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위 충북도계탐사단 마을답사대장

“현직은 하나도 없다. 모두 전직인데 내가 무슨 명사냐”며 손사래를 치는 윤석위 충북도계탐사단 마을답사대장을 청주시 상당구 내덕2동 할머니손칼국수(211-5574)에서 만났다. 지인들과 칼국수를 먹다가 눈빛만 맞으면 메뉴판에도 없는 막걸리 한잔을 기울이는 집이라고.

칼국수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미 정평이 나있는 이 집은 해물칼국수나 버섯칼국수, 특히 지나치게 찰지거나 두툼한 면발을 좋아하는 사람들보다는 구수한 ‘누른국’의 미감을 추억하는 세대들에게 더욱 인기가 있다.

‘누른국 또는 누룽국, 누른국수’는 순수한 청주사투리로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고른 간격으로 썬 뒤 국수와 감자, 호박 따위만 넣어 푹 끓여낸 것이다. 신경을 써서 씹지 않아도 ‘후루룩’ 넘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의외로 해장용으로도 각광을 받는다. 윤 대장은 “굉장히 오래된 집인데 맛이 한결같다”며 즐거워했다.

모두가 전직이란 건 허풍이 아니다. 윤 대장은 문화사랑모임 대표(1992~2002년), 민예총 충북지부장(2000~2001년), 충북숲해설가협회장(2003~2008년) 등을 역임하고 지금은 현역에서 한 발치 물러앉았다. 도시생활을 접고 지난해 보은군 내북면 법주리로 귀농한 것처럼 말이다. 법주리 쇠절골에는 윤 대장과 윤 대장의 동서, 친구 외에도 도종환 시인, 김이동 화백, 전교조 성방환, 오황균 교사 등이 모여 산다.

정확히 말하면 토박이들은 떠나고 이들만 사는 마을이다. 윤 대장은 쇠절골에 대해 “절이 있던 마을인줄 알았는데 유래를 알고 보니 볕이 제일 먼저 드는 마을이더라. 명절 때면 옛 집터를 찾아 구경을 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비름꽃’이라는 시집으로 등단한 윤 대장은 한때 건설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대학전공(충북대 토목공학과)을 잘 살린 셈인데, 청주고 재학시절에는 원래 문과였다. 1968년 2학년 선배들과 청주고 문학동아리인 ‘원탑’을 직접 만들었다.

산을 좋아하다보니 숲과 나무를 좋아하게 됐고 허리를 굽혀야만 보이는 풀꽃과 산에 사는 새와 곤충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생태박사가 됐다. 2006년부터는 충북도계탐사단의 일원으로 5년째 충북의 경계를 따라 걷고 있다. 매월 2차례 대원들과 함께 하루 종일 산을 탄다. 보완답사를 포함한 전 일정이 올해 안에 끝이 날 예정이다.

윤 대장은 “충남 조치원 조천교에서부터 시작해 이제 옥천군 군서면까지 왔다. 충북을 기준으로 충남이나 대전, 경기, 강원 등 3개 광역이 만나는 동네가 있다. 마을답사대장으로 아직 도시화되지 않은 삶의 전형을 좇아가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5년 동안 재미를 붙였던 도계탐사가 끝나고 나면 또 어떤 즐거움을 찾아 나설지 궁금했다. 윤 대장은 이에 대해 마치 탐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이제는 막걸리 기행을 떠나고 싶다”고 대답했다. 윤 대표는 “일제가 세금을 걷기 위해 술 빚는 걸 금지시키면서 면 단위 마다 양조장이 생겼다. 그런데 옆 동네라 하더라도 숙성하는 날짜, 배합비율에 따라 술맛이 다르다. 예를 들어 쌀이 많이 들어가면 달고 밀가루가 많으면 강한 맛이 난다”며 막걸리 예찬론을 펼치다 그예 막걸리를 시켜 한잔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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