난달 의원직(충주)을 사퇴한 이시종 후보까지 포함하면 민주당의 의원급은 사실 6명이다. 3선의 홍재형 의원을 빼고는 지난해 10.28 보선에서 당선된 정범구 의원을 포함해 모두 재선이다. 따라서 모두 다선의 문턱에 서있는 셈이다.

충주시장 임기를 마치지 않고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던 이시종 도지사 후보는 이번에 국회의원 임기 중에 다시 도지사 후보로 말을 바꿔 탄 까닭에 이번 선거의 당락 여부를 떠나 다시 여의도를 바라보기는 어렵게 됐다. 2번의 중도사퇴와 함께 잦은 당적변경 등으로 이제는 ‘행정가 이시종’에 도박처럼 모든 걸 걸어야하는 상황이다. 

홍재형 의원은 이시종 전 의원의 도지사 출마로 복잡하던 상황이 가볍게 정리됐다. 다음 총선에서 4선에 성공하면 국회에서 한 자리를 노려볼 수도 있다. 물론 8개월 뒤 실시되는 대선결과가 좋았을 때 얘기다.
홍 의원은 사실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도 도지사 출마 권유에 남모르게 시달려야 했다. 민주당이 지난 4차례 도지사 선거에서 2번은 낙선, 2번은 불출마했을 정도로 자존심을 구긴 상황에서 도내 의원 중 비교적 지명도가 높고, 청주가 지역구인 홍 의원에게 보이지 않는 압력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그러나 다음 선거까지도 굳이 원치 않는 도지사 후보로 내몰릴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여기에다 잠재적 경쟁자인 한범덕 전 행자부차관도 자연스럽게 교통정리가 됐다. 2006년 민주당 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한범덕 현 청주시장 후보가 2008년 한때 총선출마를 고민할 때 주변에선 흥덕갑을 권했지만 본인은 상당구에 더 눈독을 들였었다. 그러나 이번에 청주시로 방향을 턴했기 때문에 선거 당락여부에 관계없이 다음 진로는 청주시장(상황에 따라 통합시장), 지사후보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이제 홍 의원에게 남은 선택은 4년 뒤 75세라는 비교적 고령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전하느냐의 선택이 남아있을 뿐이다. 아니 그 선택은 사실 유권자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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