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청원 세 곳 운영… 적자에도 가능성 보고 ‘기초공사’
시중가보다 30% 싸게 구매 ‘장점’… 보물급 물건 거래도

[청주지역 미술품 경매시장 운영 실태] 최근 청주지역에서도 미술품 경매시장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서울 옥션, 케이옥션과 같은 대형 거래망이 아닌 지역에서 이뤄지는 미술품 경매시장에 콜렉터들도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게다가 예술가 조직인 청주미협도 지난해부터 경매시장에 뛰어들었다.

▲ 청주에서 경매시장이 열려 그들만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예술가 단체인 청주미협도 5차례의 경매를 진행했지만 경매 분위기를 내는 데 그쳤다. 올해는 예술제 기간에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지역작가 작품의 판매루트를 개척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청원군 인근에서만 풍물장터, 다돈장터, 코더비 장터가 운영되고 있다. 다돈 장터가 생필품 위주의 거래라면 풍물장터와 코더비 장터는 미술품, 고가구, 고서화, 도자기, 엔틱, 중국 공예품 등 다양한 물건을 자랑한다.

분평동 사거리에서 대전방면 3차 우회도로에서 150m떨어진 블랙야크 건물 2층에서는 매주 주말 ‘풍물장터’ 경매시장이 열린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경매가 진행되면 약 200점 정도의 물건이 나온다. 적게는 하루 150만원에서 1500만원까지 거래되는 편차가 큰 시장이다. 지난해 8월부터 문을 연 풍물장터는 매번 50~100명이 고정적으로 참석한다.

경매장터를 열고 있는 김기태 사장은 “25년간 민속품을 수집하다가 매력을 느껴 시장까지 열게 됐다. 처음에는 광주, 목포, 울산 등 장거리에서 온 손님도 많았는데 최근에는 경기가 어렵다보니 발길이 끊겼다. 경매의 매력은 시중가보다 20~30%는 기본, 많게는 절반가격으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김영삼, 전두환 대통령의 하사품부터 고문서, 고서화 등 다양한 물건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박영대․정진국 화백 그림도 나와
평일에는 분야별 9개의 장터가 상설 운영되고, 주말에만 경매가 열린다. 하지만 청주는 시장이 좁아 운영자 입장에서는 큰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전체 판매액의 10%를 운영자가 가져가지만, 경매사 월급 150만원을 주면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것.

김 사장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시장을 연 게 아니다. 시장이 활성화되면 거대한 민속장터를 열어 일주일 내내 경매를 진행하고 싶다. 어르신들이 전시장에 와서 옛 추억에 잠긴다. 민속장터를 통해 옛날 모습을 재현하는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경매에 나오는 물건은 소위 골동품 거래 상인이 가져오는 것과, 개인 콜렉터가 내놓는 경우 반반이다. 또한 9개의 파트별로 전문가를 두어 물건에 대한 1차적인 감정을 거치지만, 만약에 가짜로 판명 날 경우 교환해주는 게 원칙이다. 풍물장터의 경우 독립기념관 자료위원을 지냈던 구명백 씨가 자문위원을 맡아 검증절차를 밟는다.

풍물장터에서 미술품 파트를 맡고 있는 이재훈(인사동 표구사 운영)씨는 “처음에는 홍보를 위해 전단지도 많이 뿌렸지만 지금은 마니아들이 형성돼 별다른 홍보는 없다. 각 도마다 경매시장이 있는데 전국에서 300개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진품을 싸게 사려면 무엇보다 안목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서울옥션과 같은 경우는 물건에 대한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있지만 청주시장은 아직 가격형성이 들쭉날쭉이다. 지역작가 작품으로는 박영대, 정진국 화백의 그림이 많이 나온다. 간혹 김기창 화백의 판화도 거래된다”고 덧붙였다.

가격형성은 들쭉날쭉
코더비 장터는 경매 경력 25년차 김천규 씨가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직접 경매사로도 나선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8시까지 경매가 이뤄진다. 청원군 IC에서 한국도로공사 인근에 위치한 250평의 경매장 건물에 30개의 가게가 운영되고 있다. 평일에도 관람 및 판매가 가능하다.

부산에서 경매장을 3군데나 열었던 김 대표는 “청원이 한반도의 중심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아 지난해 5월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매월 둘째 주 수요일에는 ‘특별경매’를 열어 박물관에 가 있을 법한 물건 중의 물건을 내놓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별경매에서는 10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품들이 많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것도 있다. 이순신 장군이 쳤던 지름이 150m나 되는 북 등 보물급 물건이 많다”고 귀띔했다.

보통 70~80명이 모이며 판매액은 평균 1600만원 정도다. 판매액의 10%를 수익금으로 가져가지만 아직은 손익분기점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손님 중에는 일본사람도 있다. 전국에 경매장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코더비 장터는 10년 운영을 내다보고 열었다. 3년 동안 기초공사를 다지는 단계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경매시장을 애용하는 민속품 콜렉터인 김낙중 씨(청주기계공고 교사)는 “청주에서는 경매가 시작단계라 큰 수익이 안 나는 것으로 안다. 소위 콜렉터들은 주말에 소풍가듯 경매장에 참석한다. 경매시장이 문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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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미협, 지역민 위한 경매 ‘쉽지 않네’
사전 공연․강연회에도 반응은 ‘글쎄’… 올해는 예술제 기간에 전시형태로

지역의 예술가들도 경매시장에 뛰어들었다. 청주미술협회(이하 청주미협)는 지난해 5번의 경매를 진행했다. 청주미협 김정희 회장은 “작품을 팔기보다는 관람객이 전시장에서 작품 설명을 들을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경매 시작 전 강연회를 연 것도 그 이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매 시작 전 작은 공연까지 열며 분위기를 띄우려고 했지만 좀처럼 흥이 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너무 경직돼 있어 활발한 가격논쟁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행사는 전문 경매사 대신 해설자가 이끌어 문화이벤트 성격을 추구했다. 시에서 경매행사에 540만원을 지원했고, 주최 측은 판매액의 10~15%를 수익금으로 가져갔다.

김정희 회장은 “생각보다 작품은 많이 팔렸다. 대개 50만원대 거래가 많았다. 시민과의 소통을 위해 작가들이 작품을 싸게 내놓았더니, 오히려 값이 떨어지는 반작용도 생겼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한 회 20~25개 작품을 내놓으면 10개 정도가 팔렸다. 작품은 청주미협 홈페이지를 통해 받았고, 참석자들을 위해 간단한 작품 정보가 담긴 팸플릿을 만들기도 했다.

김 회장은 “목포는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작가들의 작품 경매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작가 작품이 일반인들에게 거래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5월에 열리는 청주예술제 때 청주미협전과 함께 경매를 진행한다. 이전처럼 경매행사를 진행하는 게 아니라 전시와 함께 서면입찰 방식을 취한다. 김정희 회장은 “올해는 세 번의 경매가 열릴 것이다. 8월에는 아트페어, 10월에는 도예총 예술제 때 진행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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